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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하는 일본 반핵 운동의 활동가에게 듣는다:
“우리는 이 뒤틀린 세상을 함께 바꾸고 싶습니다”

일본이 독도 문제 등에서 제국주의적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건 이후 이에 반대하는 거대한 새 세대 대중운동이 일본에서 탄생하고 있다. 핵발전소에 반대하는 20만 대중시위가 벌어졌고, 이 시위는 일본 지배자들의 군국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발전할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 이 운동의 조직자 중 한 사람인 ‘모든 원전을 지금 당장 없애자! 전국회의(NAZEN)’ 사무국장 오다 요스케를 인터뷰했다.

오다 요스케 NAZEN 사무국장

일본 지배자들이 핵발전을 포기할 수 없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원전 이권과 핵무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노다 정권은 지난해 12월 ‘[원전]사고 수습’을 선언했습니다. 핵연료가 어떻게 됐는지도 확인할 수 없고, 지금까지도 방사능이 끊임없이 흩뿌려지고 있고, 많은 어린이들과 후쿠시마의 주민들은 피난할 권리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강제로 피폭 당하고, 무엇보다 지금도 많은 원전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사고를 수습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또한 저들은 방사성 ‘잔해’(피해지역 주민들의 집이거나 마을 그 자체이거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그렇게 쉽게 ‘잔해’라고 표현해서는 안됩니다)를 전국에 퍼트리면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JR[일본 철도 회사]은 앞장서서 원전 반경 30킬로미터 안에서 열차를 운행하고 노동자를 피폭시키며 ‘복구와 안전’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안전’을 문제 삼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분열시켜 안전 논리를 받아들이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원전이라는 상품이 어마어마한 사고를 일으켜 후쿠시마와 전국의 노동자·민중과 원전 노동자들의 생명을 앗아갔는데도, 원전은 ‘안전한 상품’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원전 한 기를 건설하면 건설업자는 5천억 엔 규모의 돈을 챙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전 건설을 유치한 정치인은 3퍼센트(1백50억 엔!) 상당의 이권을 갖는다고 합니다. 전세계 원전 시장은 1조 달러 규모라고 합니다.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이후 모든 원전 제조사들은 ‘후쿠시마를 반복하지 말자’고 입을 모으면서도 ‘우리가 만드는 원전은 안전하다’고 홍보하며 돈벌이에만 눈을 번뜩이고 있습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습니다. 대공황 시기 세계 열강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속에서 재계는 이 문제에 사활적인 것이죠.

다른 하나는 핵무장의 문제입니다. 노다 정권은 재가동의 이유로 ‘경제 문제’와 동시에 ‘안전보장 문제’를 내걸고 있습니다.

6월 20일 일본 원자력기본법이 원자력규제위원회설치법의 부칙을 통해 개악됐습니다. ‘원자력의 연구, 개발 및 이용은 평화적 목적에 제한하며, 안전 확보를 그 취지로’라는 원전의 목적을 ‘일본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확대하면서 ‘평화적 이용’이라는 베일을 공공연히 벗어 던졌습니다. 이를 제안한 자들은 “이 모든 것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관련한 것이므로 궁극적인 목적으로서 (이를 기본법에) 명기했다”(공명당 의원 에다 야스유키), “일본을 지키기 위해 원자력 기술을 안전보장 면에서도 이해해야 한다”(자민당 중의원 의원 시오자키 야스히사)며 핵무장 의도를 감추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후쿠시마와 오키나와의 어린이들을 위험 속에 내던져 놓고는 무슨 ‘일본의 안전보장’입니까!

게다가 같은 날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법이 개악됐습니다. 평화적 목적이라는 제한 조항은 폐지되고 ‘우주기본법의 기본 이념에 따라’로 그 목적이 바뀌었습니다. 우주기본법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8월 초] 노다 총리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있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비문 앞에 서서 원폭 희생자 추모식에 참가했습니다. 노다에게 ‘잘못’의 의미는 전쟁이 아니라 패배이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은 ‘핵무장을 해서 다음 전쟁에서는 지지 않겠다’는 결의인가 봅니다.

문제의 본질은 이런 일이 자본주의의 존재 이유 자체가 붕괴하려는 때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즉 이런 정책들을 취하지 않으면 체제 자체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세계 지배자들은 후쿠시마의 깊고 깊은 분노를 억누르지 않고서는 원전과 핵무장 정책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오이 원전] 재가동은 후쿠시마를 비롯한 투쟁들의 사기저하를 노리고 강행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재가동 강행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행동에 나서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노다 정권의 정치 지배가 파탄했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20만 명에 달하는 반원전(반핵) 대중행동이 벌어진 배경은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무엇에 가장 분노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무엇보다도 생명에 위험을 느끼고 있습니다. 원전의 본질을 알게 된 지금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후쿠시마의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피폭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행동하게 만듭니다. 후쿠시마를 위해 연대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3.11은 이 세상이 얼마나 뒤틀어졌는가를 보여 줬습니다. 원전 이권에 푹 빠진 재계, 정부, 대학. 그리고 사법부와 언론뿐 아니라 노동조합도 가담하고 있는 현실. 이런 사회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그런 심정입니다.

7월 16일 ‘사요나라 원전’ 집회에 참가한 노동조합들 이윤에 눈 먼 전쟁광들을 멈추게 하려면 노동자들이 투쟁의 한복판에 나서야 한다. ⓒ사진 출처 일본의 좌파 주간지 〈젠신〉

정부는 거짓말을 하고, 방사능 확산 정보를 은폐하고, 필요 전력량을 부풀려 오이 원전을 재가동하고는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생활을 위한’다며 원전 재가동을 선언하고, 소비세[부가가치세]를 인상하고, 신형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온갖 본질을 보고 있자니 ‘이런 정부 하에서는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우리는 총리가 아니라 정권을 바꾸고 싶다”는 말을 듣습니다. 정말로 이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들이 ‘수국 혁명’이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단체 혹은 세력이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습니까?

수도권 지역 반원전 단체들의 연합체가 주최하고 있습니다. 청년들도 많이 참가하고 있고, 이들이 쉽게 참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도 사실입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벌어지는 ‘총리관저 앞 항의행동’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만, 최대 20만 명이라는 대규모 행동으로 발전하기까지 어떤 (정세) 변화가 있었습니까? NAZEN과 같은 활동가 동지들은 이 운동의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는지요?

역시 결정적으로는 정부가 민중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오이 원전 재가동 결정을 강행한 것입니다. 6월 15일에는 [항의행동 참가자가] 1만 2천 명을 넘었고, 22일에는 4만 5천 명, 29일에는 20만 명으로 늘어나 총리관저 앞 모든 차선을 점령했습니다. 그때의 해방감은 정말 대단했고 일본의 노동자·민중은 오랜 기간 동안 빼앗겼던 연대감을 빠르게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감동이 다시 시위 참가를 고무하는 큰 힘이 됐습니다.

7월 6일 항의행동부터는 시위 관할이 현지 경찰청에서 경시청으로 이관됐고 국가 권력은 전력을 다해 시위를 탄압하기 시작했지만, 거리 점령은 이어졌고 경찰은 공안경찰을 중심으로 집회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도 듣지 않고, 집회 장소마저 빼앗아가려는 저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더 많은 동료들을 데려와야겠다며 일주일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소비세 인상 등 정부의 본질이 분명해지는 과정도 중요했습니다.

NAZEN은 이 멋진 행동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소심하고 이기적인 주장이 아닌, 함께 투쟁하면서도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행동을 통해 공통의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참가자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마이크를 건네며 이 운동을 함께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운동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기하고 운동이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의 참가가 눈에 띕니다만, 이 운동에서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노동조합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정부는 이 점 때문에 노동조합이 일어서지 못하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무엇보다 국철 분할 민영화에 반대하는 투쟁 속에서 일본 노동운동의 중심이 된 ‘국철 1,047명 해고 철회 투쟁’을 파괴하는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것은 운동에서 노동조합이 차지하는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줍니다.

7월 16일에 열린 ‘사요나라 원전, 1천만 명 행동’ 집회에는 17만 명이 참가했습니다. 이 집회에 많은 노동조합들이 참가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원자력업계의 일부였던 노조 간부들이 반원전 운동의 커다란 파도에 빨려 들어오기 시작하며 많은 조합원들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진심으로 행동에 나서는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장 조합원들이 활기를 되찾고, 투쟁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지역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전국에 투쟁을 호소하자 이런 흐름들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와 이바라키 지역에서 국철동력차노동조합 미토지부가 피폭 노동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고 지자체 노동자들이 급식에 사용되는 야채의 방사선량을 계측해 사용을 거부하자 시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폭 노동자들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충분한 장비도 지급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차례차례 쓰고 버리는데 반대해 투쟁을 조직해야 합니다. 원전 없이는 고용도 없다는 이런 세상을 뒤집어야 합니다. 노동조합이 시민들에게 신뢰받고 이들이 투쟁의 한복판에 나섰을 때 우리는 모든 원전을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운동은 일본인들이 대부분 우경화하고 있고 군국주의를 지지한다는 주장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일본 사회운동의 역사에 비춰 봤을 때 이번 대규모 반원전 시위의 의의는 무엇입니까?

이제부터 ‘우경화’를 깨기 위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될 것입니다. 세계적인 국가 재정 파탄과 TPP를 포함한 제국주의 간 경쟁 속에서 ‘국가를 지켜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도 뒤섞여서 투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노동조합을 선두로 한 계급적 운동이 중심이 돼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할 힘을 갖게 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역사를 결정짓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이것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적으로 파탄했음을 보여 줍니다. 일본에서 신자유주의는 국철 분할 민영화를 통해 총평과 사회당을 깨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겨났고, 특별한 정치 경향을 갖지 않는 미조직 노동자·민중의 깊은 분노가 총리를 차례로 끌어내리는 상황이 최근 수 년간 벌어졌습니다. 민주당 정권도 붕괴했으며, [이 운동은] 지금부터 민중에 의한 정치가 시작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민중이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최근 노다 총리가 시민단체 대표자들을 만났다고 들었습니다.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안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모든 원전의 운전 정지, 원자력업계에서 고위직을 지낸 적이 있는 초대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 내정 인사 철회 등을 요구”했는데, 이에 대한 시위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에 비춰 앞으로의 투쟁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운동 안에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지지하는 의견과 지지하지 않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커다란 흐름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재가동 철회나 원전 가동 중단’이라는 요구는 정부가 한치도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것밖에 없습니다. 타협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민중의 생각과 행동과 함께 투쟁하는 것, 무엇보다 후쿠시마의 목소리와 함께 전진하는 것이 투쟁의 전망입니다.

반원전 시위가 어떤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이 운동이 갖는 잠재력과 가능성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이에 대해서는 매일매일 생각하게 됩니다.

후쿠시마에서는 민중들을 위한 진료소 건설 운동이 시작됐고 ‘생명’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이 사회가 외면하고 쓰다 버리는 생명의 소중함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손을 맞잡고, 서로 돕고, 서로 지키고, 함께 투쟁하는 것. 생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신자유주의가 앗아간 단결의 정신이 다시 부활하는 듯한 힘을 느끼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의 일본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노다 총리는 핵발전소 정책뿐 아니라 핵무장도 추진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 미군의 신형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의 배치를 강행하며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지배자들의 핵무장 추진 배경은 무엇입니까? 이에 (반핵) 운동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일본 정부는 지금 영토 문제를 부추기는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과 중국의 노동자 민중들을 분리·대립시켜 전쟁을 부추기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스프리 배치 문제는 단순히 ‘위험한 것’이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스프리는 활주로 없이 이착륙이 가능하고 많은 병사와 물자를 운반할 수 있으며 게다가 고속 이동이 가능합니다. 어차피 전쟁이니 전쟁터에 도착만 하면 된다. 편도 차편이면 된다.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니 ‘안전’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즉 오스프리 문제는 분명하게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핵 무장의 본질은 절대 ‘억지력’이 아닙니다. 히로시마·나가사키와 이라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를 실제로 사용하고 대량 학살하고 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소련이나 중국의 핵 무장은 미국의 일국적인 핵 독점 체제가 붕괴한 시점부터 억지력으로서의 의미는 사라졌고, 이 끝없는 핵 군비 확장 경쟁은 쉽게 중대한 핵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현실을 낳았습니다. 현대 제국주의 전쟁은 노동자·민중도 총동원하는 총력전이고 무차별적인 대량 학살이 그 본질이며, 핵 무기란 이런 제국주의 전쟁의 표현일 뿐이라는 점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바꿔 말하면, 노동자들의 국제적 단결만이 전쟁을 완전히 없앨 수 있습니다.

핵 무장 추진 배경은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인 대공황에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막다른 길에 있습니다. 거품을 통해 세계의 소비국을 연기해 온 미국의 버블 붕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사기 행각 폭로와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전세계에 충격적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오바마가 ‘수출 2배화 전략’을 내걸며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을 꾀하면서 세계 열강의 시장 분할 전쟁에 참가하면서 [세계는] 환율 전쟁과 군사력을 배경으로 한 격렬한 경쟁 국면으로 돌입했습니다.

중심 축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국은 국채와 수출이라는 깊은 상호 이해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전쟁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지금도 있습니다만, 이는 환상입니다. 미국 국채를 전세계가 떠받쳐야지만 세계 경제가 성립한다는 구조가 지금과 같은 현상을 낳았을 뿐입니다. 미 국채가 폭락할 경우 이를 내다 팔지 않으면 자국이 붕괴할지도 모를 시점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미 국채 최다 보유국인 중국이 이를 매도하려 한다면 미국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한·미·일 합동 군사 훈련에 의한 중국 도발은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의 대항도 베트남을 방파제로 쓰려는 전략이나 항공모함 킬러라고 불리는 미사일의 개발 등 도를 넘긴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원전 수출은 핵 관련 기술을 제공함과 동시에 아시아 국가들을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핵 블록에 포함시킬지를 둘러싼 쟁탈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한·미·일·중과 오키나와의 노동자 민중의 강고한 국제적 연대를 건설해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중의원 해산을 앞두고, 일본 기성 정치인들 중에는 오자와 신당이나 오사카 시장 등 ‘반원전’을 주장하는 인물들도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반원전’ 주장은 믿을 수 있는 것입니까? 이에 대한 시위 참가자들의 반응은 무엇입니까?

전혀 신뢰할만한 것이 아닙니다. [오사카 시장인] 하시모토는 교부금을 노리고 ‘방사성 잔해’를 받아들이는데 일찌감치 찬성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오이 원전 재가동을 승인했습니다. 오자와 이치로는 반미를 표방하며 일본의 독자적인 군대 창설을 목표로 하는 인물이고, 핵무장론자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왜 ‘원전 반대’ 구호를 내걸고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들 자신과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이 점을 보지 않고 ‘구호가 일치한다’는 이유로 함께 투쟁할 수는 없습니다.

대중은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지만 이런 저들의 본질이 드러나면서 저들에게 가졌던 기대는 크게 무너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민중이 투쟁 속에서 스스로의 힘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기성 정치인들에게 의존하던 경향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힘이 정치인들로 하여금 사기꾼 같은 전략을 취하도록 만들고 있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이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이 힘으로 이들을 날려버려야 합니다.

지난 주 중의원 해산이 연기됐고, 10일에는 참의원에서 소비세인상법안이 최종 통과됐습니다. 지금 일본에서는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폭발하고 있는 듯 합니다만, 증세법안에 대한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또한 공식 웹사이트를 보면 ‘총리관저 앞 항의행동’ 주최측은 이 시위의 쟁점을 ‘반원전, 탈원전’에만 국한하려는 듯 합니다. 그러나 시위 사진 등을 보면 오스프리 문제나 TPP반대 등 다양한 요구들이 운동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요구들이 운동 안에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매우 큽니다. ‘사람들의 삶을 지키겠다’며 한다는 짓이 이런 겁니다. 이것은 단순히 사람들의 삶이 파괴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소비세 인상은 정치인들의 지진 피해나 연금 파탄에 대한 책임을 민중에게 전가하는 것입니다. 또한 고령자들의 생활을 젊은 세대가 떠받치고 있다며 세대 간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에서도 결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

운동의 방식에 대한 문제는, 제 생각에는, 우선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토론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점을 호소하고 싶습니다. 방사능 문제를 진지하게 토론하면 ‘방사능이 옳다’는 답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고 있습니다. 물론 운동체로서 [자신들의] 방침을 선명히 제기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 대중 행동을 확대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동하고 공통의 문제 의식을 깨닫고 토론을 통해 단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이 운동의 현재 국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 안에 다양한 방침과 방식 그리고 발상이 존재한다는 점이 운동 확대의 가장 큰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정중히 토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당파에 대한 생각을 근본에서 바꿔야 합니다. 자기 당파의 우월성만을 주장하는 운동은 대중의 힘을 끌어낼 수 없습니다. 생명의 위협 앞에서 체제를 비판하는 모든 당파들이 힘을 합쳐 승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절차탁마해 노동자 민중이 필요로 하는 강령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런 긍정적인 당파 투쟁이 필요합니다. 운동의 결속을 위해 전진하려는 입장이라면 그것은 훌륭한 것입니다.

한국의 반핵운동 진영은 대중 운동보다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기성 정치인들에 기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대규모 반핵 운동에 함께하고 있는 활동가로서 한국의 반핵운동에 한마디 부탁합니다.

어떤 도전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 구체적으로 전술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자세. 이런 마음가짐 없이는 이 시대에 대항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의회제도가 근본적으로 썩었고 이 제도가 자본주의 체제를 강고하게 하는 시스템으로서 존재하고 있고 있기 때문에, 의회만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입장에는 저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노동자 정치가 추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서 구체성을 띄려면, 체제를 관념적으로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투쟁이 필요합니다. 그 입구가 언제나 적진임을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의 의회제도에 참가하기 위한 도전과 고군분투를 회피하며 추상적인 유토피아를 읊는 사람들은 기회주의에 빠지기 쉽고, 이는 노동자 정치를 목표로 하지 않고 현행 정치 체제에 물든 자들과 마찬가지로 체제를 옹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 정치를 목표로 하지 않고 대선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도, 혹은 노동자 정치를 추상적으로 주장하며 대선에 냉담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저는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적진에 발을 디디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속에서 구체적으로 투쟁하며 노동자 정치를 실현할 전술을 제시하려고 노력할 때, 이런 전인미답에 도전하는 자만이 역사를 바꿀 진정한 지도자일 것입니다.

역사를 전진시키려는 사명감과 열정 그리고 그 임무를 가진 한국의 투쟁하는 동지 여러분, 일본에서도 필사적으로 연대와 투쟁을 조직하겠습니다. 역사를 건 이 커다란 비약을 다함께 쟁취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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