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노동 유연화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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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치 〈한겨레〉는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다루며 그 대안으로 “내적 유연성 확보”, 즉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유연화를 제시했다.
또 비정규직 문제가 ‘고용유연성을 바라는 자본과 고용 안전판을 원하는 정규직 노동자의 담합의 결과’라는 흔한 분석을 반복하고 있다.
물론, 정규직노조 지도부가 흔히 비정규직 문제에 무관심, 통제, 혹은 배신 등 보수적 태도를 취하곤 하기 때문에 이런 견해가 타당해 보일 수 있다.
실제, 올해 현대차 투쟁에서 문용문 지도부는 회사가 내놓은 “쓰레기” 안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받아들이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이런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보수적인 태도는 분명 문제인데, 그렇다고 현상이 곧 본질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비정규직 사용을 원하는 것은 분명히, 정규직 노동자나 노동조합이 아니라 기업이다.” (장귀연, ‘정규직·비정규직의 분할과 단결의 가능성’, 《비정규직없는 세상》)
현대차만 보더라도 사측은 해고를 쉽게해 경기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감을 부추겨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민주노조를 약화시키려고 비정규직 고용을 늘렸다.
2005년 현대차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2.4퍼센트가 “나도 언젠가 비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고용 유연화와 노동자 분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것이다.
현상과 본질
결국 비정규직 확대와 정규직·비정규직 이간질을 통해 이득을 얻은 것은 자본이지, 결코 정규직 노동자들이 아니다. 반면 비정규직 확대에 정규직 노동자들이 이해 관계를 공유한다는 견해는 정규직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른바 ‘특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파뿐 아니라 민주당 정부도 이런 견해를 들이밀며 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데 활용했다.
노동운동 내 온건파들도 “사회연대전략”이라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를 주장했다.
〈한겨레〉 기사의 결론도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유연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잘 조직돼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조차 양보하고 후퇴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 악화될 뿐이다. 실제 1998년 현대차 대규모 정리해고와 2009년 쌍용차 해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등을 통해 정규직의 ‘고통이 유연화’된 것은 결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득이 되지 않았다.
자본가들은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열을 꾀하고 있다. 그렇다면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 정규직노조 지도부가 만약 이런 노동자 단결에 어긋나는 태도를 취한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단결해 독립적인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규직 양보가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연대를 조직하는 것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