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은 ‘낡은’ 조직노동자 대신 ‘배제된 노동’을 정치의 장으로 이끌어 새로운 노동자 정치를 이루자고 제안했다. 여기서 진보신당은 기존의 진보정치의 실패가 전적으로 ‘조직노동’의 책임이며 ‘조직노동’이 새로운 진보정치에서 더 이상 포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노동자들이 더 이상 하나가 아니’라는 표현으로 선언했다.
불안정 노동으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치적 주체로 세우기 위한 움직임은 일견 옳은 방향이다.
그런데 조직노동운동에 대한 이 같은 언행은 지금껏 자본이 노동운동을 약화시키려고 여러 가지 물질적, 심리적 수단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간의 연대의식을 헤쳐 놓아 빚어진 서로의 차이를 융합시키는 데 미진했던 기존 노동운동의 전략적 실수들을 그대로 묵인하는 것은 아닐까? 오히려 양자 간의 갈등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낳는 것은 아닐까?
또한 현재진행형인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보인 이른바 ‘기존’ 진보정치를 이끌었던 지도자들의 도덕적 해이의 책임을,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지도를 위임했던 매우 다양한 부류와 성향의 현장 노동자들과,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해 온 많은 급진적 정규직 조직노동자들에게 뭉뚱그려 전가하는 것은 아닌가?
그간 비정규직 노동운동을 대하는 조직노동운동의 전술에 여러 가지 중대한 오류와 패퇴가 있었음은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모두 포함되는 노동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있어 현장 조직노동자들의 구실을 실력 행사의 물리적, 입지적 차원에서 간단히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