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1천5백 명 증원 요구했더니 1백30명? 특수교사 확충하라!

일반 학교 내에 있는 특수학급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게 개별적인 교육 지원뿐 아니라 통합교육을 위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교육 과정 수정, 학교와 통합 학급의 여러 행사 참여 지원(현장학습, 수학여행, 수련회, 학급회의, 소소한 학급 행사, 운동회, 학예회 등) 장애 인식 개선 교육 활동 …. 이 많은 업무들을 교사 1~2명이 해내는 것은 가히 초인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행정적인 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학기 초에 1~2달은 정신없이 몰아치는 공문을 처리하느라 수업 준비는 퇴근 후로 미뤄야한다.

이런 어려움으로 동료 특수교사들은 “학년당 1명씩 특수교사가 배치돼야 한다. 그것이 힘들다면 최소한 2개 학년에 교사 1명씩 배치돼야 제대로 된 통합 교육과 특수교육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서울 서부교육청에만도 2012년 특수학급이 90학급으로 최종 결정됐으나 교사는 87명밖에 받지 못해 3명이 기간제로 배치됐다.

나는 정서적 불안감이 심해 자기 공격 행동뿐 아니라 타인 공격 행동도 매우 심한 A학생을 가르쳤다. 그 학생을 지도했던 4년 중 2년은 나에게도 아주 어려운 시기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A는 통합 학급에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자연스럽게 전일제로 특수학급에서 생활을 했다. 학급의 다른 학생이 있으나 이 학생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다른 학생을 지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학생을 지도하고 A를 잠시 쉬게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다.

나 스스로 손오공이 돼 머리카락을 뽑아 자기복제를 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옆 반에서 A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을 지도했으나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때, 특수교사가 1명만 더 있었어도 A에게 적절한 교육적 지원·심리적 지원이 가능했을 것이다. 특수교사가 받는 심리적·물리적 부담도 덜 했을 것이다. A는 결국 병원에 입원했고 임의 퇴원 후에는 미인가 시설로 갔다.

일반학급에 배치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순회교육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에 따라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순회교사를 배치하고 있으나 급별 1~2명이 고작이다. 교사 1명이 학교를 이동하며 수 명에서 많게는 십수 명을 지도하고 있다. 교육적 효과가 얼마나 있겠는가? 이 순회교육이라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그나마 다행이다. 일반학급에 배치된 특수교육 대상 학생 중 80.5퍼센트가 적절한 특수교육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원센터의 순회교사들은 대부분 기간제 교사다.

지난 8월 17일 ‘장애인 교육권 및 특수교사 법정 정원 확보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주최로 장애학생들과 학부모, 예비특수교사와 현장특수교사 4백여 명은 정부종합청사에 모여 특수교사 확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행정안전부에 대한 규탄과 특수교사 확충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현재 공립특수교육기관의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율을 56.5퍼센트에 그치고 있다. 이는 일반교육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대회의는 이전 두 차례의 결의대회와 1인 시위, 기자회견 등으로 교과부로부터 1천5백 명 증원 계획을 따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공무원 총정원제와 현 정부의 공무원 정원 동결 원칙, 예산 부족만을 반복하며 1백~2백 명 수준에 그치려 한다. 녹조라떼를 만든 4대강 사업에 들인 20조 원이면 특수교사 1천5백 명을 증원하고 남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국가인지 되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을 반드시 다 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해야한다. 책상머리에서 짠 계획이 아니라, 엉뚱한 곳에 퍼부어 바닥난 예산 타령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와 교육의 절대적 필요성에 기반한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에게 적절한 교육적 지원이, 그리고 특수교육을 하고자 하는 예비교사들과 현장의 교사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고 했다.

기간제 교사로 현장을 채우는 것이 아닌 정규 교사로 현장을 채워야 한다. 장애인에게 있어 교육은 생명과 같다. 필요한 법정정원은 경제의 논리가 아닌 교육의 원칙과 국가의 책임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