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 성과급 지급 집단 소송:
모두의 목소리를 모아 차별과 부당함에 맞서 싸웁시다!
〈노동자 연대〉 구독
지난해 5월 기간제 교사 4명이 “기간제 교사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6월 28일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는 10월 초에 기간제 교사들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집단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소송 관련 정보는 전교조 게시판, 전국기간제교사협의회 까페에서 볼 수 있다)
11년 동안 기간제 교사로 일한 박혜성 교사가 동료 기간제 교사들에게 차별과 부당함에 맞서 함께 싸우고 소송에 참가하자고 호소하는 글을 〈레프트21〉에 보내 왔다.
안녕하세요?
기간제 교사의 경험이 있거나 기간제 교사로 살아가시는 선생님들과 기간제 교사 성과급 집단 소송을 함께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저는 11년째 기간제 교사로 살고 있습니다. 지난 11년 동안 저는 교사로서 살았지, 기간제 교사로서 살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모든 기간제 선생님들도 저랑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제가 기간제 교사임을 각인시키는 일들이 항상 일어났습니다. 학년초 시간표를 짤 때 누군가 수업을 규정 시간보다 많이 해야 할 때면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시간을 더 맡아야 했습니다. 또 공개 수업이나 연구 수업 등 귀찮고 골치 아픈 업무는 내게 맡겨졌습니다. 어떤 때는 정규직 교사의 편의를 위해, 그 업무를 잘 안다는 이유로 나의 업무가 아닌 일도 해야 했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해서 대회에 나가 우수한 성적을 거두거나 담당하는 업무에서 성과를 거두어 공적조서를 써야 했을 때, 기간제 교사는 공적조서를 쓸 수 없다는 이유로 다른 교사가 한 일로 해야 했습니다. 방학 때도 기간제 교사는 15일을 근무해야 월급을 줄 수 있다고 해 방학 중에 출근을 하기도 했습니다.
화를 낼 수도 억울함을 말할 수도 없어 숨어서 혼자 눈물짓기도 했습니다. 저는 교사가 아니라 기간제 교사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저 혼자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니라 기간제 교사의 일반적인 경험입니다.
특히 기간제 교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로 차별받고 있음을 절감하게 한 것은 성과급이었습니다. 2009년부터 정규직 교사들에게 성과급이 지급됐으나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간제 교사는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물론 성과급은 기본적으로 폐지돼야 할 제도입니다. 교사들을 길들이고, 교사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위화감 등을 조성해 교사들의 관계를 불편하게 하는 존재 자체가 부당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정규직 교사와 똑같이 업무분장을 받고, 때로 그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데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입니까?
이 사건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심화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호봉수 제한은 있었으나(2년 전에 풀림), 급여는 정규직 교사들과 차이 없이 자신의 경력 연한에 따라 받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이런저런 불편부당한 일이 있지만 급여 덕분에 차별을 덜 느껴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성과급이 들어오면서 차별은 심화됐습니다. 성과급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기간제 교사들은 성과급을 못 받아 속상하다는 넋두리를 슬쩍 꺼내 놓으면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하는 정규직 선생님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로가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해 우울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정규직 교사가 발벗고 나서 기간제 교사 4명이 소송을 해서 이겼다는 소식과 함께, 기간제 교사 성과급 지급 집단소송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반가웠던 것은 이 소송이 비정규직의 설움인 정규직과의 차별을 완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놀란 것은 전교조가 이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6월에 승소한 기간제 교사 4명의 소송도 전교조가 기획하고 정규직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한 소송이었습니다. 즉, 정규직 교사들이 기간제 교사들의 문제를 함께 풀었고, 비정규직이 받는 차별을 완화하고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교사들이 연대한 것입니다. 정규직 교사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동지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소송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면서도 망설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말 이길 수 있을까, 정부가 돈이 없다고 하는데 돈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미 소송을 제기한 교사 4명이 1심에서 승소했다고 하니 분명 승산이 있습니다. 설령 이기지 못하더라도 기간제 교사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교과부가 내년부터 기간제 교사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물론 이 방안은 정규직 교사들의 지급액보다 적은 금액일 뿐 아니라, 법원 판결과는 달리 기간제 교사가 교육공무원임을 인정하지 않고 별도의 지급 방안을 마련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변화는 기간제 교사들의 부당함을 알리고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낸 교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또 한 가지 걱정은 소송을 한 기간제 교사들의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져 기간제 교사 채용에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입니다. 한 달 봉급에 조금 못 미치는 성과급을 받겠다고 소송을 했다가 오히려 기간제 교사 생활도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충분히 걱정되는 문제지만 이것을 두려워해 소송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차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기간제 교사들이 흔들림 없이 소송을 함으로써 저들에게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정당한 권리 찾기가 일자리를 뺏는 이유가 된다면 우리는 다시 싸워야 합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맙시다. 폭풍이 지나간 들녘에 핀 한 송이 꽃이 되기를 기다리는 일은 옳지 않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습니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 우리가 맞아야 할 폭풍이 있다면 당당히 맞서 폭풍을 이겨내야 꽃을 피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동안 우리가 학교에서 당한 억울했던 일들을 떠올려 보자고요. 싫다는 말도, 부당하다는 말도 할 수 없었던 그 시간들을 생각하며 이번 기회에 우리가 당하는 부당한 대우를 사회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이것은 나 혼자만 겪는 부당함이 아닙니다. 4만여 기간제 교사들이 겪는 부당함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목소리를 모아 크게 소리쳐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