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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는 왜 일어나고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정부의 처벌 강화 정책은 가해자 개인을 괴물로 낙인찍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성범죄에는 사회적 뿌리가 있다.

성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뿌리 깊은 여성 차별과 성의 소외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성은 사고팔리는 상품이다. 여성의 신체는 신문, 방송, 광고 등에서 물건처럼 전시된다. 여성을 그저 눈요깃거리, 열등한 존재 취급하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의 성 의식은 왜곡되기 마련이다.

성폭력의 압도다수는 아는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 ‘낯선 성맹수가 충동적으로 덮친다’는 가정 하에 나오는 대책들은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자본주의는 가족, 특히 가족 내의 여성에게 노동력을 돌보는 일을 전가해 왔다. 이 때문에 여성들은 전례 없이 많이 사회에 진출했지만, 다른 한편 여전히 남성의 부속물로 취급받고 어머니·아내로서 가족에 헌신할 것을 요구받는다. 자본가들은 이런 차별을 통해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여성들에게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한다.

이런 체계적 차별 속에서 여성은 자신의 몸과 삶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동등한 주체가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에는 이 밖에도 수많은 차별과 소외가 있다. 소수의 부자와 권력자 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자기 뜻대로 통제하기 어렵다.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이 강요되고, 이 경쟁의 도가니에서 실패한 사람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이런 병든 체제 속에서는 자긍심 없고 가난에 찌들리고 복수심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형수의 압도 다수는 일정한 수입이 없고 가난과 가정폭력에 노출된 사람들이다. 사형수 대부분이 돈이나 복수심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국민일보〉, ‘사형수 63인 심층 리포트’).

따라서 범죄를 몇몇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며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범죄의 사회적 토대에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뉴질랜드와 캐나다 교정 당국은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자존감 형성 프로그램 등 재활 교육에 체계적인 투자를 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재범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복지도 대폭 확충돼야 한다. 이번 나주 사건의 가해자도 직업 없이 피씨방을 전전하던 사람이었다. 복지 확충은 빈곤과 소외를 줄여 범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아동에 대한 복지도 늘려야 한다. 최근 벌어진 아동 성폭력 사건들은 가난한 마을에서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기 어려운 조건에서 벌어졌다. 아이들을 늦은 시간까지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에 투자했다면 이런 비극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가해자 격리에는 돈을 쏟아 붓지만, 정작 재발 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필요한 예산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성폭력 피해자 쉼터의 1인당 지원금은 한 달에 13만 원밖에 안 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성범죄자 치료 재활 예산, 아동 성폭력 방지 관련 예산 등은 오히려 삭감됐다.

성범죄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와 언론은 피해자의 사생활을 파헤치다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면 금방 폐기처분하곤 하는데, 피해자와 그 가족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데 필요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고 전쟁, 경찰력 강화 등에 낭비되는 돈을 복지로 돌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범죄를 낳는 사회적 조건, 즉 여성 차별과 성의 소외, 빈곤과 박탈감을 낳는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