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권력자들이야말로 성폭력 양산의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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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가 벌어질 때마다 국가는 여성과 아동의 수호자인 양 행세한다.
그러나 이들은 성범죄 근절을 말할 자격이 없다. 이들은 성폭력을 양산하는 사회구조의 일부다.
지난해 ‘슬럿워크’ 시위가 폭로했듯이, 경찰과 사법기관들이 성폭력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일이 흔히 벌어진다.
성폭력 피해자는 흔히 순결이 더렵혀진 사람으로 취급된다. 이런 편견 때문에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숨기곤 한다. 또, 부부 사이에서 벌어진 강간이나 연인 사이에서 벌어진 데이트 강간은 강간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여성의 NO는 YES’라는 편견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여성의 의사가 아니라, 여성의 옷차림, 음주 여부, 성관계 전력, 상대 남성과의 친분, 여성이 얼마나 저항했는가 등 여성의 ‘행실’이 판결에 중요한 요소다. 피해 여성이 죽을 만큼 저항하지 않으면 강간으로 인정받기 힘들며, 오히려 여성이 ‘꼬리치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받곤 한다.
가령, 2008년 ‘청바지 판결 사건’에서 재판부는 ‘청바지는 벗기기 어렵다, 피해자가 우울증 전력이 있다, 저항을 입증할 만한 상해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강간 시도에 대해 무죄라고 판결했다. 피해 여성은 강간을 피하려고 6층에서 뛰어내렸는데 말이다.
2004년 밀양 집단 성폭행 당시에도 경찰은 피해 여학생에게 되레 “밀양 물을 흐려 놨다”고 비난했다. 고려대 의대생 세 명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에서도 피해자는 ‘원래 문란한 여자’라는 가해자 부모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관행 때문에 성폭력 신고율과 기소율은 매우 낮다. ‘2010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에 따르면 강간, 강간미수 피해 신고율은 12.3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렵게 신고해도 기소율과 실형 선고율이 낮아 여성들은 또 한번 좌절한다. 2011년에 대검찰청이 밝힌 지난 5년간 기소율은 47.5퍼센트고, 이 중에서 징역형의 실형 선고율은 28퍼센트밖에 안 된다. 신고율이 10퍼센트라는 가정 하에 계산해 보면 전체 성폭력 사건 중 실형 선고 비율은 1.33퍼센트밖에 안 된다.
이처럼 국가권력은 성폭력을 사소한 것으로 취급해 왔다. 게다가 권력자들 자신이 성폭력과 성희롱, 성매수를 일삼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