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같은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마르크스주의는 유효하지 않다, 마르크스주의는 독재로 이어진다, 마르크스주의는 사람을 기계 부속품으로 격하시킨다, 마르크스주의의 이상주의적 태도 때문에 인간 본성을 무시하게 된다, 마르크스주의는 폭력을 신봉하니까 반민주적이다, 마르크스주의에 따르면 모든 게 다 국가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
테리 이글턴은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에서, 이런 주장들을 유쾌하면서도 열정적으로 비판한다.
이 책은 인용문이나 왕창 달아서 마르크스를 지루하게 방어하는 책이 절대 아니다. 마르크스주의에 충실하면서도 교조적이지 않다.
테리 이글턴은 마르크스주의가 정말로 끝났다면 얼마나 훌륭한 일이겠냐며 능청스럽게 묻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 마르크스주의가 정말로 끝났다는 것은 자본주의가 없어지고 인류는 다른 사회체제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이글턴은 진짜 몽상적인 사람들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제대로 돌아가는 체제라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마르크스 자신이 자본주의의 경이로움을 찬양하긴 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진정으로 경이로운 점은 자본주의가 그 자신의 무덤을 파는 사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의 희생자인 동시에 자본주의의 부를 전체를 위해 쓰도록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글턴은 책에서 마르크스에 대한 다른 오해들도 다루고 있다. 흔히들 마르크스가 결정론적이었다고, 즉 노동계급의 승리가 필연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면, 투쟁으로 사회를 바꿔야 한다는 점을 마르크스가 왜 그렇게 많이 말했겠는가?
마르크스는 혁명과 민주주의를 서로 대립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마르크스는 광범한 대중이 공공의 일을 통제함으로써 국가가 소멸되기를 바랐다.
개성에 대해서라면, 자본주의야말로 모두의 개성을 하향평준화한다. 마르크스에게 있어 사회주의의 목적은 상호 협력적인 발전을 토대로 개인들의 개성이 만개하는 것이었다.
그 밖에도 이글턴은 ‘마르크스주의에 인간 본성이나 도덕에 대한 개념이 있나?’, ‘토대와 상부구조의 관계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같은 까다로운 쟁점들을 명확히 규명한다.
이 책은 사회주의자들이라면 꼭 서가에 꽂아둬야 할 훌륭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