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고혜경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인천지부 지부장 인터뷰:
“정부는 학교를 멈출 수 있는 우리의 무서움을 알아야 합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에 나서고 있다. 최근 교과부가 학교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안을 발표했지만, 무기계약 일괄 전환시점을 애초 약속보다 1년 더 연기하고, 내년 예산안에 고용안정과 처우개선 항목조차 포함시키지 않아 기만적인 방안에 불과하다. 이에 맞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호봉제 도입, 교육감 직접고용, 정규직과의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11월 3일 학교비정규직노동자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저는 급식실에서 11년째 조리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세월이 쌓이다 보니 문제점을 느꼈어요. 우리도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학교비정규직 노조를 준비한다는 소식지를 보고 찾아갔죠. 그렇게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고혜경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인천지부 지부장 ⓒ사진 출처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우리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고용 안정이에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0월이 되면 불안을 느끼기 시작해요. 10월부터 감원이니 뭐니 이야기가 돌기 시작하거든요. 12월, 1월까지도 내가 계속 일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어요. 피가 마르는 거죠.

사례 하나를 들게요. 지난해 겨울 한 학교의 급식실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급식실장이 조리원들을 다 불러 놓고 한 명을 잘라야 한다며 내일까지 누구를 자를지 정하라고 했대요. 십 년 넘게 함께한 노동자들이 울면서 노조를 찾아왔어요. 이처럼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어요.

일 년을 다니든 십 년을 다니든 월급이 똑같은 것도 문제예요. 일을 오래하면 월급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어요.

부당한

우리가 요구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교육청이 나서야 해요. 고용 문제를 학교장이 해결하기 어렵고, 예산 권한도 교육청이 갖고 있어요. 예를 들어 광주에서 인력풀제를 운영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를 막았는데, 일하던 학교를 그만두면 교육청이 다른 학교로 바로 연결해 일하게 하는 제도예요. 교육청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면 이런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교육감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어요. 현재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서는 교섭이 이뤄지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교섭을 회피하고 있어요. 노동부조차 우리의 사용자는 교육청이라고 판결했지만 무시하고 있는 거죠.

최근 교과부가 학교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우리가 법안도 준비하고 파업도 한다고 하니 선수를 친 것 같아요. 하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고, 이걸로는 바뀌는 게 없어요. 학교에서는 무기계약직이든 기간제든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건 똑같아요. 제가 일하는 급식실에도 무기계약직 6명이 있지만 학교는 한 명을 감원하려 해요.

우리의 요구는 교육감 직접 고용, 호봉제, 정규직과의 차별 철폐 등이에요. 교과부는 호봉제도 못 하겠다고 하잖아요. 오히려 더 투쟁해야겠다는 의지만 돋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이런 요구를 갖고 11월 3일 학교비정규직노동자대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국회에서 교육공무직 특별법 발의도 준비 중이에요.

현장의 분위기는 좋아요. 수당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는데, 9월부터 교통비, 가족수당, 보육수당 등이 생겼어요. 그래서 급식 조리원 생활 11년 만에 처음으로 제 월급이 1백만 원을 넘겼어요. 노조가 만들어지고 투쟁에 나서자 처우가 좋아지고 있는 거죠.

정부가 계속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파업도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조합원 교육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전교조와 민주노총이 함께하는 것이 중요해요. 함께할 때 우리 투쟁의 정당성도 널리 알리고 조합원들도 더 당당히 투쟁에 나설 수 있으니까요.

모든 것이 처음이라 불안함도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요. 이 마음이 어떻게 터져 나올지는 우리도 아직 몰라요. 우리는 학교 현장을 멈출 수 있어요. 정부는 우리의 무서움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