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오바마에 대한 냉소 속에 반격도 자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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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가디언〉, 〈네이션〉 칼럼니스트이자 브루클린대학의 교수를 역임한 작가 개리 영이 오바마 정권의 성적과 미국 노동계급 사이에서의 분위기에 대해 말한다. 이 인터뷰가 미국 대선의 쟁점과 구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4년 전 미국 대선에서는 낙천적 열정이 가득했습니다. 4년 전에 비해 지금은 많이 바뀌었나요?
2008년에는 사람들이 흑인이 대통령이 됐다는 것에 정말 기뻐했어요. 그 사실이 뜻하는 바를 깎아내릴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또 실질적인 변화라고 과장해서도 안 돼요. 변화는 상징적인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미국이 전쟁과 인종차별주의를 넘어 새로운 길로 가기를 바라는 진실한 요구도 있었죠. [그러나] 오바마는 실제로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그런 희망의 구현인 것처럼 포장했어요.
2008년 선거는 자본주의가 완전히 붕괴되는 와중에 치러졌어요. 당시는 정말 새로운 게 필요하다는 진실한 요구가 있었던 때고, 오바마는 새로워 보였고 자기가 새로운 양 행동했죠.
하지만 그가 변화를 일으키진 않았어요. 흑인도 백인만큼이나 체제를 자본주의적이고 인종차별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거죠.
오바마의 당선은 지배자들에겐 흑인의 미국을 받아들이라는 통보였지만, 그 자체가 실질적으로 뭔가 해낸 건 없어요.
이제는 사람들이 오바마를 어떻게 보나요?
사람들이 오바마를 좋게 봐 주고자 하는 것을 과소평가해선 안 돼요. 하지만 냉소가 있죠.
오바마는 자기가 왼쪽에서 도전받고 있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미등록 이주자의 자녀들이 미국에서 단속당하지 않고 머물 수 있게 한 거예요.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는 목소리도 냈죠.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하면 사실과도 다르고 게으른 분석일 거예요. 이라크에서 전투병이 철군했어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전쟁이 끝날 날이 보이고요. 대법원에 여성 법관이 둘이나 들어갔고, 그중 한 명은 라틴계예요. 하지만 이로는 불충분하고, 변화가 더 많아져야 해요.
2008년에 오바마는 투표 참여층을 바꿨어요. 많은 청년, 흑인, 라틴계 사람들이 찍을 만한 후보가 있다며 투표장에 왔어요. 4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그때만큼 오바마에게 빠져 있지는 않아요.
아마 라틴계가 가장 많이 실망했을 거예요. 라틴계 사람들은 1950년대 이래 가장 많은 비율이 추방되고 있어요. 많은 청년들이 오바마에게 투표했지만, 지금은 청년 실업이 늘어나고 있죠.
롬니와 오바마 모두 노동계급의 지지를 얻으려 합니다. 그들의 시도는 성공적인가요?
롬니는 자기가 노동자들의 요구와 교감하고 있는 것처럼 연기해요. 하지만 롬니 혼자 보유한 재산이 하위 8퍼센트가 보유한 재산을 다 합친 것의 갑절이나 되죠.
조지 부시는 ‘보통 사람’인 척하는 걸 정말 잘했어요. 롬니는 그런 능력이 없지요.
그러니 오바마가 “나는 롬니보단 부자를 덜 챙기는 편이야”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오바마는 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건강보험료 문제로 씨름해야 했다는 둥 하는 얘기를 하는 거예요.
오바마는 명문 사립고를 다녔지만 노동 빈민들과 연결점이 있다고 할 만하긴 해요. 오바마는 지역사회 활동가 출신이고 노동계급과 같이 일하기도 했어요.
이번 선거에서 인종차별주의 문제는 얼마나 중요한가요?
역대 선거에서 가장 인종적 양극화가 심한 선거가 될 거예요. 인종차별적 편견들이 엄청 나올 거예요.
놀랍게도, 오바마가 무슬림이라고 생각하는 공화당원의 숫자가 지난 선거 때보다 두 배나 늘었어요. 흑인이 대통령 되는 꼴을 못 봐 주는 많은 사람들이 롬니를 찍겠죠.
오바마의 인종 문제는 그냥 피부색 문제가 아니에요. 2042년쯤이면 백인은 미국에서 인종적으로 소수 인종이 될 거고, 꽤 많은 백인들이 그 사실을 달가워하지 않죠.
그 자신이 이주민이기 때문에 오바마는 그들에게 ‘세계화의 공포’를 상징해요. 세계화와 해외 무역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사람들은 공화당원들이죠.
게다가 오바마의 아버지는 무슬림이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한 차례 패배하고 뚜렷한 성과 없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떠나는 시대죠.
한편 롬니는 백인이 아닌 사람들의 적대감을 불러일으켰어요. 롬니가 이기려면 백인 표 61퍼센트를 획득해야 해요.
미국 선거에서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 코드는 아직 통해요. 하지만 라틴계 인구가 늘어나고 백인 인구가 줄어들면서 예전처럼 강력하게 작용하지 않을 뿐이죠.
어느 공화당원이 말하길, 이런 선거는 다시는 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티파티는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실제로 이길 수 있는 시기의 마지막 안간힘입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은 선거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국제 쟁점 가운데 회자될 만한 쟁점은 유럽 문제뿐이에요. 공화당은 민주당 정부의 ‘퍼주기’ 정책이 미국을 그리스처럼 만들 거라고 말해요. 민주당은 긴축이 미국을 유럽 스타일의 위기로 몰아넣을 거라고 말하고요.
근본에서 이 문제 또한 경제 쟁점이에요. 다른 쟁점이 이 문제를 제치고 튀어나올 가능성은 낮은데, 다른 문제를 제기한들 어느 쪽이든 득을 보지 못할 게 뻔하니까요.
공화당은 이스라엘 문제를 쟁점화하고 싶어 해요. 하지만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쟁점화하지는 정말 못할 거예요. 애초에 그들이 냈다가 실패한 아이디어였으니 말이에요. 오바마는 이라크 문제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언급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는 고통스러운 기억이 떠오를 겁니다. 아프가니스탄 문제도 아직 정리가 안 됐고요.
제3당 후보가 부상할 가능성은 어떻게 보세요?
꽤 낮죠. 오바마는 미국 선거 판에서 나올 수 있는 최선의 후보였어요. 이렇게 말하면 미국 선거 판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겠죠. 미국 선거 제도는 제대로 된 제도가 아니에요.
선거에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돈을 생각해 보면, 현재 제3당이 돌파구를 만들 가능성은 없어요. 수십억 달러라도 갖고 있다면 모를까.
이 말이 사람들이 선거에 그들의 주장을 전하기 위해 일어서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미국의 선거 제도는 매우 제한적이에요. ‘돈 가진 놈 마음’이라는 황금률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죠.
아래로부터의 운동은 정치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월가 점거 운동 전에는 구제금융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주로 우익 포퓰리스트나 티파티 같은 자들이었어요. 이젠 심지어 공화당도 자신이 자본주의의 수호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해요. 그랬다간 많은 사람들이 공화당을 월가의 수호자라고 간주할 것이라면서 말이죠.
월가 점거 운동은 불평등이 문제라고 말함으로써 논쟁의 지형을 옮겨 버렸어요. 좌파의 활동이 급부상했고, 이건 변화를 위한 최고의 기회죠.
흥미롭게도, 이런 일들이 오바마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으면서 일어났어요. 월가 점거 운동에서 오바마 이름은 거의 안 나왔죠.
노동자·서민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격에 나서고 있어요. 심지어 월가 점거 이전인 2010년 2월에도 미국인 36퍼센트가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어요.
미국인이 자기 자신과 미국에 대해 생각하는 관점이 도전받고 있어요. 자기 아이가 자기보다 더 못 살 거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시카고에서 교사들은 민주당 시장과 민주당 체제에 맞서 싸웠어요. 공화당은 교사들을 비난했고요. 노동자 권리를 방어해 줄 사람 같은 건 선거 정치 판에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죠.
이 때문에 세력 균형에 도전할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가끔 성과도 얻었고요.
라틴계 청년들의 캠페인이 그들을 대하는 오바마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어요. 오바마가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는 선언은 거리에서 벌어진 운동과 로비에서 나온 거고요.
이런 것들이 변화를 만들어 내요. 승리를 보장할 순 없지만, 투쟁하지 않으면 진다는 건 확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