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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점령군은 나약하고 겁먹었다

 조너선 닐은 영국 ‘기후변화 반대 운동(Campaign against Climate Change)’의 국제 간사고, 바스스파 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다. 인류학자로서 1971~1973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현지 조사를 했으며, 지금까지 아프가니스탄 등 제3세계의 실태를 꾸준히 조사해 왔다.
한국에 소개된 저서는 《오바마의 아프팍 전쟁》(공저, 책갈피), 《미국의 베트남 전쟁》(책갈피), 《두 개의 미국》(책갈피) 등이 있다.

전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 대사 라이언 크로커가 최근 한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크로커는 아프가니스탄 보안군이 알카에다의 세력 복원을 막을 수 있을 만큼 힘을 키울 때까지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청취자 전화는 한 남부 노동자로부터 걸려왔다. 그는 대사가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며 닦아세웠다. 그의 아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 중인데, 2014년에 미군이 떠나면 미국인을 가장 증오하는 사람들이 곧바로 정권을 쥐게 될 거라고 다들 생각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 청취자는 좀더 싹싹하고 점잖은 사람이었는데 아마도 장교인 듯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 일곱 차례 다녀왔고, 최근에는 쿤나르주에 갔다왔다고 했다. 그는 쿤나르의 정치 상황이 복잡하고, 파벌 간 세력 다툼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모든 파벌들 사이에 유일한 공통점은 미국인을 증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왜 대사와 견해가 다르냐고 사회자가 물었다. 그 청취자는 “현지”의 분위기를 대사가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대화는 중요한 현실을 보여 준다. 2014년에 나토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이 끝난다는 점을 모든 아프가니스탄 사람과 미군이 아주 잘 알고 있다. 미국인 69퍼센트는 당장이라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선 선거 운동에 나선 버락 오바마는 철군하겠다고 공약했고, 공화당 후보 밋 롬니는 이 문제 자체를 언급 안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진절머리를 치고 있는 탓이다.

더군다나 2012년에 철군하나 2014년에 철군하나 결과는 똑같을 것이라는 점이 더욱 문제다. 그러므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들은 자신들이 아무런 목적도 없이 싸우고 있다는 것, 대다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자신들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또한 자신들이 언제고 죽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펜타곤[미 국방부]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나토군 51명이 아프가니스탄 군과 경찰에 의한 “내부자 공격”으로 살해된 것을 두고 매우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들 내부 공격자들은 자살 폭탄 테러범이 아닌 평범한 군인과 경찰이고, “탈레반에 포섭된 사람들”이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점령군의 괴롭힘 때문에 열 받았거나 점령이라면 질색하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다.

압력

세계적으로 따져 보면 51명의 죽음은 그리 큰 게 아니다. 그러나 펜타곤은 파병 군인들에게서 무언가 조처를 취하라는 커다란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군에게 아프가니스탄 군인과 경찰은 자신들의 임무가 실패했음을 여실히 보여 주는 상징들이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남아있는 까닭은 아프가니스탄 군과 경찰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이들에 의한 나토군 살해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점령군을 얼마나 증오하는지를 보여 준다.

펜타곤이 처음에 내린 대응책은 모든 합동 작전과 훈련에 무장한 미군 경비병을 세우라는 것이었다. 이 조처는 미친 짓거리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겁을 집어먹은 미군들이 함부로 총질하는 일이 벌어졌고, 이러한 미군의 발포는 곧바로 아프가니스탄 군경과 나토군 사이의 전투로 번지곤 했다.

그래서 최근 펜타곤은 모든 미군 부대에 아프가니스탄군과의 합동 순찰이나 훈련을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했고, 아프가니스탄 군경과의 합동 순찰이나 훈련은 반드시 고위 장성의 승인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이들 장성은 전화 상으로 시간만 끌다 결국 안 된다고 할 테지만 말이다.)

한편으로 오바마가 2009년 말에 증파했던 병력이 떠나면서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기지를 폐쇄해 왔다. 이에 따라 미군의 기동력과 헬리콥터 지원에 의존해 온 아프가니스탄군은 곤란을 겪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헬리콥터, 대포, 군용 차량 들을 제공할 계획이 애초부터 없었다.

미군의 차량과 헬기 지원은 차츰차츰 줄었고,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점령군의 규모는 10만 명가량 되지만 사실 이들은 주둔 기지만 지킬 뿐 다른 임무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보며 아프가니스탄인들은 미국인들이 허약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고 있다고 여긴다. 그 결과 탈레반의 활동이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그리고 “인도주의 활동가들”과 아프가니스탄 거주 서방 “민간인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모든 아프가니스탄 정치인들은 이런 상황이 미래에 미칠 영향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철군이 끝나고 점령이 종식됐을 때 서방이 아마도 특수 부대, 훈련 교관, 외교관, 민간인 등을 아프가니스탄에 남겨 두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영국군 장군들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군과의 합동 작전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을 듣고서 매우 격분했다. 미국이 영국군과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았을 뿐더러 그 결정 자체가 심각한 군사적 패배를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반발에 직면한 펜타곤은 이러한 조처가 무슬림 증오 영화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한테 분노를 촉발한 탓에 취한 일시적 것이었다고 이제 얘기하고 있다. 이 말이 사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이 여전히 워싱턴에만 틀어박혀 논쟁을 벌이고 있으므로 우리가 그 진위를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펜타곤이 허둥거리고 있는 현 상황은 장군들이 아래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는 증표다.

철군 날짜가 점점 가까워 오고, 더 많은 군대가 떠나기 시작하고, 더 대담한 저항이 잔류 기지를 옥죄기 시작하면 그러한 압력에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32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