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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가 희소식일까?

‘대형’ ‘국제’ 기구인데다가 ‘녹색’인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에 정권 말기의 이명박 정권은 환호하고 있다.

〈경향신문〉도 “GCF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기구로서 초반 주재원만 5백여 명, 기금 액수가 수천 억 달러에 이른다”며 “이런 중요하고 규모가 큰 국제 기구가 국내에 들어선다니 뜻깊고 반가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2009년 코펜하겐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합의문은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10~12년까지 3백억 달러를 지원하며 2020년까지 매년 1천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것이 바로 녹색기후기금(GCF)이다.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밖’에서 ‘기후정의’를 요구한 사회운동 단체들의 압력이 작용했다. 심각한 기후변화로 취약한 사회계층들이 더 많은 고통을 받는다는 점에서 기후정의 운동은 탄소 배출의 최대 주범인 부자 나라가 기후변화에 취약한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과정에서 미국과 호주 등의 부자 나라의 반발에도 가까스로 출범한 녹색기후기금은, 하지만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우선 미국 등의 나라들이 녹색기후기금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들 국가는 중국과 인도 같은 중진국들에 증가하는 탄소 배출의 책임을 물으며 자신들의 역사적 책임에 대해서는 회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2011년 더반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부자 국가들이 세계경제 위기와 성장 정체 등으로 합의한 기금 조성마저 거부하거나 낮추는 방향을 제시하는 등으로 기금 조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구색 맞추기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기금마저도 각국 정부의 이해관계와 특히 세계경제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을 목격한 급진적 기후정의 운동은, 녹색기후기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시하고 근본적으로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더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진정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음을 명확히 밝히고 아래로부터 민중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10년 4월 20~22일 볼리비아 코차밤바에서 ‘기후변화와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대한 세계민중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코차밤바 세계민중회의는 기후변화의 해결 방안으로 “기후가 아니라 체제를 바꾸자” 하고 주장했다. 코차밤바 합의문은 기후변화 문제가 자본주의에서 비롯한 문제이고 이를 극복해야 기후변화를 멈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에게는 국제사회의 미흡하고 미온적인 구색 맞추기식 해결책인 녹색기후기금이 아닌 국제 기후정의운동의 실질적이고 확실한 대안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가 아닌 급진적인 기후정의 운동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실천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격으로 〈조선일보〉는 이번 일을 신자유주의 정책을 확대하려는 기회로도 삼으려 한다.

〈조선일보〉는 “정부와 인천시는 GCF 사무국 유치를 계기로 송도 거주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병원, 국제학교, 호텔 등이 들어설 수 있게 관련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정권 초기에 그랬듯 ‘분칠한’ 녹색을 자연적인 ‘녹색’이라고 강변하고 각종 기업 규제를 완화하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