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평, 《새로운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정치학 가이드》:
인류가 야만의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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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위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우파 경제 전문가들조차 “자본주의는 끝났다”는 탄식을 공공연히 내뱉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가 아닌 대안 사회의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마르크스와 그의 사상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마르크스를 재조명하는 책이 잇따라 출간돼 인기리에 읽히고 있고, 마르크스주의 강연과 토론회도 활발히 개최되고 있다.
마르크스가 뛰어난 점은 자본주의 경제 분석만은 아니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히려고 노력한 것은 자본주의를 뛰어넘기 위해서였다. 세상이 잘못됐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마르크스 경제학뿐 아니라 정치학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정치학 가이드》는 마르크스주의 정치학 입문서로서, 마르크스주의의 이론과 실천이라는 두 측면을 통일적으로 보여 준다.
마르크스주의가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회주의는 옛 소련·북한 등과 동일시되면서 억압과 독재의 사상으로 오해되고 있거나, 기껏해야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는 공상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그래서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 중 다수도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노동자·민중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는 개혁주의에 머물거나, 모든 집중주의적 형태의 조직에 부정적인 자율주의에 경도되기도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영국의 사회주의자 토니 클리프가 쓴 이 책은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세상을 꿈꾸지만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확신이 없는 사람들에게 답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제시하는 사회주의적 대안이 옛 소련·북한과는 어떻게 다른지, 혁명은 왜 여전히 가능하며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국제사회주의 사상의 핵심적 주장들을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옛 소련 사회가 실은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었으며 자본주의 사회였다는 토니 클리프의 설명은 자본주의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한 흔한 오해를 바로잡는 것과 연결돼 있다. 사적 소유의 존재가 자본주의를 규정하지는 않으며, 자본주의와 스탈린식 관료적 지령 경제 역시 대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클리프는 동시에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서도 스탈린주의 러시아와 사회주의 사이의 불연속성, 그들과 자본주의 사이의 연속성을 드러내 보여 준다.
이론과 실천의 통일
마르크스 이론의 핵심은 노동계급의 자기 해방이지만, 중국에서 마오쩌둥은 노동자들이 거의 포함되지 않은 군대를 이끌어 권력을 잡았고, 쿠바에서는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이끄는 게릴라들이 아예 권력을 먼저 잡고 나서 그것을 사회주의 혁명으로 규정했다. 두 나라는 소련과 같은 국가자본주의 국가가 됐다. 소련과 마찬가지로 이 사례들도 마르크스주의를 폐기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혁명은 20세기 초반만이 아니라 2차대전 이후에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노동자들은 이전보다 더 늘어났고, 그들을 분노케 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은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혁명들 다수는 성공하지 못했다. 노동자들의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모을 혁명 조직이 계급에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개혁주의자들이 노동자가 권력을 장악할 때까지 혁명을 밀어붙이지 않고 중간에 타협했기 때문이다.
현대사를 관통하는 혁명의 역사들로부터 혁명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몇 가지 대답을 일반화할 수 있다. 혁명적 잠재력을 가진 노동계급이 존재해야 한다(이 조건은 남한을 비롯해 적지 않은 나라들에서 충족돼 있다). 그리고 그 노동계급이 혁명을 주도하되, 절반의 과제 성취에 멈추지 말고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급의 혁명적인 힘을 올바른 방향으로 집중시킬 수 있도록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이 노동계급에 대해 충분한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혁명은 한 나라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반드시 세계 혁명으로 발전해야 한다.
토니 클리프는 인류가 “사회주의냐, 야만주의냐”의 선택에 직면해 있다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말을 인용한다. 인류가 야만의 역사를 쓰지 않길 바라는 투사들은 이 책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