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진보교육감 후보 추대위 경선:
조직 노동계급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지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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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부패와 오물을 뒤집어 쓴 검찰과 법원이 ‘사후매수죄’로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을 구속한 후, 우파들은 진보적 교육 개혁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감 권한 대행 이대영은 혁신학교와 무상급식 확대에 제동을 걸고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려고 한다. 지금도 법정 정원 수를 채우지 못해 교사 4만여 명이 부족한데도 교과부는 교원 법정 정원 기준을 없애려 한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이런 개악에 맞서 진보 교육개혁을 더 전진시킬 것인가 아닌가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 진영이 벌이는 한 판 승부가 될 것이다.
우파들은 엊그제까지 박근혜 캠프의 참모였던 문용린을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내세웠다.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경선 박근혜 선본의 교육정책자문단으로 활동했던 문용린은 이번 대선에서도 박근혜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교육 공약 개발을 총괄했다. 박근혜의 교육 정책은 국립대 법인화, 자율형 사립고, 일제고사, 교원평가, 교원차등성과급 등 이명박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문용린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1월에 교육부 장관에 취임해 온갖 물의를 일으키다 7개월만에 물러났다. ‘5·18 전야제 고급 룸살롱 술판’ 사건과 과외 금지 위헌 판정 이후 저소득층에 ‘과외비’를 지원하겠다고 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졸속으로 영어 원어 수업을 추진하겠다고 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이명박보다 무려 8년이나 앞서 ‘영어몰입 교육’을 하려고 한 것이다.
문용린은 짧은 임기 동안 온갖 개악을 시도했는데, 기여입학제, 대학 정원자율, 교원평가제, 수석교사제를 도입하고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 해 전교조 결성 11주년 기념 전국교사대회에 김대중의 축사를 대독하려고 연단에 올랐다가 교사들의 야유를 받았다. 그는 2008년에는 악명 높은 학습지 기업인 대교가 인수한 외고의 이사로 선임됐다. 김포외고 입시 비리가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당시, 대교의 학교 인수는 진보진영에게서 질타를 받았다.
청소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시작된 2008년 촛불시위로 이명박의 개악은 잠시 주춤했다. 이때 문용린은 고교 다양화, 교원평가, 대입 자율화, ‘영어몰입교육’ 등 “방향은 잘 잡았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서 이대로 가면 큰일 난다 … 현장 이야기를 안 듣는다는 말도 있지만 현장이 변하기 싫어서 하는 소리도 있는 만큼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하고 주문했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선 “전교조 교육감에게 교육을 맡겨선 안 된다”며 보수 후보를 지지했고, 올해는 보수 후보로 직접 나섰다.
전교조 불가?
진보진영은 우파들의 반격에 맞서 진보적 교육 개혁을 계속하려고 ‘진보교육감 추대위’를 구성했다. 현재 다섯 명의 후보가 경선을 하고 있고, 11월 13일 진보 교육감 후보가 결정된다.
추대위 경선에 나선 다섯 후보들은 모두 보수 후보인 문용린에 비하면 비할 바 없이 낫다. 다섯 후보들은 모두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인권 등 곽 교육감의 진보적 교육 개혁을 계승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다섯 후보 중 누구로 단일화하든 그 후보가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하기를 바란다.
진보 교육감은 곽 교육감의 공(功)을 계승하는 것뿐 아니라, 과(過)는 극복해야 한다. 곽 교육감은 혁신학교와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등을 진전시키는데 기여했지만 정부와 우파의 압력에 일부 타협해서 개혁을 바라는 대중의 실망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집중적인 탄압을 받은 전교조 교사들을 방어하고 사기를 진작시켜 투쟁을 벌이고 교육 개혁에 나설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진보 교육감은 자사고, 일제고사, 교원평가, 성적 공개 등 특권교육·무한경쟁 교육을 단호히 거부해야 하고 전교조 탄압에 반대하고 방어해야 한다. 우파의 진보 교육감 흔들기, 정부의 국가기구를 이용한 탄압에도 물러서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 개혁을 위해 투쟁하고 진보교육감을 지지해 온 진보진영을 결집시켜야 한다. 교육감의 법적 권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교육 개혁을 하려면 대중 행동을 고무해야 한다. 전교조, 학교비정규직 노조 등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하고 지지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추대위 경선에 개입하면서 야권 대선 후보의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전교조 출신의 교육감 후보를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전교조 불가론’은 단지 선거 공학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다. 사실 민주당은 집권 10년 동안 이명박근혜와 교육 정책에서 질적인 차이가 없는 정책을 밀어붙였던 과거가 있다. 대학등록금 인상, 국립대 법인화, 교원평가, 국제중 등 귀족학교, 교원차등성과급 등은 모두 민주당 정권에서도 추진했던 정책이다. 과거 민주당 정권이 이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데서 전교조는 걸림돌이었다.
그런데 추대위 경선에 나선 교수 출신 후보들이 모두 민주당의 주장에 편승해 자신들이 전교조 출신의 후보들보다 우파의 색깔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내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현재 진보교육감 선출 과정에서 핵심 구도는 전교조 후보 대 비전교조 후보로 짜여지고 있다. 그리고 이수호 후보가 가장 유력한 전교조 후보로 부상했다. 현장 교사들과 노동조합과 진보진영에서도 민주노총과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이수호 후보에 대한 지지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내부 경선에서는 이런 정서에 공감하며 조직 노동계급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이수호 후보를 지지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물론 이수호 후보가 노동운동 내에서 상당히 온건한 노선과 경향을 대표해 왔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말이다.
이수호 후보가 민주노총과 전교조 위원장 출신임을 강조하며 출마한 만큼 전교조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하고 반전교조 공격에 적극 맞서면서 진보적 교육 개혁의 과제를 일관되게 대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