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기 시작한 정몽구, 한진 해고자 92명 복직, 학교비정규직 1차 파업 성공...:
투쟁하고 연대하면 승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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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기 시작한 현대차를 더 몰아붙이자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최병승·천의봉 동지의 철탑 농성으로 다시 타오른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이 광범한 지지와 연대 속에 승리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현대”의 도시 울산 시민 여론조사에서 56.5퍼센트가 철탑 농성을 지지했고, 61퍼센트가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지지했다.(통합진보당 여론조사 결과)
이런 전진에 현대차 사측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측은 “신규채용안” 강행 꼼수를 여러 번 천명했지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한겨레〉 보도를 보면, 현대차가 불법파견 인정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울산 비정규직지회도 ‘사측이 사실상 불법파견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다. 10년 동안 현대차 사측은 불법파견 비판에 모르쇠와 무시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최병승·천의봉 동지의 고공 농성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그리고 이를 지원하고 연대했던 운동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정치적 압박이 형성되면서 지배자들의 분열도 생겨났다. 노동부 장관과 노동위원회, 대법원이 현대차 사측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최근 노동자 투쟁이 부상하는 분위기도 영향을 주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투쟁이 초점을 형성하고, 일부에서는 전진을 이뤄내기도 했다. 쌍용차 해고자 투쟁에 대한 광범한 정치적 지지, 차별을 뚫고 성공적인 1차 파업을 벌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기나긴 투쟁으로 복직을 따낸 한진중공업 해고자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사측 관계자는 “불법파견 문제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경제민주화 목소리와 최근 한진중공업 해고자 복직 사건 등도 영향을 줬다”고 실토했다.
물론, 정몽구 일당은 한 발 물러서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불법파견 범위를 축소해 후퇴를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사측은 “노사 모두 동의하는 불법파견 공정을 추출해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몽구 일당은 어디까지가 불법파견이냐 공방을 벌이며 소나기를 피하려 할 것이다. 게다가 지금 작업장에서 불법파견의 여지를 없애려고 혈안이 돼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섞여 일하던 공정을 분리하고, 아예 8월부터는 불법파견 얼룩을 지우려고 현대차가 직접 고용하는 계약직 노동자를 늘리고 있다.
현대차 사측은 정규직·비정규직 노조를 이간질하려는 속셈도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에도 사측은 2000년에 정규직 노조 정갑득 위원장이 합의한 “사내 비정규직 사용 상한선 16.9퍼센트”를 비정규직 확대 정당화의 근거로 써먹었다. 따라서 정규직 노조 지도부는 사측의 이런 시도에 결코 휘둘려서는 안 된다.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
“불법파견 공정 추출”은 또 다른 중요한 문제를 낳는다. 바로 노동자들의 분열이다.
일부 공정만이 불법파견 인정을 받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나머지 공정에선 비정규직 고용이 용인되는 셈이다. 일부는 정규직으로, 나머지는 비정규직으로 남는 상황이 될 것이다.
실제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술렁임도 있다.
분열을 피하기 위해서도 올해 4월에 합의한 원하청 공동 요구안의 핵심인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면서 투쟁해야, 현대차 1만 3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단결시킬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비현실적인 요구라고 비판하는 견해가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현대차 노사전문위원을 지낸 고용노동연수원 박태주 교수는 “전원 정규직 전환” 요구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꿈쩍 않던 정몽구 일당이 왜 흔들리기 시작했는가?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그 바탕이었다. 따라서 더 큰 전진을 이뤄내려면 노동자 연대와 단결로 힘을 강화해야 한다. 박태주 교수 등이 주장하는 ‘일부 공정 정규직화’ 방안은 결코 노동자들의 단결에 도움이 안 된다.
대법원과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의 핵심 취지도 현대차에게 실질적으로 지휘·명령을 받는 모든 사내하청이 정규직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현대차에는 2012년 6월 현재 1만 3천2백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하고 있고, 1만 3천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용은 순이익 대비 9.6퍼센트 수준이다.”(심상정 의원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뽑아낸 이익의 일부만 투자해도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데, 왜 이것이 비현실적인가. 이런 주장은 어느 정도의 고용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깔고 있고, 결국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칼날을 겨누는 것이다.
한때 다소 흔들렸던 정규직지부 지도부도 지금은 “최병승 정규직 전환,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정규직 전환, 해고자 복직”이라는 요구를 내걸고 있다.
정규직지부 지도부는 더 나아가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울산·아산·전주)의 요구대로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요구를 중심으로 투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