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92명 복직:
“투쟁으로 얻은 우리 모두의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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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 92명이 1년 9개월 만에 복직했다. 이는 지난해 희망버스 운동이 거둔 가슴 벅찬 성과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세계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조선업계에서 정리해고가 철회된 것은, 많은 노동자들에게 투쟁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사측은 수주 물량이 없다는 이유로 이미 현장 인력 7백여 명 중 2백 명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휴직 상태로 돌린 상황이다. 복직한 92명도 유급휴직 상태에 놓이게 됐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사측의 반격을 대비하며 민주노조를 재건하고 연대를 지속해야 할 과제를 안고 복직했다.
박성호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철회 투쟁위원회 공동대표에게 복직의 의미와 소감, 향후 투쟁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회사는 우리를 들여보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어서 복직시킨 것인데요. 그들도 희망버스와 여론의 집중을 쉽게 잊을 수가 없었던 것 같아요.
며칠 전 노동자대회 때 한진중공업 노조가 무대에 올라 플래카드를 펼쳐 놓고 인사했는데, 여전히 우리들에게 힘을 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정말 감명을 받았거든요. 한 조합원은 울기도 했는데, 연대 동지들도 복직 소식을 듣고 기뻐 눈물도 흘렸다고 들었습니다.
투쟁으로 얻은 성과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기는 싸움이 별로 없었는데, 우리의 복직이 우리만의 기쁨이 아니고 투쟁 현장에 있던 모두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희망버스 때 어떤 교수가 정리해고는 필연적이라고 했는데, 정리해고를 하지 않아도 기업이 운영될 수 있거든요. 문제는 돈벌이를 위해서 무조건 사람을 정리하겠다는 사고입니다.
정리해고법이 역사도 별로 길지 않은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해고의 네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타당성을 인정해 줬거든요. 정리해고법이 통과될 당시에 운동 세력이 말한 대로 된 거예요.
그런데 민주통합당은 정리해고법을 아예 없애자는 얘기를 하지 않더라고요. 법문을 그냥 좀 고치자는 의견인데, 결국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투쟁뿐입니다.
2011년 희망버스 때 우리가 얼마나 싸웠습니까. 쌍용차나 한진중공업 같은 싸움이 있었기 때문에, 정리해고가 정말 살인 해고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 단식이 거의 40일이 다 돼 가는데, 연대 투쟁의 힘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저희도 지원할 생각입니다.
지금도 한진중공업 사측은 특히 민주노조를 철저히 부정하는데, 조합원들이 흔들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민주노조 조합원의 80퍼센트가 사측 노조로 넘어가 버렸어요.
그래도 민주노조 깃발은 꽂고 가야 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똘똘 뭉쳐서, 더는 안 떨어져 나가게 하고. 투쟁이 있어야 무슨 일이 터져도 노동자들을 집결시키고 조직할 수 있거든요. 회사 압력으로 사측 노조로 넘어간 조합원들이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투쟁에 집중하려고 이번에 복직한 정투위의 92명도 집행부를 새로 꾸리고 투쟁을 선언했습니다. 조합원을 찾아다니면서 만나고 있고요.
끈기 있게 중심을 잡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언젠가는 승리할 것입니다.
인터뷰·정리 소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