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성공하기만을 바라며 동참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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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듯 싶더니, 논의를 시작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에서 안철수 캠프의 반발 속에 16일 현재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는 최근 문재인에게 지지율을 추월당한 안철수의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가 자신을 민주당과 새누리당 사이에 위치 지으면서 지지율이 정체하는 동안, 문재인의 지지율은 다소 올라 왔다.
안철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필요하다’거나, 한미FTA의 “긍정적 효과를 최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사람들의 실망을 사 왔다.
반면, 문재인은 노동계와 진보 대중에게 자신이 ‘노동자의 친구’라고 어필하며 다가갔고, 최근 열린 주요한 노동자 집회에 직접 참가해 그럴듯하게 들리는 연설도 했다.
그러나 안철수든 문재인이든 여전히 진보 대중의 열망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 11일 발표한 정책을 보면 문재인·안철수 모두 0~5세 무상보육, 의료비 1백만 원 상한제 등 여러 복지 공약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재정 마련 방안은 비어 있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가 박근혜 저지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즉, 변화를 바라는 젊은이들을 투표장에 불러내려면 단지 ‘박근혜가 권력 잡으면 큰일 난다’는 경고만으로는 부족하고 진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의제와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자·청년 들의 변화 열망에 포퓰리즘적으로 호응하려 하면서도 근본에서 자본가·기득권 세력의 심기를 건드리려 하지 않는 문재인·안철수에게는 그럴 의지와 능력이 없어 보인다. 최근 문재인은 대표적 보수 세력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 방문해 “협력”을 당부하고 NLL 사수를 다시 다짐했다. 제주 해군기지의 내년 예산안도 그대로 통과시키기로 스리슬쩍 입장을 바꿨다.
안철수는 전경련을 방문해 대화를 나눴고, 전경련은 그후 “지금까지의 불안을 많이 해소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안철수 캠프 한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안 후보야말로 친재벌 후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단일화를 통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지만, 권력을 잡을지라도 이들이 자본가·기득권 세력에 맞서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안철수가 추진하는 ‘국민연대’에 진보 세력과 노동계까지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믿기 어려운
박명림 교수는 “한국 사회의 근본개혁과 복지화·형평화·인간화”가 가능하려면 “민주개혁세력의 확대를 통한 개혁연합과 복지연합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연합에는 “노동을 포함한 하층 포용과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캠프의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문재인과 안철수가 만들기로 한 ‘국민연대’가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 더 나아가면 진보정의당, 노동계, 시민사회 등 이명박 정권 연장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연합 또는 통합하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리고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정권교체에 일익을 담당하기 위해 정책 연대나 가치 연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라며 이에 호응하고 있다. 사실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 지도자들은 ‘정부에 참여해야 실질적인 개혁을 이룰 수 있다’며 민주당과의 공동정부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내년에 경제 위기가 한층 더 심화하리라는 점 때문에 누가 당선하든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앞장서리라는 점이 예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주의 세력과의 계급연합(과 공동정부) 구상은 위험하다. 그것은 진보진영의 독립적 목소리가 흐려지고, 요구가 삭감되며 자유주의 부르주아 세력에 대한 비판을 가로막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문재인과 안철수는 “사회적 대타협”을 말하며 노동자들도 양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안철수는 노골적으로 “비정규직을 살리기 위해 정규직의 양보를 요청해야 하고, 정년을 지키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요청해야 한다. … 학비 때문에 밤새워 일하는 학생 분들에게도 조그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진보진영이 ‘민주세력’과의 연합·공동정부를 구성했을 때 노동자들에게 투쟁을 호소하기보다 ‘고통분담과 양보’를 설득하는 구실을 강요받을 것임을 짐작케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염원을 반영한 진보의 목소리가 가려져서는 안 된다.
최근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부자·재벌 증세로 연간 61조 원 복지재원을 마련”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당면한 실천 과제로 “정리해고 없는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없는 현대자동차, 백혈병 없는 삼성전자”을 말하고 있다.
또,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인 김순자 후보는 “문재인·안철수 밀어 줘도 세상은 안 바뀐다”고 비판했다.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싸워야 하고 투쟁하는 그 현장의 목소리를 모으겠다”는 ‘노동자대통령’ 김소연 후보의 말도 옳다. 진보진영은 문재인·안철수가 추진하는 공동정부 구상과는 선을 그어야 하고, 최근 전진하고 있는 노동자 투쟁들을 고무하며 다음 정부 하에서 예고되는 노동자 공격에 대비하며 꾸준히 단결과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