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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활동가들이 말하는:
문재인·안철수를 믿을 수 없는 이유

박근혜를 저지하고 진보·개혁을 이루려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밖에 대안이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 운동에 헌신해 온 활동가들에게서 문재인·안철수를 믿고 의지할 수 없는 이유를 들었다. 

왼쪽부터 정의헌, 이해영, 고권일, 이유진 씨 ⓒ레프트21

정의헌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비정규직 문제가 워낙 심각해 완화시켜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전향적인 대책이 없는 게 큰 문제입니다.

또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기본권 문제가 핵심인데,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이 형해화 돼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은 보질 못했습니다.

[문재인·안철수가] 사회적 대타협 같은 얘기를 꺼내는 건 그동안 진행돼 온 상황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 자체가 부족한 데서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IMF 이후 15년간 고통분담을 얘기해 왔지만 그 결과 기업이나 재벌 들은 계속 부를 축적해 오고 규모도 키웠지만, 사회적 양극화는 더 진행됐잖아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생활비 압박을 많이 받아서 곧 임금인상 요구나 생존권 요구가 분출할 수밖에 없는데 고통분담 논리라는 게 얼마나 먹힐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선거 시기니까 이러저러한 얘기를 하는 건데 사실 우리가 대선을 어떻게 임하고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해영 |한미FTA저지범국본 정책자문위원

안철수 후보는 한미FTA 재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다가 지금 완전히 후퇴했습니다. 발을 빼고 있는 거죠. 문제가 생기면 ISD[투자자 국가 소송제도] 재협상 하겠다는 건데 왜 입장이 바뀌었는지 설명도 없구요. 문제 발생시에 고치겠다는 얘기는 [문이 떨어졌는데] 도둑이 들 때까지는 그냥 내버려 두겠다는 얘기예요. 이는 수년 동안 노동자·농민·서민이 해 온 싸움을 부정하는 얘기입니다.

이에 비하면 문재인 후보는 ISD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것을 실천할 것인지는 다른 문제예요. 집권하게 되면 그 내부에서 진보·개혁적인 사람들이 관료 출신들을 제압해야 할 텐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발효 뒤 3개월 내에 재협상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국회에서 아무도 이 얘기 꺼내지도 않고 있잖아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뭉개고 있는 거죠. 대선 이후에도 그럴 거라고 봐요.

강력한 폐기 압력이 있어야 개정이라도 이뤄질 텐데 ‘개정을 노력하겠다’는, 이명박도 하고 있는 얘기를 하고 있으니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고권일| 제주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

안철수 후보는 역대 정부가 모두 추진했기 때문에 이 사업은 타당한 것 아니냐는 결론을 내 버렸잖아요. 그렇다는 것은 아무리 잘못된 정책이라도 한 번 추진해 버리면 다음 정권에서 무조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사고방식이잖아요. 사과 발언 하나로 대선 정국을 돌파할 수 있다거나 하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고요.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 후보도 국가안보 사업이고 노무현 정권에서 추진했던 사업이기 때문에 이 사업에 대해 추종하는 세력이었다는 거죠.

제대로 된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노무현 정권이 했던 일이라도 심판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보편적 지지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이유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신규 핵발전 증설과 수명 연장에 반대하는 ‘탈핵’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후보가 지금까지 발표한 정책만으로는 임기 중에 ‘핵발전’ 비중이 오히려 증가하게 됩니다.

핵발전소 다섯 개가 건설되고 있기 때문이죠. 고리1호기, 월성1호기를 폐쇄해도, 이 발전소들이 완공되면 전력 중 핵발전 비중이 37~38퍼센트로 증가해요. 따라서 건설 중인 핵발전소에 대한 폐쇄 결단 없이는 ‘탈핵’ 공약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2030년 전력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20퍼센트(문재인)와 30퍼센트(안철수)로 늘리겠다고 했으면 임기 중에 어떤 에너지를 늘리고 어떤 에너지를 줄여갈 것인지 밝혀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에너지 산업구조 개편을 전제로 하는 강력한 의지와 비전, 세부 정책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지금 수준의 정책으로는 어림도 없죠. 막연하고 추상적인 공약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임기 5년 동안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실현시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해야 합니다.

인터뷰·정리 김지윤, 장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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