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3차 포위의 날:
“철탑의 불꽃을 현장 파업의 횃불로 이어가자”
〈노동자 연대〉 구독
11월 17일 2천여 명의 노동자, 사회단체 회원들이 울산 태화강역 앞에 모였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서다. 금속, 건설플랜트, 보건, 공공, 공무원, 전교조 등 다양한 부문의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정의헌 민주노총 위원장직무대행은 “민주노총이 힘찬 투쟁으로 떨쳐 일어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전부 정규직으로 출발하는 새봄을 맞이하게 하자”며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투쟁을 촉구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박현제 지회장과 현대차지부 문용문 지부장은 함께 연단에 올라 연대투쟁을 다짐했다.
문용문 지부장은 “현대차 자본에게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화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를 무시한다면 현대차지부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민주 세력과 함께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제부터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현장을 하나하나 조직해 나가겠다”며 비정규직지회와 연대투쟁에 나설 것을 거듭 약속했다.
박현제 지회장은 투쟁을 비난하는 자본과 보수진영의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연대투쟁을 호소했다.
“보수언론은 우리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 그러나 노동부가 판결하고 대법원이 두 번이나 판결할 것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입니까?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요구는 대법 판결을 지키라는 요구입니다. 법을 지킬지 말지를 교섭해 결정하자고 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노동자들은 연봉 5천만~6천만 원 받으면 왜 안됩니까? 정몽구는 수천억 원을 가져갑니다. 함께 투쟁해서 노동자들을 쥐어 짜는 정몽구를 구속시키고,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는 사회를 만듭시다.”
박현제, 문용문 두 대표자들이 함께 손을 잡고 구호를 외치자 참가자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상정하고 있다”며 금속노조의 연대투쟁을 다짐했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 노동자 대통령 선거투쟁본부’ 김소연 대선 후보,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도 연단에 올라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연대를 약속했다.
칼바람
집회 참가자들은 32일째 송전탑에서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최병승, 천의봉 동지를 만나기 위해 태화강의 매서운 칼바람을 뚫고 송전탑을 향해 행진했다.
날이 저물어갈 즈음, 송전탑 앞 주차장은 연대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지난 10월 26일 열린 ‘울산공장 2차 포위의 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연대가 확산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사측이 사실상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등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줬을 것이다.
그래서 집회 분위기는 활력이 넘쳤다. 특히 송전탑 앞에서 열린 집회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다른 수많은 노동자들을 고무하는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공공운수노조 이상무 위원장은 “정권과 자본이 노동자들에게 전면전을 벌이는 이때 노동자들이 하나돼 거침없는 투쟁을 벌어야 승리할 수 있다”며 “금속이 결의한 만큼 공공도 함께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서울본부 박천석 사무처장은 “공무원 노동자들과 현대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떨어져 있지 않다”며 “유럽의 공동파업은 노동자들이 함께 파업해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고 말하고 서울본부에서 모금한 투쟁기금을 전달했다.
배현덕 전회련본부 울산지부장은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게 쉽지 않지만 송전탑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을 보며 힘을 냈다”며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도 2차 파업을 열심히 준비할 테니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도 힘을 내라”고 격려했다.
농성 중인 쌍용차지부 김정우 지부장과 유성기업지회 홍종인 지회장도 “동지들의 승리가 바로 우리의 승리”라며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노동자연대학생그룹(옛 대학생다함께)을 대표해 발언한 양효영 이화여대 활동가는 “학생들의 지지가 뜨겁다”며 “철탑에서의 15만 4천 볼트의 전류를 현장에서 단결 투쟁의 전류로, 학교에서 광범한 연대의 전류로 연결시켜 흔들리기 시작한 정몽구를 투쟁의 전류로 감전시키자”고 힘차게 발언해 큰 환호를 받았다.
노동자연대다함께는 거리와 대학 곳곳에서 모금한 4백40만 원가량의 투쟁 기금을 박현제 지회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고공 농성 중인 최병승 동지는 무전기를 통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연대투쟁을 호소했다.
“서울에서 울산까지 투쟁의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19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결의할 것을 믿습니다. 민주노총이 함께 나서서 투쟁하리라 믿습니다. 투쟁해서 비정규직·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만듭시다.”
집회의 절정은 현대차 비정규직 세 지회장들이 나와 “철탑의 불꽃을 현장 파업의 횃불로 이어가자”며 파업 결의를 알리는 것이었다.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수십 개의 횃불을 들고 나와 뜨거운 투쟁 의지를 보여 줬다. 박현제 지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라인을 멈추는 현장 투쟁으로 우리의 결의를 알리고 십 년의 피눈물을 올해 끝장냅시다. 우리가 바로 희망입니다.”
노동자연대다함께 참가자 결의대회
“연대가 뼈를 깎는 추위도 이길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노동자연대다함께는 ‘울산공장 3차 포위의 날’ 집회 후 자체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노동자연대다함께 회원과 지인 들은 서울, 부산, 대구, 대전·충남 등에서 1백여 명이 참가했다.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박현제 지회장은 1, 2차에 이어 3차에도 노동자연대다함께 회원들이 많이 와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고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현제 지회장의 호소에 화답하듯 많은 연대기금과 지원 물품이 전달됐다.
건국대 학생 단체들이 공동으로 모은 기금과 연대메시지, 이대총학생회와 노동자연대학생그룹 이대모임이 모은 기금, 한국외대 국어교육과 학생회를 준비하는 선본원들이 쓴 연대메시지, 중국어대 학생회가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지지하는 일일찻집을 열어 마련한 기금, 원광대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대표자들이 보낸 연대메시지, 성균관대, 충남대, 성공회대 대학원생들이 주변에서 받은 모금과 지지 메시지를 전달했다.
서울서부연대, 인천과 서울 동부 지역의 전교조 교사들이 모은 기금과 한 중학생이 자신의 친구들에게 받은 지지 메시지도 전달했다.
노동자연대다함께 한 회원은 고공 농성 중인 동지들을 위해 직접 짠 목도리를 전달하기도 했다.
곳곳에서 보내 온 기금과 물품은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이 얼마나 큰 지지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 줬다.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 양회삼수석부지회장은 “연대의 힘 받아 현장 파업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철탑 농성자인 천의봉 동지도 무전기를 통해 승리를 다짐했다.
“다함께 동지들의 연대는 뼈를 깎는 추위도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모두가 파업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2차 포위의 날에 파업과 특근 거부를 성사시켰습니다. 오늘 3차 포위의 날은 전면 파업을 결의하는 장이었습니다. 회사가 입장을 조금씩 바꾸고 있습니다. 이후 있을 현장 파업도 연대를 보내 주십시오. 우리는 강합니다.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현대차 4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박준현 조합원은 “철탑에 있는 두 동지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현장에서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를 조직하고 있는 4공장 정규직 노동자 정동석 동지는 현대차지부가 “대체인력 투입 저지 지침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위해 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지하고 연대하자’는 서명에 대의원, 현장위원 60명이 동참”했음을 알렸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쌍용차 문기주 정비지회장은 “곳곳에서 투쟁하는 모든 민중들이 모여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자며 24일 서울에서 열리는 ‘쌍용차 4차 범국민대회’에도 함께 참가할 것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