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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농성에 돌입한 쌍용차 노동자들의 편지:
"정리해고를 끝장내는 거대한 투쟁을 만들어 나갑시다"

 한상균 전 지부장, 문기주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 등 쌍용차 정규직·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세 명이 11월 20일 오전 쌍용차 평택 공장 인근 송전탑 위에 올랐다. 고공 농성에 돌입한 3인이 15만 4천 볼트가 흐르는 송전탑에 올라간 이유와 심정, 지지를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고공 농성에 돌입한 쌍용차 한상균 전 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 ⓒ제공 〈노동과 세계〉 변백선 기자

오늘도 힘겨운 노동자의 하루를 보내고 있을 공장 안 쌍용자동차 조합원동지와 그리고 이 땅의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는 전국의 동지들 반갑습니다.

2009년 정리해고의 광풍이 몰아닥친 지 3년이란 세월이 흘렀건만, 무엇하나 온전히 복원 된 것 없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는 암담한 현실적 고통만을 안기고 있습니다. 회사가 정상화 되면 다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한 식구로 지내겠다는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졌습니다.

2천 명에 달하는 희망퇴직자들, 정직 무급휴직자들, 그리고 정리해고자들이 정상화된 쌍용자동차에 단 한 명도 복귀하지 못하였습니다. 현장은 부정한 방법으로 정리해고라는 구조조정을 집행한 부도덕한 경영진들에 의해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의 노동탄압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어제, 김정우 지부장은 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목숨을 건 단식 41일이 진행되는 동안 정리해고로 인한 23명의 죽음에 대한 그 어떠한 대책도 대한민국 사회는 내어놓지 못했습니다. 하루하루 비쩍비쩍 말라만 가는 김정우 지부장을 곁에서 지켜보아야 했던 저희들로써는 참담한 심경을 속일 수 없었습니다.

병원으로 실려간 김정우 지부장동지의 뒤를 이어 오늘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 저희 3명은 송전탑 농성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들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다면 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30미터 송전탑에 올랐습니다.

문기주 쌍용차지부 정비지회장, 한상균 전 지부장, 복기성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 등 쌍용차 정규직·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세 명이 11월 20일 오전 쌍용차 평택 공장 인근 송전탑 위에 올랐다. ⓒ출처 금속노조

저희들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첫째, 즉각 쌍용차 국정조사를 실시하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고통스럽게 죽어간 동지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실시하라는 것입니다.

둘째, 조작되고 기획 파산에 근거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발생한 해고자들을 즉각 복직 시키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는 무리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공신력 있는 청문회장에서는 쌍용차 구조조정이 상하이 먹튀 자본과 경영진들에 의해 기획되었으며, 전문적 회계 법인에 의해 조작되었음이 만천하에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최루액과 5만볼트 테이저건과 고무탄총으로 중무장한 경찰 특공대의 공권력은 오로지 노동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만 일관했습니다.

국회가 국민 앞에 당당히 서겠다면, 더 늦기 전에 청문회에 이은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2009년 쌍용차 구조조정 사태와 이에 저항한 쌍용차 노동자들의 77일 투쟁, 그리고 이후 23명의 동지들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보낸 3년간의 쌍용차 투쟁이 사회적인 공감대와 정당성을 얻어 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해고자들의 복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기도 합니다.

저 멀리 울산에서 한달째 비정규직 철폐를 부르짖으며 고공 농성중인 최병승, 천의봉 동지를 비롯한 현대차 비정규직 동지들과 전국의 노동자 동지 여러분!

현대판 신분제인 비정규직은 사라져야 합니다. 1천만, 아니 2천만 노동자들의 삶을 철저히 빈곤으로 내몰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분할은 결코 이 사회 구성원 다수의 뜻이 아님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국가 권력을 손아귀에 쥔, 한줌도 안 되는 자본가들에 의한 착취의 방안으로 강구된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로 인한 고통은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가혹한 형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국의 동지 여러분! 악법을 어겨서 깨버립시다.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서 싸우고 또 싸워서 이 노예와도 같은 삶의 굴레를 깨버립시다.

저희들 투쟁의 시계는 2012년 말 대선에 한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화려한 공약으로 노동자 서민들에게 표를 구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해고와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정치꾼들에게 우리의 생명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30일도 채 남기지 않은 대선에서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약속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첫걸음은 재능교육, 현대차, 유성기업, 풍산마이크로텍, 시그네틱스, 쓰리엠, 쌍용차 등 자본가들의 탐욕으로 희생당한 노동자들에 대한 원상회복일 것입니다.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의 77일 투쟁은 너무나도 정당했습니다.

부당함에 저항했던 저희들은 동료를 따듯하게 안고 의지하며 한결같이 노동자의 자존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송전탑 농성에 돌입하면서, 2009년 투쟁의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저희들을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지해 주시고, 함께 투쟁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땅의 정리해고를 끝장내기 위한 투쟁, 야만과 탐욕의 자본가들에 맞선 전국 노동자들의 거대한 투쟁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고맙습니다.

2012년 11월 20일 철탑 농성에 돌입하며

한상균(2009년 당시 쌍용차 지부장), 문기주(2009년 당시 쌍용차 정비지회장), 복기성 (2009년 당시 쌍용차 비정규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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