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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고 있는 유성기업 민주노조:
“현장 투쟁의 힘을 맛보고 있습니다”

홍종인 지회장이 벌써 40일 넘게 목에 밧줄을 두르고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성기업 사측은 노조파괴 전문업체 창조컨설팅의 지원을 받아 직장폐쇄와 친사측 노조 결성으로 대응하며 악랄한 탄압을 퍼부어 왔다.

그런데 근래 에스제이엠의 승리 이후 유성기업에서도 희망의 불씨가 싹트고 있다. 양희열 유성기업 아산지회 쟁의부장이 작업장에서 살아나고 있는 투쟁의 기운을 생생하게 전한다.

“노조 파괴를 공작해 온 창조컨설팅이 공중분해되고, 얼마 전엔 검찰이 유성기업 사측을 압수수색했어요. 하지만 창조가 3년 영업정지됐다고 무슨 소용이겠어요? 압수수색도 누가 봐도 짜고 한 거였다니까. 자료들 다 빼돌린 상태라 관리자들이 전혀 긴장도 않고 여유로운 거 있죠.

그래서 홍종인 지회장이 강조하는 게, 조합원들이 뭉쳐서 현장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회장이 굴다리에 올라가면서 변화가 생기고 있어요.

목에 밧줄을 두르고 40일 넘게 농성 중인 홍종인 지회장 ⓒ사진 제공 〈노동과새계〉 변백선 기자

굴다리 위치가 참 좋아요. 매일 출근하는 사람들을 다 볼 수 있는 길목이니까. 조합원들은 아침마다 손 흔들면서 그 길을 지나가요. 어용노조 조합원들은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는데, 그중엔 가슴 아파하는 이들도 있죠.

조합원들은 ‘우리가 지회장을 지키겠다’면서 그 앞에 텐트를 쳤어요. 다들 환장한 게 뭐냐면, 지회장이 목에 밧줄을 걸었다는 거지. 누구든지 건드리면 뛰어내리겠다고 했거든요. 다들 충격을 받았어요.

지회장이 올라간 직후에 생산1과에서 싸움이 벌어졌어요.

야유회를 가면 사측이 차량을 지급하게 돼 있는데, 소속장(관리자)이 우리한텐 못 주겠다는 거예요. 5월 야유회 때도 그랬으니까 우리가 또 그냥 넘어갈 줄 알았나 봐. 근데 이번엔 우리가 달라진 거지. 관리자의 권력 남용에 대해 사과를 받아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죠.

소속장은 죽어도 사과를 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는 다 조퇴를 해버렸어요. 다음 날에도 사과를 안 하길래 또 조퇴했죠. 그 다음 날엔 생산1과만이 아니라 유성기업 전체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모두 조퇴를 하고 나왔어요. 며칠 동안 생산이 제대로 안 되니까 소속장도 답답했던지, 결국 사과를 하더라고요.

근데, 이 소속장이 어용노조 조합원들을 불러 놓고는 자기가 잘못한 게 없다고 했다는 거야. 우린 열이 잔뜩 받아서 소속장을 찾아갔죠. 근데 자기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대요, 글쎄. 믿을 수 없었지. 그래서 모두가 볼 수 있게 게시판에 사과문을 붙이라고 요구했어요.

우리는 자기 자리에 앉아서 오전, 오후 내내 일을 안 했어요. 그랬더니 소속장이 현장에 내려와서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다시 사과를 하더라고. 그래서 사과를 받아 주기로 했죠.

사과

근데 문제가 또 있었어요. 우리 조합원들이 경고장을 몇 개씩 받았거든. 사측은 우리가 경고장에 쫄 줄 알았지만, 우린 관리자들이 보는 앞에서 그걸 찢어 버렸지.

우리는 ‘경고 무효’를 요구하면서 또 일을 안 하고 자리에서 버텼어요. 그렇게 3일을 하니까, 관리자들이 미치는 거예요. 소속장이 다시 내려와서 세번째 사과를 하더라고. 그치만 경고장은 무효로 할 수 없다는 거예요. 자기 손을 떠났다나? 그래서 우린 또 라인을 세웠어요.

결국 그는 다시 사과를 하고, 두 가지를 약속했어요. 앞으로 이번 건과 관련해 절대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 대기발령을 당한 두 사람을 복귀시키겠다.

어용노조 안두헌 위원장은 ‘저 금속 깡통 노조는 승리한 게 아니고, 사측은 반드시 강하게 조처할 것’이라고 떠들었죠. 사측에게 까불지 말고 그냥 입 다물고 조용히 있으라는 거죠.

그치만, 우리는 완전히 다른 걸 느꼈어요. 어, 싸우니까 되네? 우리가 뭉치니까 쟤들도 두려워하는구나!

그 이후로 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처음 복귀할 땐 삼삼오오 모이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자유롭게 얘기도 나누고 활개치고 다니죠. 관리자들이 뭐라고 한마디 하면 우르르 몰려가 따지고. 회사는 어용노조를 추켜세워 우리의 기를 죽이려고 했는데, 그게 뜻대로 안 되는 거예요.

지난주와 이번 주(11월 넷째 주)엔 한 차례씩 네 시간 파업도 했어요. 일부 조합원들은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도 말해요. 조합원들은 현장 투쟁의 힘을 맛보고 있습니다.

에스제이엠이 승리한 것도 무척 기쁘고 힘 나는 소식이었어요. 우리가 끝까지 버티면서 창조컨설팅의 문제를 들춰낸 것도 에스제이엠 동지들에게 도움이 됐을 거라고 봐요.

저는 분명히 얘기할 수 있어요. 노동자로서 주인 의식, 자부심을 갖고 싸우는 게 정말 중요하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하나가 돼 싸우는 게 답이다.

유성 사례를 보면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사측이 복수노조 만들고 난 뒤에는 늦어요. 그전에, 조합원들끼리 서로 칼 겨누지 않도록 막아야 해요. 투쟁을 버리고 정치인들에 기대고 사측이랑 타협하면 우리의 권리도, 민주노조도 지킬 수 없어요. 나만은, 우리만은 예외라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그 잘 나간다던 만도가 당한 걸 봐요.

유성기업 사측에겐 이번이 기회였지만, 지금 위축됐던 조합원들이 다시 싸움에 나서면서 관리자들을 물러서게 만들고 있어요. 그 속에서 자신감도 붙고 있어요.

유성기업 투쟁이 승리한다면, 그건 우리만 이기는 게 아닐 거예요. 우리 투쟁에 금속노조가, 노동운동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정리 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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