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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가자 침공을 실패로 만든 아랍 혁명

혁명은 아랍 정권뿐 아니라 이스라엘도 떨게 만들었다고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전한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1854년에 이렇게 썼다. “때때로 유럽의 이른바 5대 ‘열강’을 힘으로 압도하고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제6의 세력이 유럽에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세력은 다름아닌 혁명이다.” 오늘날 중동에 대해서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군사적 세력 균형만을 놓고 본다면 이스라엘이 최근 가자지구를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듯 보일 수도 있다. 물론 하마스가 텔 아비브까지 도달할 수 있는 파즈르-5 미사일을 보유하게 된 것이 달라진 점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군사력 면에서는 이스라엘이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사태를 군사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피상적이다. 실제로는 이스라엘이 2009년에 가자지구를 공격했을 때와는 상황이 1백80도 달라졌다.

이스라엘의 자유주의 일간지 〈하아레츠〉는 이집트 대통령 무르시가 제안한 휴전안을 놓고 이스라엘 정부의 수뇌(총리 네타냐후, 국방장관 바라크, 외무장관 리버먼)들이 고심한 과정을 다음과 같이 흥미진진하게 보도했다.

“미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이 도착하기 직전에 열린 화요일 회의에서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이집트가 제안한 휴전 조건이 이스라엘보다 하마스의 입장에 훨씬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3인 회의에 배석한 정보부 관리들은 이집트가 무바라크 시절 때와는 달리 하마스를 편들면서 하마스의 치적 쌓기를 돕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바라크는 그래도 이스라엘 군이 하마스에게 본때를 보여 줬으니 그만 휴전을 받아들이자고 했고, 리버먼은 지상군 투입을 주장했으며, 네타냐후는 결단을 못 내리고 있었다.

세 사람은 “좀더 공평한 휴전 합의안을 제시하도록 이집트를 압박해 달라”고 클린턴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세 사람에게 이집트의 조건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했고, 오바마도 전화를 걸어 그렇게 요구했다.

결국 그들은 이집트의 조건을 수용했다. 초강경 우파인 리버먼조차 다른 각료들에게 이렇게 말해야만 했다. “라빈[이-팔 ‘평화 프로세스’를 개시했다가 암살당한 전 이스라엘 총리]은 가자에서 로켓이 날아오면 가자를 다시 점령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하기는 명백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집트

하마스가 승리로 내세울 만한 휴전을 무르시가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아랍 혁명이 있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번 전쟁은 아랍 혁명이 중동의 지정학 구도를 바꿔 놓기 시작했음을 보여 준다.

아랍 혁명 이후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의 우월한 군사력을 이용해 주도권을 되찾으려 해 왔다. 첫째 책략으로서 그는 이란에 맞선 전쟁(미국의 지원 없이는 실행하기 어려운)을 촉구했으나 측근들의 반발과 오바마의 제지에 부딪혔다.

네타냐후의 그 다음 꼼수는 가자지구와 관련한 새로운 휴전 협정이 논의되고 있던 상황에서 하마스의 군사 지도자인 아흐메드 자바리를 암살한 것이었다.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저널리스트인 램지 바루드는 네타냐후가 롬니를 지지했음에도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안보 문제를 신임 정부의 최우선 의제로 부각시키는 것”이 이번 전쟁의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나 막상 미국 지배자들의 시선은 아시아를 향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격하는 동안 오바마는 버마를 중국으로부터 떼어 놓으려고 버마를 방문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므로 미국이 가장 피하고 싶은 사태는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에 휘말리는 것이다. 한편 네타냐후는 중동에서도 강력한 동맹국들을 잃었다. 이집트는 물론이고, 이스라엘과 군사 협정을 맺었던 터키도 돌아섰다. 터키 총리 에르도안은 지난주에 이스라엘을 “테러 국가”라며 비난했다.

그러나 무르시와 에르도안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들이 비록 이스라엘을 상징적·외교적으로 흠집 낼 용의는 있어도 안와르 사다트가 1970년대에 포기한, 이스라엘에 맞선 무력 투쟁을 재개할 용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히 무르시는 이처럼 말에 그치는 제스처에 더는 만족하지 못하는 국민들을 통치해야 하는 처지다. 최근 타흐리르 광장 시위에서도 드러났듯이, 아랍 혁명은 무슬림형제단 같은 일개 정당의 당파적 이익에 맞게 길들여질 수 없는 역동적 흐름이다. 엥겔스의 말마따나 그것은 아랍권과 이스라엘을 포함한 모든 정권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심지어 혁명을 계승했다고 자처하는 정권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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