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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한 이정희 후보를 비난하는 우파:
99퍼센트의 입을 막으려 하지 마라

“지지율 0.7퍼센트 후보에 휘둘린 TV 토론”(〈동아일보〉)

“판 깨러 나온 지지율 0.2퍼센트 후보”(〈조선일보〉)

12월 4일 18대 대선 TV 토론회를 마치고 난 뒤, 우익들이 광분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우익들의 지도자인 박근혜를 그로기 상태가 되도록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선대위 대변인 박선규는 “소중한 자리를 실망의 자리, 어쩔 수 없는 탄식의 자리로 만들어 놓았다”고 불평했는데, 실망과 탄식의 주인공이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의 지도자가 속절없이 모욕당하는 걸 지켜 본] 1퍼센트 부패 우파들이라면, 사실 틀린 말이 아니다.

우파가 노골적으로 방송 장악까지 해가며 감추려 했던 지배계급의 추악한 실체와 가려왔던 악행들이 너무도 속시원하게 똑똑히 폭로됐기 때문이다.

이정희 후보는 토론 시작부터 기성 정당 후보들이 외면하는 진정한 노동계급의 의제들을 거론했다. 쌍용차 해고자 투쟁,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용산 철거민 참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 한미FTA 폐기 등.

특히, 발끈한 ‘행동하는 앙심’ 박근혜가 ‘애국가’ 논란으로 역겨운 색깔론 공격을 폈을 때, 이정희 후보의 반론이 압권이었다.

“충성혈서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 누군지 알 것이다. 한국 이름 박정희. 해방되자 쿠데타로 집권하고 한·일협정을 밀어붙였다. 뿌리는 숨길 수 없다. 친일과 독재의 후예인 박 후보와 새누리당이 한미 FTA를 날치기 통과해서 경제주권을 팔아먹고서 애국가만 부르면 용서가 되는가.”

또, “전두환 정권이 박정희가 쓰던 돈이라며 6억 원 줬다고 스스로 받았다고 했지 않은가, 당시 은마아파트 30채를 살 수 있었던 돈 아니냐”고 일갈한 것도 훌륭한 폭로였다. 연타를 맞고 멘붕에 빠진 박근혜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얼떨결에 해야 할 정도였다.

이정희 후보는 “재벌과 권력의 유착이 권력형 비리의 핵심”이라며 “삼성 장학생이 참여정부 집권 초기 장악했다는 말 있다. 삼성장학생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고위직에서 제외시킨다는 약속을 하라”고 문재인도 압박했다.

이런 이정희 후보의 활약은 2002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TV 토론에 나와 “한나라당은 IMF당, 민주당은 정리해고당입니다. 한나라당은 부패원조당, 민주당은 부패신장개업당입니다” 하면서 지지를 얻었던 일을 떠오르게 한다.

당황과 분노를 어쩌지 못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이정희 후보가 “남쪽 정부”라고 표현한 것을 놓고 또 종북 색깔론을 펼쳤는데, 자신들도 지난해 6월 2일치 사설에서 “남쪽 정부”란 표현을 세 번이나 반복한 것이 드러나면서 꼬리를 내려야 했다.

결국 새누리당과 우파의 광분은 “첫 대선 TV토론의 주인공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라는 〈PD저널〉의 긍정적 평가를 거꾸로 확인시켜주는 것일 뿐이다.

이정희 후보가 대변한 진보 의제와 통쾌한 폭로는 사실 왜 독자적 진보정치세력이 필요한지 보여 준 훌륭한 증거라 할 수 있다. 또 진보세력이 의회나 선거 연단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모범 사례를 보여 준 것이다.

그날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가 없었다면 쌍용차, 현대차, 강정의 억울함과 분노를 누가 대변할 수 있었겠는가? 억눌리고 빼앗겨 온 99퍼센트의 목소리를 어디서 들을 수 있었겠는가!

다카기 마사오

토론회 직후에 “다카키 마사오”와 “전두환 6억”이 검색어 1,2위에 오른 것은 이런 폭로와 비판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겨레〉 정영무 논설위원은 이를 두고 “당연히 모든 유권자의 검증을 받아야 하지만 그만큼 드러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고 옳게 지적한다. 정 위원의 평가대로 “점령군에 장악된 방송의 마이크를 잠시 탈취한 잔 다르크 … 이정희 후보는 이미지를 조작하는 바보상자와 그 배후세력에 진실의 어퍼컷을 날린 것”이다.

이는 박근혜가 우파 결집에 충실하면서 명실상부한 보수대연합 후보로 서고, 안철수의 압박으로 문재인이 오른쪽을 기웃거리면서, 밋밋하고 재미 없는 선거로 가던 대선 국면에 새로운 활기가 생겼다는 뜻이다.

주류 후보들이 제대로 자신들을 대변하지 않는 것 때문에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냉소 속에서 대선에 흥미를 잃어가던 젊은 세대가 ‘다까끼 마사오의 딸이 여왕으로 등극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반우파 정서의 청년 세대가 “여자 1호는 여자 2호가 무섭다”는 식으로 박근혜를 비꼬며 즐거워하는 것을 보라.

바로 이런 효과 때문에 새누리당은 여론조사 15퍼센트 후보만 TV 토론에 나오게 하자는 속칭 “이정희 방지법”을 만들겠다는 역겨운 제안을 전광석화처럼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대형마트 규제를 위한 법안 등에 굼뜨기 그지 없고 가로막기 급급했던 것과 천양지차다.

그런데도 우파 뿐 아니라,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진영의 일부조차 이정희 후보의 활약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예컨대, 〈한겨레〉 사설은 “이 후보의 거친 토론 방식이 오히려 보수층 결집의 효과를 거두었다”며, “유력 대선주자 두 명이 … 진검승부를 벌이는 미국 대선토론회를 … 언제까지 부러워하고만 있어야 하는가”라며 진보 후보의 TV 토론 배제 압력에 호응하고 있다.

유시민은 “거친 표현”이 “정상적이진 않았다“며 “이런 방식이 과연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얼마나 떨어뜨릴지 의심스럽다”며 〈조선일보〉가 기특하게 여길 말만 골라서 하고 있다.

이미 박근혜의 높은 지지율이 보수대연합의 결과로 형성돼 있는데, 새삼 보수층 결집을 걱정하는 것은 우습다. ‘박근혜 쪽이 사실은 몰래 좋아하고 있을 것’이란 것도 말이 안 된다. 눈이 있다면 지금 우파가 답답하고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라는 것을 얼마든지 알 수 있다.

지금 보수 대결집으로 형성된 박근혜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반우파 청년들의 열정을 불러일으켜 이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것으로만 가능하다.

우파와 박근혜에 대한 이정희 후보의 날선 공격이 문재인의 존재감을 약화시켰다는 비난도 우습다. 공평하게 시간이 주어지는 토론회에서 존재감이 사라졌다면, 자기 탓을 해야지, 누구 탓을 하나.

사실 문재인의 박근혜 비판과 대안이 별 새롭지도 않고, 날카롭지도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재인은 박근혜와 덕담이나 주고 받다가 이정희를 오른쪽에서 압박하기도 했다.

토론회 다음날 〈리서치뷰〉와 〈오마이뉴스〉 조사를 보면, 문재인 후보 지지층의 30.8퍼센트가 이정희 후보가 가장 토론을 잘 했다고 지목했다. 문재인이 자기 지지자조차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 문제인 것이다.

오히려 이정희 후보의 박근혜 공격으로 박근혜가 이기기 쉽던 대선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정희 후보도, 유시민 세력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을 주도하는 등 진보의 정체성을 훼손하던 때가 아니라, 독립적인 진보의 목소리를 대변했을 때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을 새겼으면 한다.

이정희 후보가 다음 토론 때는 이 추운 겨울 칼바람을 맞고 있는 쌍용차, 현대차, 용산, 강정의 절절한 목소리와 피눈물을 더욱 생생하게 전하며, 박근혜를 또 한 번 ‘멘붕’시키기를 기대한다.

“코리아 연방”이 ‘종북’의 증거라는 우파의 억지

김영익

이정희 후보의 입을 막기 위해 광분하는 우파는 통합진보당의 슬로건 중 하나인 “상상하라 코리아 연방”도 걸고 넘어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 “코리아 연방”이 북한이 주장하는 “고려 연방”과 비슷하다며 비난한다. 심지어 “코리아”와 “고려”가 이름까지 비슷하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건 완전한 왜곡이다. 북한 지배자들이 자신의 통일 정책으로 제시한 ‘고려 연방’과, 남한의 피억압 대중에 뿌리를 둔 통합진보당의 통일 국가 비전인 ‘코리아 연방’ 구상이 동일한 것이라 말할 수 없다.

고려 연방에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 있나? 아니면 “교원, 공무원의 노동3권의 완전한 보장”이나 “주거기본권 보장”과 비슷한 개념이라도 있나?

“코리아 연방” 구상에는 북한 지배자들의 “고려 연방”에는 없는, 그리고 남한의 다른 주류 대선 후보들에게서 찾기 힘든 진보적 의제와 정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는 통합진보당이 남한 조직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 일부에 기반한 정치 세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일보〉의 비방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다만 “코리아 연방” 구상에 대해서는 다른 점에서 지적할 점이 있다. 2007년 대선에서도 이 구상이 당시 민주노동당 대선 공약에 반영됐는데, 이때도 “통일국가가 되지 않고는 민중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는 이용대 당시 정책위의장의 발언에서 드러나듯이, 통일이 돼야 남한에서 진정한 진보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잘못된 전제가 있었다.

이번에 “코리아 연방” 비전이 제시하는 핵심 과제들도 계급투쟁을 통해서만 성취할 수 있다. 같은 민족인 지배계급에게 양보를 강제함으로써 말이다. 분단을 해소한다고 해서 이런 일이 자동으로 성취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분단 해소를 위해 계급을 초월한 단결이 강요되면 노동자·민중의 이익은 침해될 수 있다.

따라서 한미FTA 폐기·제주 해군기지 공사 중단 등 진보적 의제를 성취하기 위한 투쟁을 민족적 단결에 종속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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