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지도부 선거:
교사들의 사기 고양이 좌파 후보의 승리로 나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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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무리된 16대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 투쟁을 강조해 온 김정훈·이영주 선본이 52.3퍼센트의 지지를 얻어 당선했다. 6년 만에 보다 좌파적인 후보가 전교조의 지도부로 당선한 것이다.
위원장 선거와 함께 치러진 지부장 선거에서도 경선으로 치러진 6개 지부 모두에서 상대적 좌파 후보들이 승리했다. 전남지부에서는 역대 처음으로 좌파 성향이 당선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현장의 교사들은 “경쟁교육에 반대하는 투쟁을 조합이 제대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조합을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줬다”며 “이제 제대로 한번 투쟁해 봅시다” 하며 기뻐하고 있다.
지난 6년간 전교조 지도부를 운영했던 경향은 ‘과도한 투쟁이 전교조의 위기를 낳았다’고 주장하며 투쟁 건설 보다는 혁신학교 사업이나 대정부 협상 등에 강조점을 둬 왔다. 진보 교육감에 무비판적으로 의존하거나, 특히 민주당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경쟁교육 강화에 맞서 투쟁을 효과적으로 건설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 몇 년간 일제고사·교원평가 시행, 차등성과급 확대, 학교 별 성과급 도입 등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면서 교사들의 불만은 커져 왔다.
이런 상황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문제의식과 투쟁에 대한 의지가 좌파 선본에 대한 지지로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김정훈 후보는 전교조 전북지부장을 하면서 아래로부터 투쟁 건설을 통해 정부의 공격을 막아내고 교육개혁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진보 교육감이 우파의 압박에 굴하지 않도록 왼쪽에서 압박하면서 무엇보다 현장에서 투쟁을 건설하는 것을 통해 교원평가를 무력화하고 일제고사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등 성과를 거둔 것이다.
투지
여기에 김정훈·이영주 선본의 공보물을 황호영·남궁경 선본의 운동원이 공식 발표 전 몰래 입수한 사건도 선거에 영향을 준 듯 하다. 황호영·남궁경 선본은 이 정의롭지 못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에 응하지 않았고 새누리당과 〈조선일보〉 등이 이를 빌미로 전교조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황호영·남궁경 선본의 대응은 사람들의 실망을 불러 왔다.
이번 선거 결과는 커지는 교육의 문제를 더는 참을 수 없고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는 전교조 교사들의 정서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최근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학교 비정규직 파업 등 노동자들이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교사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신감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민주노총 울산본부 선거에서도 범좌파 후보가 당선한 바 있다.
김정훈·이영주 신임 전교조 지도부가 변화를 바라는 조합원들의 정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선거 기간에 강조했듯 일제고사, 교원평가, 차등성과급 등 “현안 문제에 대한 대응 투쟁”을 적극적으로 건설해 나가길 바란다. 교육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대를 건설하는 데도 앞장서기 바란다.
김정훈·이영주 후보를 지지했던 활동가들은 이제 좌파 지도부의 당선을 이용해 현장에서 교사 노동자들 스스로의 행동을 건설하는 진정으로 중요한 과제에 나서야 한다.
한국경제의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올해 대선에서 누가 당선하든 교육부문에서 공격을 시작하며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투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희망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