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현대차지부 지도부는 비정규직의 뜻을 거슬러서 잠정합의하려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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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4백여 명이 현대차 정규직지부 사무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했다. 결국 이날 교섭은 무산됐다.
이날 열릴 계획이던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과 현대차 정규직지부 문용문 지부장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망을 거스르며 잠정합의안에 서명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우려와 반발은 정당하다.
반발
금속노조, 현대차 정규직지부,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울산·아산·전주) 간담회에서 금속노조 지도부와 현대차 정규직지부 지도부는 사측이 제시한 ‘사내하도급 1차 업체와 수출선적부·CKD에만 한정해서 신규채용을 실시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반면 “비정규직 3지회는 딱 잘라서 이것을 거절했다.”(12월 26일 울산 비정규직지회 보고대회, 박현제 지회장)
현대차 비정규직 3지회는 그동안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6대 요구안을 고수해 왔다.
그런데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 지도부는 이런 비정규직의 열망을 외면할뿐 아니라 정규직 전환도 아닌 “신규채용” 방식을 받아 들이려는 듯하다.
울산 비정규직지회 김상록 정책부장은 26일 열린 울산 비정규직지회 보고대회에서 “지부 지도부는 비정규직 지회가 반대해도 연내 타결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부 지도부는 [비정규직지회가] ‘모든’ [사내하청]과 [정규직] ‘전환’을 고집하면 더 이상 교섭할 수 없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게다가 정규직지부 지도부는 “만약 지부 지도부가 교섭에서 빠졌을 때 신규채용 강행 등 후폭풍을 비정규직지회 단독으로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도 ‘노동조합 체계상 교섭권과 체결권은 나에게 있으니 위임해 달라’며 비정규직지회 지도부를 종용했다고 한다.
정규직지부 지도부는 이미 8월 말에도 특별교섭으로 떠넘기며 한발 빼려고 한 바있다. 그런데 지금 금속노조 지도부는 잠정합의안을 강요하려고 다시 자신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라고 압박을 넣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면 아예 발을 빼 버리겠다는 협박도 하면서 말이다.
근시안
문용문 지부장은 12월 25일 열린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지회 쟁대위원 간담회에서 “박근혜 당선으로 정치적 조건이 노동 쪽에 불리한 것 아니냐”, “1월 7일 주간연속2교대 시범 실시도 시작해야 하고 12월 5일부터 4/4분기 노사협의회를 진행해야 하는데 불법파견 교섭으로 두 가지가 다 봉착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인 안을 가지고 정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잠정 합의안 도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우선, 박근혜 당선으로 조건이 불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건이 불리해졌다고 곧바로 후퇴해야 하는 것인가?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한 투쟁에서 최선을 다해 해 볼 것 다해 보고 후퇴하는 것인가? 아니면 제대로 투쟁과 연대를 건설해 보려고 하지도 않고 불필요한 타협과 후퇴를 자초하려는 것인가.
현대차의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전국의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요구를 지키면서, 다시 투쟁에 나설 기회를 엿보고 도모하는 것이 현재 조건에서 올바른 전술일 것이다.
투쟁 전선을 지켜야 하고, 그러려면 투쟁의 정당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규직지부 지도부가 ‘정규직 문제가 시급하니 불법파견 문제를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근시안적인 태도다. 불법파견 문제에서 사측을 밀어붙인다면 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에서도 유리한 고지에서 투쟁할 수 있다. 정몽구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 모두의 적이다.
일단은 현재 정규직지부 지도부와 금속노조 지도부가 추진하려는 잠정합의 시도를 중단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정규직 활동가들도 나서야 한다. 정규직지부 지도부가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데다가, ‘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빨리 불법파견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좌농성에 정규직 활동가들이 함께한 모범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