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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고(故) 조성민 동지 1주기 추모글:
“생전 동지의 기여가 만개할 그 날을 위해 더 실천하겠습니다”

지난 1월 1일은 조성민 동지의 1주기였다. 20여 년을 혁명적 사회주의자로 살아 온 조성민 동지는 지난해 ‘한미FTA 날치기 무효·디도스 테러 한나라당 해체’ 촛불대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변을 당했다. 이 글은 조성민 동지 묘소에서 열린 1주기 행사에서 낭독한 추모글을 보내 온 것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이리도 빨리 지나가는군요.

동지와 약속했던 일들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는데….

오늘 동지가 떠나던 날 다짐했던 약속을 다시 되새겨 봅니다.

좀 더 나를 활동 속으로 던져 넣겠다던 약속은 일부만 이행하고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어요.

옆의 동지가 넘어질 때는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옆의 동지가 일어설 때는 보다 높은 곳으로 나아가게 할 줄 알았던 사람. 동지의 빈자리가 많이 느껴지네요. 요즘처럼 한파가 몰아칠 때 더 그래요.

세상 얘기 좀 해 줄게요.

지난 1년간 동지가 생전에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혁명은 이 땅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세계 도처에서 사람들의 행동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어요.

동지가 생전에 보았던 아랍 혁명은 이집트에서 무르시와 군부의 반혁명 시도를 막아서고, 시리아에서 아사드를 고립시켰으며, 팔레스타인에서 가자지구 폭격을 감행한 이스라엘을 패배시키며 발전해 가고 있어요.

유럽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역사적 공동총파업이 있었지요.

미국에서는 시카고 교사 노조 파업 승리에 이어 월마트 노동자들의 파업이 확산되는 등 노동계급이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있어요.

중국에서는 경제 위기 심화에 따른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와 함께 티베트 민중의 독립을 요구하는 분신이 대거 일어나고 있고, 남아공과 아르헨티나와 캐나다에서 노동자와 학생과 평범한 사람들의 저항이 분출하는 등 세계 도처에서 지배 체제에 가해지는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요.

정치적 양극화 속에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며 우리의 실천을 역사의 시험대에 올려놓기 위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노동계급의 투쟁이 열린 선거공간을 타고 상승하려는 때 터진 통진당의 선거부정과 잇따른 실책으로 노동계급 정치조직이 사분오열돼 제대로 왼쪽 축을 형성하지 못하면서 박근혜의 집권을 막는 데 실패하고 말았어요.

노동자들은 고압송전철탑에 올라 목숨을 건 처절한 투쟁을 벌이고 있고, 절망과 분노로 노동자와 활동가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어요.

우리는 좀 더 어려운 처지에서 1년을 맞게 됐어요.

바리케이드 저쪽에 고통전가를 위해 결집한 지배계급이 공격의 예봉을 세우고 있어요.

바리케이드 이쪽에는 전열이 채 정비되지 않은 노동계급과 박근혜에 반대표를 던진 1천4백70만 명의 대중이 있어요. 우리는 이들 속에서 무너진 공동전선을 복구하고 노동계급이 전투력을 잃지 않고 다가올 공격에 맞서 힘을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하고 행동해야 해요.

사회주의자는 절망에 빠지거나 회피하지 않고 주어진 난관을 혁명의 재료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죠. 어떤 것은 너무 빨리 타버리고, 어떤 것은 축축하고, 어떤 것은 연기가 너무 많이 나겠지만, 냉정과 열정을 잃지 않는다면 더디더라도 언젠가는 발화점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전에 동지가 남긴 기여가 숲을 이루며 만개하는 날, 나도 기쁨에 겨워 동지와 함께 이 대지에 누울 수 있겠지요.

그날을 위해 나를 한 걸음 더 실천 속으로 던져 넣겠습니다. 동지가 봤으면 좋아했을 영화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를 동지와 함께 불러보고 싶은 날입니다.

“우리의 성전에 뛰어들 텐가

누가 용감하게 나와 함께 설 것인가

바리케이드 너머로

그대가 갈망하던 세상이 있는가

그렇다면 전투에 가담하시오

그것이 그대들에게 자유의 권리를 줄 테니

그대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치겠는가

그리하면 우리의 깃발은 전진할 테니

누군가는 쓰러지고 누군가는 살아남을 것이오

그대는 굳게 일어나 기회를 붙들 것인가

순교자가 흘린 피가

프랑스의 초원마다 흐를 것이오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고 외치는 소리

심장 박동 요동쳐 북소리 돼 울릴 때

내일이 오면 새로운 삶이 시작되리라

- 〈레미제라블〉 삽입곡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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