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는 박근혜 복지 ②:
누더기가 될 반값 등록금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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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등록금 정책은 이명박 정부 말기 등록금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명박은 반값 등록금 약속 이행 요구에 대해, 국가장학금 도입으로 대응했다.
물론 쥐꼬리만 한 장학금 혜택이라도 없던 것이 새로 생기면서 대학생들이 다소 기대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장학금이 도입되면서 기존에 지급되던 장학금은 삭감돼, 정작 장학 혜택을 많이 받아야 하는 저소득층 대학생들 중 일부는 오히려 장학금이 줄어들기도 했다.
심지어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대체로 B학점 이상)이어야 한다는 학점 제한이 있어 대략 90만 명 이상이 장학 혜택에서 원천 배제됐다. 특히 저소득층 대학생들과 같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느라 학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장학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곤 한다.
국가장학금 2유형은 대학평가에 기초해 차등지급 했는데, 이는 대학 간 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했다. 어떤 대학의학생에겐 고작 1만 원 장학금이 지급되기도 했고, 심지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돼 2유형 장학금을 못 받은 곳도 있다. 특히, 등록금 인하율이 낮아서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의 학생들은 등록금이 비싼 이유로 오히려 장학 혜택도 줄어드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물론 박근혜는 불만을 무마하고자 당장에는 국가장학금 예산을 늘렸다. 올해 예산안에 책정된 국가장학금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59퍼센트(약 1조 원) 늘어 총 2조 7천7백50억 원이다. 1년 등록금 부담이 총 14조 원이므로 국가장학금으로 20퍼센트가량의 부담을 경감하는 규모다. 그리고 박근혜는 향후 국가장학금을 1조 원가량 더 늘리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제대로 된 반값 등록금이 못 된다. 박근혜는 나머지 금액은 사립대학들의 ‘자율적 노력’에 맡기겠다고 한다.
그러나 사립대학들에게 맡겨 두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이다. 돈벌이에 눈이 멀어 있는 사립대학 재단들이 지난해처럼 등록금 인하를 지속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벌써 올해 상당수 사립대학들은 등록금을 인하하지 않는 방향으로 후퇴하고 있다.
그리고 지배자들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복지 재원 마련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봐야 한다.
그래서 한편에선 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한 조처들을 취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대학 구조조정을 통한 정원 감축 으로 국가의 재정 부담을 줄이려 한다. 그리고 경제 위기가 더 심각해지면, 국가장학금을 늘리는 현재 추세마저 역전될 수 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반값 등록금 약속은 누더기가 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학생 활동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등록금 정책의 모순을 폭로하면서, 정부를 상대로는 국가장학금을 더 늘리고 국가장학금 성적 제한을 폐지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서울시립대처럼 국공립대부터 고지서 상 등록금이 반값이 되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등록금을 찔끔 인하하거나 인하를 거부하거는 사립대학들에서는 등록금 대폭 인하를 요구하는 투쟁을 건설하려 해야 하고, 그것을 대정부 투쟁으로도 연결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