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기아차 비정규직 해고자 고(故) 윤주형 동지가 사망한 지 열 하루 만에 그의 노제가 열렸다. 논란 끝에 기아차지부 지도부가 원직 복직 요구를 수용하고 사측과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고인을 편히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살을 에는 추위와 바람을 뚫고 이른 아침부터 동료 노동자들과 노조·단체 활동가들 1백50여 명이 기아차 화성 공장에 모였다. 고 윤주형 동지가 일하고 투쟁했던 곳에서 그의 넋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고 윤주형 동지와 함께 투쟁했던 기아차 해고자 김수억, 이동우, 이상욱 동지가 상복을 입고 운구 행렬의 맨 앞에 섰다. 아끼던 동료를 억울하게 잃은 이들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연신 눈물과 한숨을 터뜨렸다. 뼈에 사무쳤을 비정규직의 차별과 설움, 정리해고의 고통, 노조 지도부와 일부 정규직 활동가들의 외면이 낳았을 고립감. 이 모든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쳤을 것이다.
고 윤주형 동지가 살아 생전에 한 재능교육 거리특강 영상이 틀어졌다. 약간은 수줍은 듯한, 그러나 당당하게 복직을 위해 싸우겠다는 밝은 청년의 모습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나 해고가 예고돼 있죠. 당당한 요구를 하게 되면 잘리죠. 고만고만한 사업장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생각하지 못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가,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상입니다.
“현장에 있으면서도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2·3차 하청 노동자와 계약직 노동자, 해고자. … [2차 하청인] 이동우 동지의 조합원 인정 문제, 2·3차 계약직 조합원 가입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노동조합에 이런 것을 요구하는 것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철학과 관점을 제시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조합원 아저씨들, 형님·아우 들, 여성 조합원들 … 어깨 당당하게 펴고 일할 수 있는 신나는 현장 만들겠다, 그 약속을 못 지키고 있습니다. 현장에 꼭 돌아가서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고 윤주형 동지는 이날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됐다. 고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는 온 몸을 내던져 비정규직·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노동자 연대와 단결 투쟁의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 줬다.
김수억 동지는 이렇게 말했다.
“윤주형 동지가 외롭지 않게 많이 와 주셔서, 함께 마음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주형 동지를 잊지 말고 가슴에 새겨 주십시오. 저희 해고자들이 살아있는 한, 윤주형 동지를 가슴에 새기고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