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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를 지켜 주고 성공을 바라야 할까?

최근 ‘진보개혁진영이 오히려 박근혜의 성공을 바라고 지켜 줘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 성한용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기대한다”, “박근혜를 지켜라”는 칼럼을 연달아 써냈다. 김종엽 교수는 “박 당선인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을 넘어 그에게 공약 탈출을 권고하는 집단과 싸우며 그를 ‘성공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통합당은 ‘발목잡는 정당에서 탈피해 대안정당이 되겠다’며 이 방향에 앞장서고 있다. 민주당의 이런 입장이야 예상할 만한 일이지만 진보진영의 일부에서도 이런 흐름에 호응하는 분위기가 나오는 것은 우려스럽다.

물론 경제 위기 상황에서 새 정부의 실패와 복지공약 ‘먹튀’가 단지 정권과 그 측근들만이 아니라 다수 대중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를 지켜 주고 성공을 바라야 한다는 입장은 문제를 낳을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은 마치 박근혜와 우파·관료들의 지향이 대립되는 양 현 상황을 호도한다. 노동자·민중의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를 흐리는 것이다.

유종일 교수는 〈한겨레〉 칼럼에서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는 선과 악, 아와 피아의 투쟁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박근혜는 이 사회 1퍼센트와 재벌·부자에 기반을 두고 그들을 대변하는 우익 정치인이다. 그는 박정희 독재와 5·16 쿠데타를 미화하고 국가보안법 사수를 주창해 왔다.

철저히 자본가 편에 서서 노동자를 짓밟으며 한국 자본주의의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 그래서 이 사회 지배계급은 일치단결해 박근혜를 지지한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는 당선을 위해 말로라도 경제민주화, 복지를 떠들지 않을 수 없었다. 집권을 해야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 박근혜의 말 바꾸기는 개악을 본격 추진하기 전에 거짓 약속과 선심성 공약을 주워담는 과정이다.

유종일 교수는 “박근혜 당선인을 복지 쪽으로 ‘견인’해 내야, 다수 국민의 삶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1퍼센트의 대변자 박근혜를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은 공상이고, 도리어 박근혜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줄 뿐이다.

이런 주장이 만약 책략이라면 그것은 우리의 적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를 속이고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다.

독약

한편, 유종일 교수는 “야권과 진보진영을 위해서도 새 정부의 성공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실정은 야권과 진보진영한테 독약이 되었다. 반사이익에 눈멀어 쇄신을 외면하고 기득권에 집착한 것이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의 위기는 진보진영에 성장의 기회였다. 오락가락하는 민주당의 지리멸렬함도 마찬가지였다. 이럴 때 진보는 독립적 대안을 제시하며 그 공백을 파고들어야 했다. 그러나 진보진영의 일부는 진보적 의제들을 민주당 수준으로 용해시키면서 차별성을 흐리고 말았다. 통합진보당 사태까지 겹치며 진보진영은 기회를 유실하고 말았다.

지금 박근혜는 복지 공약 말 바꾸기, 부패 인사 임명 등으로 취임하기도 전에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이다. 이럴 때조차 비판과 폭로보다는 박근혜를 지켜 주려 한다면 진보진영은 또다시 성장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무엇보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의원직을 박탈하고 ‘공안통’인 황교안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진보진영 옥죄기에 시동을 거는 박근혜의 성공이 진보진영에 이로울 리가 없다.

일각에서는 박근혜가 실패하면 더 강성 우파 정부가 들어설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성한용 기자는 “박근혜 정권이 실패하면 더 나쁜 정권이 들어설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박근혜가 약속을 어겨 저항에 부딪히고 이를 물리력으로 제압하려 하면 “식물정권으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임기도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 국가와 정치 시스템 자체가 붕괴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박근혜가 노동자들을 짓밟고 개악을 추진하다가, 저항에 부딪혀 몰락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진정한 사회적 변화는 아래로부터의 저항과 투쟁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2008년 거대한 촛불 투쟁은 임기 초반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추진 등 개악 드라이브에 부분적 제동을 걸며 주춤하게 만들었다.

복지 확대도 박근혜가 약속대로 해주길 기대하기보다는, 박근혜의 ‘먹튀’를 폭로하고 기층에서 저항을 건설할 때 실현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박근혜의 모순을 드러내고 폭로하며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고무시켜야 한다. 그 속에서 단결과 투쟁의 전진에 도움이 될 정치적 주장과 대안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진보진영이 전진할 기회가 생겨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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