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의당의 ‘사회연대’ 제안:
박근혜 정부와 동맹할 자세가 아니라 투쟁할 자세가 돼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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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의당 지도부는 2월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부와 일자리와 복지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동맹을 맺을 자세가 돼 있다”며 ‘(가칭)경제민주화 실천을 위한 사회연대협의회’를 제안했다.
강성 우파 정권과 진보정당이 “전략적 동맹”을 맺을 수 있다는 주장은 당혹스럽다. 불과 두 달 전 대선에서 반새누리당 연합에 적극 참여했던 진보정의당의 이런 태도는 놀랍기도 하다. 그러나 역사적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2011년 방한 강연에서 “이탈리아에서 ‘역사적 타협’ 이전의 민중전선은 기독민주당이라는 공통의 적에 맞서 공산당과 군소 부르주아 정당들이 연합하는 것을 의미했다. ‘역사적 타협’이 획기적 반전인 것은 이 때문이다. 공산당이 오랜 적(기독민주당)을 끌어안은 것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이탈리아 공산당은 가장 큰 야당이었으면서도 기성 정치 구조에서 배제돼 있었다. 그래서 지배계급 주류와의 ‘역사적 타협’으로 이 정치 구조에 편입해 정치권력에 다가가려 했다.
진보정치세력이 주변화된 조건을 완화해 보려는 진보정의당 지도자들의 발상도 이와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진보정의당의 제안은 진보정치의 주변화를 더 심하게 만들 뿐이다.
사실 이런 제안에 ‘나름’ 노련한 정치책략이 섞여 있을 수 있다. 박근혜가 어차피 수용하지 못할 경제민주화와 복지, 양극화 해소(‘국민대통합’) 등의 쟁점에서 일부분이나마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성공적인 책략이 될 수 없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의 말을 빌리면, “[이런 제안은] 책략이 아니라 한심한 자기기만이다. … 계급은 속일 수 없다. … 마치 딴 사람인 척하며 그들을 속이려 든다면 실제로는 적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친구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결과를 빚게 되고야 만다.”
즉, 진보정당 지지자들에게 박근혜 정부와 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성격에 관한 혼란과 착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회찬 공동대표는 “[박근혜] 대선 공약은 굉장히 획기적인 것”이라며 “못할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사과하고 … 야당과 국민의 동의를 구하면 된다”고까지 말했다.
이렇게 박근혜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게 되면, 쟁점 주도권은커녕 진보정치세력들이 더 주변화할 것이다.
진보정의당 지도부는 “강제로라도 박근혜 정부가 복지와 경제민주화에 성공하게 만들겠다는 각오”라고도 말했다. 이는 최근 박근혜의 공약 뒤집기가 관료와 우파들의 압력 때문이라고 보는 일부의 시각과 연결되는 듯하다.
그 점에서 일부 진보정의당 지도자들이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보편적 증세’를 말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진보정의연구소 김형탁 부소장도 최근 조직 노동자가 양보해서 취약 노동자를 돕자는 ‘사회연대전략’을 되살리자고 나섰다.
그러나 박근혜 세력은 지배계급 주류 우파에 기반한 반노동자 정권일 뿐이다. 박근혜는 표가 필요한 선거를 앞두고 대중의 강력한 복지 욕구를 고려해 두꺼운 화장을 했던 것이다.
경제 위기 조짐을 배경으로 그 화장이 갈수록 지워지는 상황에서 진보정치세력의 할 일은 그것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일이어야 한다.
그 점에서 “사대 매국의 뿌리, 분단 독재로 자신의 권력과 부를 유지해 온 집권 수구 세력은 [동맹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이라고 일갈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의 말이 옳다.(그 자신이 주도한 진보당의 민중전선적 정책이 그런 청산에 도움이 안 되지만 말이다.)
진보정의당 지도부의 박근혜 동맹 제안은 철회돼야 한다. 진보정치세력이 동맹해야 할 것은 진보진영과 노동운동, 각종 사회운동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