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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세계적 게임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미국 군사력의 한계를 살펴본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미 해병대가 팔루자에 대한 전면 공격에서 후퇴해 옛 공화국수비대 장군의 중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미국 정부에 정말로 수치스런 일이다.

5월 1일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미군 병사 다섯 명이 사망했다. 그런 사상자 비율이 대통령 선거 때까지 지속한다면 부시는 정치적으로 지탱할 수 없다.

기성 권력 체제 내부에서 조지 W 부시와 토니 블레어에 대한 비판이 절정에 이른 것도 당연하다. 전직 외교관 52명이 블레어의 중동 정책을 비난하는 편지를 쓴 것은 그런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새 책 《제국의 선택 ― 지배인가 리더십인가》(황금가지)에 실린 내용일 것이다. 브레진스키는 결코 열렬한 자유주의자가 아니다.

1970년대 말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그는 소련을 아프가니스탄의 게릴라전으로 끌어들이고, 이슬람주의 전사들을 훈련시키고 무장시켜 점령군에 맞서 싸우게 하는 전략을 고안해 냈다.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는 이 정책의 결과였다.

1997년에 브레진스키는 클린턴 정부에 큰 영향을 미친 《거대한 체스판》(삼인출판사)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 책에서 그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나토와 유럽연합(EU)을 확대해야 한다는 전략을 주장했다.

일방주의적 예방전쟁을 추구하는 부시 독트린과, EU를 “새로운” 유럽과 “낡은” 유럽으로 분열시키려는 부시 정부의 노력은 브레진스키의 정책을 파탄냈다.

브레진스키가 그의 새 책에서 신보수주의자들의 세계 전략을 혹평한 것은 당연하다. 그는 “곤혹스런 역설 : 미국의 군사적 신뢰도는 전례 없이 높지만 정치적 신뢰도는 전례 없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미국 군사력의 한계를 반영한다. 브레진스키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적 혼란”이라는 “근본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거기서 테러리즘은 “진정으로 위협적인 징후”일 뿐이다.

이 혼란의 원인은 “끊임없는 대규모 빈곤, 사회 불의”와 중동이나 동남아시아 같은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 등 다양한 요인들이다.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 때문에 미국은 이런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 다른 나라 지배계급들과 협력할 수 없는 “미흡한 수퍼파워”가 될 위험이 있다고 브레진스키는 주장한다.

브레진스키에 따르면,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의 핵심은 “상호 보완적이고 점차 강화되는 미국-유럽 파트너십의 결정적 중요성”이다.

“유럽이 없어도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세계적으로 전능하지는 않을 것이며, 미국이 없으면 유럽은 부유하지만 무기력할 것이다.” 이 “파트너십“은 “비대칭적”일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여전히 승자일 것이다.

브레진스키의 목표는 거대한 유라시아 체스판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유명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람시는 안정적 계급 지배는 단지 물리적 강제―지배―만이 아니라 “지도” 또는 “헤게모니”, 즉 그 지배권의 이데올로기적 수용에도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브레진스키 책의 재미있는 특징은 미국의 헤게모니를 위협하는 것으로 반자본주의 운동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레진스키는 “반세계화는…응집력 있고 세계적으로 호소력 있는 반미 독트린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고 경고한다.

반자본주의 운동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작 중 하나인 《제국》의 공저자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가 브레진스키와 아주 비슷한 진단을 내놓은 것은 기묘한 일이다.

하트와 네그리는 대기업인들의 [모임인] 세계경제포럼의 정기간행물에 실린 글에서 “새로운 국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세계의 군주” 미국은 “철저히 일방주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귀족들에게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트와 네그리가 말하는 귀족은 “다국적기업들, 초국적 기구들, 기타 주요 국민국가들”이다.

이 글이 비판을 받자 하트가 내놓은 대답은 그것을 마키아벨리가 군주들을 위해 쓴 소책자[《군주론》]에 비유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지배계급들은 저마다 브레진스키 같은 마키아벨리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더 잘 착취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배계급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하트와 네그리가 굳이 이런 구실을 떠맡을 필요는 없다.

반면에, 남반구초점의 월든 벨로는 “팔루자와 새 이라크 만들기”라는 제목의 훌륭한 글에서 이라크인들의 저항과 이를 지지하는 집회·시위의 중요성을 국제 평화 운동이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편에 필요한 전략적 사고는 바로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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