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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성기 수술 없이도 원하는 성별 인정한 판결을 환영하며

3월 1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기존의 성을 제거했지만 성기 성형수술을 받지 못한 FTM(성전환 남성) 5명에 대해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남성으로 인정했다(여성에서 남성으로 정정). 성전환자들과 성소수자 운동은 이번 판결을 크게 반기고 있다.

2006년 대법원이 성전환자 성별 정정을 허가했지만 허가 요건으로 성기 성형을 요구해 왔는데, 성기 성형수술은 위험성이 크고 비용도 수천만 원에 달해 성전환자들이 성별을 정정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성별 정정을 허가받은 성전환자들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보낸다.

성전환자들에게 성별 정정은 생존 문제다. 외형을 비롯한 사회적 성별과 주민등록증 등 공문서상 성별이 다르면,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고 은행업무·병원진료를 할 때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주민번호 뒷자리가 외형상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게 알려지면 눈총을 받고 구설수에 오르기 일쑤다.

이번에 성별 정정 허가를 받은 A씨(49세)는 23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배우자와 혼인신고도 하지 못했고, 평생 투표소에 가지도 못했다고 한다. 이런 현실은 다시 성전환자들이 원하는 의료적 조치를 받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성기 성형을 비롯한 성전환 수술이 모든 성전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성전환자들은 수술 여부나 의료적 조처를 떠나 출생시 성별과 다른 성별 정체성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표현한다. 원하는 의료적 조처의 정도도 개인마다 다르며, 수술 여부가 성전환자인지 아닌지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강요

그래서 이번 사건에 의견을 제출한 세계성전환자보건전문가협회도 “신분증에 성별을 표시하도록 한 때에는, 그 표시는 개인의 생식능력과는 무관하게 그 사람의 생활상의 성별을 인정하는 것”이어야 하고 “어떤 사람도 성별 인정을 위해 외과적 수술이나 불임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하고 강조했다.

많은 성전환자들이 성전환 수술 없이도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에 따라 사회적으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 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회적 차별, 편견, 지지 부재다.

따라서 법원의 이번 결정이 진일보이기는 하지만, 성전환자들의 현실을 반영해 성별 정정 요건을 더욱 완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성전환자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원하는 의료적 조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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