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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 공직자, 연예인, 인기 강사 등 이른바 유명인들의 표절 고백이 줄을 잇고 있다.

배우 김혜수가 최근 석사논문 표절을 인정하고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개그우먼 김미화, 스타 강사 김미경도 같은 일로 자신이 진행하던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반대로, 대통령 비서실장 허태열,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 이성한 모두 박사학위 논문 표절이 드러났으나 뻔뻔스럽게도 사퇴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총선 때도 ‘문도리코’라는 별명을 얻은 새누리당 문대성을 포함한 19대 국회의원들의 표절 문제가 도마에 올랐지만, 표절이 드러난 국회의원 중 공직을 사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때문에 적잖은 사람들이 유명인과 공직자들의 표절에 분노한다. 이런 분노는 분명 공감할 만하다. 부당한 방식으로 학위를 취득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특권을 얻은 자들의 사례는 고군분투하면서 학위를 얻은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준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은 더 나아가 표절이 ‘도둑질’이라고 표현하며 지적재산권을 옹호하는 논리로 표절을 비판한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집단지성’을 추구하는 사회주의자들은 지배자들의 표절을 비판할 때 자유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달라야 한다.

‘집단지성’

사실 표절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문학작품과 예술품들은 과거의 업적들과 이러저러한 모방 위에 서 있는 창작물이 대부분이다. ‘순수한’ 창작물이란 없다.

새로운 지적 발견이나 창작물이 표절에 근거해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지식이 서로 교류되고 그 기반에서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일부 표절이 있더라도 그것이 인류의 지성이나 예술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아이슈타인도 수학자 데이비드 힐베르트의 방정식을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하지만 일반상대성이론을 최초로 밝힌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일반상대성이론의 발견이 과학계에 끼친 영향이다. 지적재산권 옹호는 진정한 인류의 지성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표절 그 자체가 나쁜 것’이라는 식의 논리라면 학점 경쟁의 압박 속에서 과제를 베끼는 대학생이나 표절 논문으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를 꿰차는 자들이나 똑같은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실제로 〈동아일보〉는 대학생들이 서로 과제물을 빌려 주는 것도 표절 방조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죄책감을 부추기는 방식의 비판이 아니라 불평등과 정의의 관점에서 지배층과 특권층의 표절을 비판해야 한다.

학점 경쟁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시험 보다가 커닝한 것이라도 발각되면 바로 F학점을 맞고, 리포트도 온라인 사이트에서 베끼지 못하게 교수들의 감시가 심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엄격해야 할 석·박사학위 심사가 유명인과 권력자들에게는 엉성하게 진행된다는 것은 명백한 불평등이다.

또, 6~7년의 시간을 들여 어렵게 박사학위를 받아도 4만 원 안팎의 낮은 시급과 빈곤하고 불안정한 처우를 강요 당하는 시간강사들의 처지를 봐도, 지배자들이 표절 논문으로 학위를 얻고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는 지난해 새누리당 국회의원 문대성이 표절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것이 문제가 돼 학생들과 강사들이 함께 항의한 바 있다.

문대성은 복사 수준의 표절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얻었고, 그 학위를 가지고 IOC 위원이 되고 동아대에서 교수직도 얻었다. 그리고 이런 직함들을 이용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문대성의 표절이 드러났음에도 아직 학위를 철회하지 않고 있는 국민대 당국은 중간고사를 커닝한 한 학부생에게 F학점을 주고, 그 학생의 실명을 대자보로 공개해 엄청난 망신을 주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명백한 이중잣대인 것이다.

허태열, 이성한 등의 표절 문제도, 그들이 논문 표절로 특권을 누리고 있는 부조리를 폭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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