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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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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악 집시법에 불복종으로 저항하기

Q 새로운 집시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법되었습니다. 경찰의 입장만 반영된 [국회] 행자위 대안이 만들어져서 이것이 곧 통과됐고 이 과정을 언론에도 전혀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여론 수렴 과정도 전혀 없었죠. 인권과 관련된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는 국가인권위와 협의해야 하는데 이런 협의도 없었습니다.

내용 면에서 경찰에 지나치게 많은 재량권을 부여하면서 ‘집회 허가제’의 성격이 더욱 강화됐습니다. 이전에도 경찰이 집회 신고 단계에서부터 사사건건 개입해서 집회를 금지하기도 하고 사소한 문제로 해산하기도 했는데, 이번 집시법에서는 이러한 규정들이 더욱 강화됐어요.

소음 규제 부분도 ― 집회에서 시민들이 주장하는 것을 소음이라고 하는 것도 웃긴 일이지만 ― 사실 집회·시위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당연히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라도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이제 집회·시위의 보조자인 경찰이 오히려 책임자가 돼서 자의적 판단으로 집회를 허가하고 통제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악법을 애써 지키면서 집회를 하는 것보다는 불복종을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집시법 개악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일단 자료를 충분히 축적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찰의 불법적 행위를 감시해 다음 재개정에서 활용할 계획입니다. 외국의 사례도 조사하고 있구요.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외국에서 우리 나라같이 경찰이 일방적으로 집회를 통제하고 허가하는 예는 없습니다.

그리고 의식적인 어기기 운동, 즉 전면적인 불복종 운동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불복종 집회를 기획해서 열려고 해요. 5월 28일에 신고하지 않고 집시법 재개정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 계획입니다.

또한 문제 조항들, 예를 들어 학교 앞이나 군사 시설 앞 집회, 야간 집회 등을 일부러 신고하고 경찰에서 금지하더라도 강행해서 집회를 열 생각입니다. 그래서 집시법을 없애든지 독일처럼 기본법 정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Q 집시법 재개정에 대한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이번 집시법이 전격적으로 개악된 것은 노무현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경제 정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민중들이 자신들의 불만을 집회·시위로 나타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통제하기 위해 집시법을 개악한 것이라고 봐요.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도입은 결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집시법이 개악될 때 열린우리당 의원 상당수가 동의했었습니다. 천정배 의원이 수정안을 냈지만 당의장인 정동영은 개악안을 찬성했죠.

Q 불복종 운동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헌법을 침해하는 법률이 있다면 이 법에 불복종하는 것이 ‘법치주의’ 정신에 더 합치하는 것 아닌가요? 권력의 부당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에 저항하는 것은 자연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것들이 있다면 거부하고 도전해야 법·제도·관행을 바꿀 수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정의는 실현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실현돼야 할 것인데, 이 실현을 지체시키는 것 자체가 죄악이다.” 하고 말했습니다. 만약 17대 국회도 잘못된 법을 만든다면 그것에 맞서 불복종해야 합니다.

정리 강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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