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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언론 개혁

진정한 언론 개혁

장호종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자 언론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열린우리당에게 “조·중·동에 휘둘리지 말라”며 충고했고, 언론노조도 “수구 기득권 치마폭에서 안주하지 말고” 개혁을 추진하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언론 개혁에 얼마나 열의가 있을지 의문이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신기남은 17대 국회 “초반에” 언론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반면, 같은 당의 문희상은 “민생, 경제 살리기”에 비해 “언론 개혁은 우선 순위가 아니”라며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보수 언론에 반감을 갖는 것은 이들이 보수적 편견을 부추기고 지배자들의 편에 서서 노동자 운동과 피억압자들의 저항을 비난해 왔기 때문이다.

또, 여성을 상품으로 취급하기, 경쟁의 불가피성, 다른 나라에 맞서 ‘우리’ 나라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등을 당연하게 여기게끔 부추겨 왔다.

한편, 기성 언론들의 피라미드식 위계 구조의 맨 꼭대기에 앉아 있는 사주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춰 신문을 편집하도록 통제해 왔다.

1991년 〈동아일보〉 편집장 김중배 씨가, 그리고 1994년에는 〈문화일보〉 편집장 백기범 씨가 해고된 사건은 편집자나 기자들이 사주와 맞설 때 어떤 길을 걷게 되는 지를 잘 보여 줬다.

때문에 최소한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라도 언론사 사주가 취재와 기사 작성에 간섭하지 못하게 편집권이 독립돼야 한다는 정간법 개정 요구는 마땅히 지지해야 한다.

하지만 정간법이 개정돼 소유 구조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다. 언론의 논조에 영향을 주는 것은 언론사 사주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이 일인 소유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더라도 수입을 대부분 대기업 광고에 의존하는 사정은 여전할 터이고, 이 탓에 사장들과 노동자들 사이에서 ‘공정’ 보도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광고를 내주는 대기업 눈치를 살펴야 하는 건 〈한겨레〉조차도 마찬가지다. 〈한겨레〉의 광고비율도 42퍼센트가 넘는다. 만약 〈한겨레〉가 대기업 광고를 싣지 않는다면 몇 달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또, 신문사주나 광고주뿐 아니라 신문을 만드는 편집자, 간부급 기자들도 전혀 중립적이지 않다. 특히 편집국장은 사회의 ‘여론 주도층’으로서 흔히 보수적 성향을 띤다.

‘1990년대 한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인 〈조선일보〉의 이사 기자 김대중이나 《월간 조선》 편집장 겸 대표이사 조갑제의 논조가 사주의 압력 때문이라고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주류 언론이 중립적이지 않은 것은 바로 그 언론이 지배 이데올로기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언론 개혁은 지배 이데올로기의 물적 토대인 지배계급을 공격하는 것이다.

반전 시위나 핵폐기장 반대 시위 또는 탄핵반대 시위처럼 대중은 투쟁을 경험하면서 지배계급의 관념들과 충돌을 빚는 경험을 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뿐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도 변한다.

하지만 그런 의식의 발전은 결코 균등하지 않다.

따라서, 노동자 계급의 편에 서서 일상적으로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고 노동자들과 피억압 민중의 투쟁을 지지할 수 있는 대안 언론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의 돈(지지)으로 제작돼 노동자들로부터 통제받는 언론만이 계급 이익을 일관되게 옹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