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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영화 〈지슬〉을 보고: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강력한 운동이 필요한 이유

제주 4·3항쟁 후 남한 정부의 민간인 학살을 다룬 영화 〈지슬〉이 개봉해 관객이 4만여 명이 넘었다고 한다. 당시 무고한 민간인들이 미군정이 지휘한 남한 군경에게 일방적으로 학살당했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평생을 고통받으며 살아야 했다. 이 끔찍한 역사를 다룬 〈지슬〉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것이다.

영화 〈지슬〉은 11월에 제주도의 한 마을에서 벌어진 학살을 다루고 있다. 해안선에서 5킬로미터 밖에 있는 사람은 무조건 사살한다는 이승만 정부의 발표와 아랫마을 사람들이 군인들에게 학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며칠만 피하자면서 산속 동굴로 피신한다. 그러나 이들의 마을에 진입한 군인들은 ‘빨갱이’를 잡는다며 남아 있는 사람들을 강간하거나 죽이고 마을에 불을 지르고 도망간 사람들을 찾아내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른다. 일부 사병들도 학살이 ‘폭도’를 잡으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린 아이를 살려주고 산으로 같이 도피하거나, 학살을 지휘하는 상사를 죽이는 사병이 나온다.

우파들은 당시 ‘공산주의자들이 남한의 선거를 방해하려고 벌인 폭동’이 원인이라며 미국과 남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터넷 포털에서 이 영화의 평점으로 무조건 1점을 주며 찌질함을 보여 주고 있다.

‘레드헌트’

4.3항쟁과 뒤를 이은 대학살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 양대 제국주의 세력 간에 갈등이 본격화되던 때 벌어졌다.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를 두 세력의 완충지대로 삼고자 미소공위를 통해 신탁통치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소련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설 것을 우려한 미국은 계획을 바꿔 신탁통치 대신 38선 이남에 자신에 우호적인 정부를 세우려 했고 유엔을 통해서 이를 관철시켰다. 소련도 미국의 입장 변화에 맞춰 38선 이북에 자신을 지지하는 정부를 세우게 된다.

당시 남한에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식량난, 경제난에 미군정의 비호를 받는 친일지주, 자본가를 비롯한 친일부역자의 득세와 한반도 분단 가능성 고조 속에 민심은 들끓었고 이를 미군정과 군경은 집요하게 탄압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민중의 불만과 저항에 위기에 빠진 미군정과 남한의 지배자들은 잔인한 학살을 통해 저항을 분쇄하려 했다. 4·3항쟁이 일어나자 미군정은 이를 ‘레드헌트’ 작전을 통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미국 정부에 보고했다. 미소 제국주의 간 갈등 속에 미국과 남한 정부에게 이 비극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지금도 미제국주의에 의해 한반도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영화 〈지슬〉은 우리가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강력한 운동이 왜 필요한지 잘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