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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정당의 친일파 청산?

파병 정당의 친일파 청산?

친일 독재자 박정희의 생물학적·정치적 계승자인 박근혜가 대표인 한나라당은 지난 3월 국회에 상정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결국 ‘친일진상규명법’은 일본 제국주의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경찰·헌병·판사·장교·관리·언론인 등에게 면죄부를 주는 “친일파 보호법”이 돼버렸다.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자 민족문제연구소 등의 시민단체들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김희선 같은 ‘개혁파’ 국회의원들과 손잡고 이 법안을 원래대로 개정해야 한다고 나섰다.

당연히 친일파와 그 계승자들이 여전히 정치·경제·언론에 영향을 끼치며 부와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꼴을 두고봐서는 안 된다.

그러나 친일파 청산 문제는 단지 과거 청산의 문제라거나 한국만 해결하지 못한 특수한 문제는 아니다.

제2차세계대전의 승전국인 미국은 나치즘과 일본 군국주의를 제거하는 데 별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미국은 전후 “새로운 질서”(냉전)를 강화하기 위해 일본과 독일 제국주의의 잔재를 흡수·재편해서 이용했다.

제2차세계대전 직후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 독일 노동자들은 반파시스트 노동자 위원회를 만들었다. 반파시스트 노동자 위원회는 전후의 폐허 속에서 공장과 광산들을 장악하고 생산을 재개했다. 위원회는 지역의 식량·의류·주택 등을 조달했으며 악명 높은 지방 나치들을 체포하거나, 이들의 식량을 몰수하는 등의 일을 했다.

나찌

하지만 미국 점령군은 독일에서 반파시스트 노동자 위원회를 금지하고 그들로부터 시설물들을 압수했으며, 나치가 금지했던 좌파 정당들의 공개적인 부활 요청을 한동안 거부했다. 반면 미국 정보국 OSS는 나치의 첩보망을 그대로 흡수·통합해 CIA로 다시 태어났다.

이런 일은 일본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미국은 일본의 대기업들과 결탁된 구체제의 잔재들을 이용하기 위해 점령 7주 만에 일본에 대한 공식적인 점령 정책을 중단하고 천황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식민지 조선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노동자들과 농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은 처참하게 분쇄됐고 미국 점령군은 일본 치안 유지대를 그대로 남한 경찰로 재편했다. 냉전 체제에서 미국의 대소 전진기지 역할을 할 남한의 지배 체제 안정을 위해 친일파의 부와 권력은 고스란히 ― 미국에 대한 충성을 조건으로 ― 유지됐다.

승전국 미국은 전후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 청산을 하기는커녕 나찌와 일본 군국주의자, 친일파 조선인을 적극 활용했다.

따라서 친일파 청산은 과거 청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의 일부로 자리매김할 때만 일관성이 있다.

오늘날 이것이 뜻하는 바는,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이는 제국주의 전쟁과 점령을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라크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겠다고 당론으로 결정했던 열린우리당이 친일파 청산을 주장하는 것은 그 진지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열린우리당의 파병 동의는 과거 친일파들이 ‘황국신민’들은 천황을 위해 대동아전쟁에 나서라고 촉구했던 것과 뭐가 다른가.

장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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