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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노동자회 김홍규 동지 칼럼을 읽고:
비판하려면 사실관계부터 바로 알아야 한다

좌파노동자회 김홍규 동지는 최근에 발표한 칼럼 − ‘현재의 정치적 맥락에서 통합의 반대는 혁신이다’ − 에서 마치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민주노총 7기 임원선거에서 통합집행부 구성을 지지했던 것처럼 썼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홍규 동지께서 글을 쓰시기 전에 사실관계를 한 번 확인해 보셨으면 좋았을 뻔했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관계 자체에 대한 오해(또는 곡해)는,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논쟁의 진정한 쟁점을 회피하고 논쟁을 지엽말단으로 흐르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그럼에도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몇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노동자연대다함께는 이번 민주노총 선거에서 통합집행부 구성을 지지하지 않았다. 통합집행부의 구성이 그 자체로 더 가치 있는 것도 아니고, 더 나은 정책과 노선을 보증하는 것도 아니며, 특히 현재 민주노총 위기의 해소 방안이 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를 두루뭉술하게 덮고 가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노동조합 임원 선거에 주목하는 것은 노조 지도자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보아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누가 현장 노동자 자신의 활동을 중시하고 그것을 고무하고자 하는가, 또는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그에 근접하는 후보인가 하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설사 이번에 단독 후보가 나왔더라도 그 후보를 지지할지 말지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여기서 출발했을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연대다함께가 통합을 앞세우며 “민주노총의 변화를 ‘분열주의’로 낙인찍는다”는 주장은 심각한 오해다. 우리는 단결에 대한 그 같은 형식주의적 개념을 배격한다.

노동자연대다함께는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번번이 파업을 취소하거나 시늉에 머물고 실질적인 연대 요구에 적절하게 응답하지 않는 것을 비판해 왔고, 민주노총이 더욱 투쟁적으로 변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현장 조합원 사이의 분단이 더 근본적이라고 보지만, 노동조합 지도자가 우파에서 좌파로 바뀌는 것이 좀더 낫다고 본다.

요컨대 노동자연대다함께와 좌파노동자회 사이의 차이는 변화의 동력과 동역학을 둘러싼 것이다. 노동자연대다함께는 좌파노동자회처럼 통합진보당 지지 세력을 민주노총 “내부의 적”으로 규정하고 (그 지도자들과 지지자들을 하나로 싸잡아) 함께할 수 없다는 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분열을 낳는다고 비판하는 것이지, 민주노총에 변화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일부 좌파들은 단결을 주장하면 비판하지 말라는 것으로 흔히 오해한다. 비변증법적인 일면적 사고 방식이다. 단결을 위해 비판을 삼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건설적인 비판을 하면서도 단결할 수 있다. 기존 지도부의 노선을 비판하더라도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며 조합원들을 단결시켜야 하고, 그럼으로써 기존 지도 노선을 지지했던 현장 조합원들의 지지를 획득해야 하는 것이다.

종파적 프리즘

김홍규 동지는 또한,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평가가 자신들에게도 향했기 때문”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변화’를 ‘분열’로 몰아간다”고 하는데, 이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에 가맹해 있었다 해서 민주노총의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으로 간주하다니 논리의 비약이 놀라우리만큼 심하다.

노동자연대다함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평가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민주노동당에 가맹했던 것을 덮어야 할 약점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이 참여당과 통합하고, 선거 부정을 저지르고, 폭력 사태를 일으키고 결국 사분오열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1997년 이후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더는 부르주아 정당에 정치를 의탁하지 않고 정치세력화하려 한 것이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이런 의의를 인정했기에 노동자연대다함께는 개혁주의 정당의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그 당에 가맹해 조직 노동자들과 연계를 맺고자 애썼다.

또, 민주노동당에 가맹해 있는 동안에도 노동자연대다함께는 언제나 정치적·조직적 독립성을 유지했다. 민주노총 투쟁, 북한에 대한 태도, 참여당과의 통합, 연립정부 문제 등 모든 중요 쟁점에서 독자적 입장을 취했고 빈번이 당내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상황의 변화와 정치세력 간의 차이를 추상한 채 노동자연대다함께를 민주노총 상층 지도자 다수파와 싸잡아 민주노총의 변화를 반대하는 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은 노동계 내부의 바람직하지 못한 형태의 양극화를 이용하고 조장해 줄을 세우고 거기서 득을 보려는 얄팍한 책략에 불과한 것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