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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의 시동을 건 학교비정규직:
호봉제 도입하고 교육공무직 전환하라

정부가 올해 안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1만 4천여 명을 “정규직화”(사실상 무기계약직화)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곧 학교비정규직 임금체계 개편안도 내놓겠다고 했다.

이는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사회적 여론과 투쟁의 압력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벌써부터 누더기가 되고 있다. 정부가 마지못해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노동자들의 핵심적 요구인 호봉제 도입, 교육감 직접고용, 교육공무직 전환에는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많은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다 4월 8일 교과부 앞에서 농성 중인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노동자들. ⓒ이윤선

정부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에 호봉제를 도입하면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들고,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하면 ‘공무원에 대한 역차별’이 생긴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경력에 따라 고작 5만 원씩의 호봉을 지급하는 예산 8백8억 원조차 여야 합의로 전액 삭감해 버렸다. 노동자들에게는 1조 원은커녕 1천억 원도 아깝다는 것이다.

20만 명에 이르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5년을 일해도, 10년을 일해도 1백여만 원밖에 안 되는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재원을 쓰지 않고 어떻게 “민생”이니 “복지”니 말할 수 있는가? 재벌·부자들에게 특혜 줄 돈은 있으면서,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임금을 지급할 돈은 없단 말인가?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당장 올해 추경예산에 호봉제 예산을 포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공무원에 대한 역차별’ 운운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열린 한 공청회 자리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호봉제와 정년을 보장한다면 공무원으로 보이지 않냐”고 했다. 이들은 파렴치하게도 서울시교육청의 한 노조 위원장을 내세워 “기존 공무원에 대한 역차별”을 말했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들을 갈라놓으려는 저열한 이간질에 불과하다. 각종 구조조정으로 교사와 공무원 들을 공격해 온 정부·여당이 이제 와서 공무원을 위하는 양하는 것은 역겨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공무원노조 교육청본부가 ‘학교비정규직의 교육공무직 전환과 처우 개선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반갑다. 전교조도 지난해 학교비정규직 파업을 지지했고, 최근 일부 교사들이 ‘올해 학교비정규직 투쟁에 적극 연대하자’는 호소를 시작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완전히 정당하다.

10년차 학교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46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적어도 호봉제를 도입해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46퍼센트

올 초 대량해고 사태가 보여 주듯, 상시적 고용불안도 매우 극심하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는 ‘교육감 직고용’ 조례제정운동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실제 조례가 제정된 광주·전남 등에선 해고 노동자들의 수가 전국 평균보다 훨씬 적었다). 이미 진보교육감들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학교비정규직 노조들이 요구하는 교육공무직법도 제정해야 한다. 이 법안은 교육부·교육청의 직접고용, 공무원의 80퍼센트에 준하는 처우 보장, 정년 60세 보장 등 최소한의 안전망을 담고 있다.

이런 요구들이 관철된다면, 더 많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국회의원 김세연은 “(교육공무직 전환이) 국가적으로 어떤 영향을 불러올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공공운수노조 전회련본부, 전국여성노조)가 최근 6월 대규모 집회와 “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선포한 것은 의미가 있다. 연대회의는 최근 교육부 앞 농성과 집회를 시작하며 올해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물론, 1퍼센트의 대변자 박근혜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순순히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연이은 고위직 인사 ‘참사’와 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집권 초기부터 위기를 겪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역사적인 첫 파업으로 잠재력을 보여 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광범한 지지 속에 자신감을 높여 왔고, 조직도 성장했다. 그 결과 현재 5만여 명이 노조로 조직됐다.

따라서 지난해처럼 학교비정규직 노조들이 단결해 싸운다면, 차별과 설움에 시달리는 많은 노동자·청년 들의 지지를 받으며 올해 더 큰 전진을 이룰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더 넓은 노동자들의 사기와 자신감도 자극할 수 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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