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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환자는 돈으로 간호사는 기계로 보는 병원

“병실료가 17만 원이니깐, 간호사를 17만 원어치 부려야겠어.”

며칠 전 몸도 가누지 못하는 한 환자를 혼자 붙들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옷을 갈아입히다가 우연히 듣게 된 대화 내용이었다.

수술을 앞두고 하루 전날 미리 입원한 이 환자는 입원할 때 원무과에 다인실을 신청했으나 다인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하루 입원비가 17만 원인 2인실에 입원한 상태였다.

원치도 않게 입원한 하루 17만 원짜리 ‘고급 병실’이 생각보다 훨씬 비좁고 낡아빠져 억울했던 이 환자는 원무과와 간호사실에 불평을 토로했으나 자기 소관이 아니라는 대답만 들었던 듯하다. 그리고 그 억울함은 고스란히 간호사에게 투사됐다.

다인실을 적게 만든 것은 간호사가 아니라 병원인데 그 불만을 간호사에게 투사하는 것도 화가 났지만 정말로 화가 나는 것은 환자를 돈뭉치로, 노동자를 일하는 기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탐욕스런 병원이다.

사실, 이 환자가 입원했던 2인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1인실은 하루 입원비가 30만 원이 넘는다. 창문이 남쪽으로 뚫린 방은 더 비싸다. 이쯤 되니 여기가 병원인지 호텔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가끔 건강검진 받으러 입원하는 ‘VIP 환자’들은 1인실을 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다인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입원하는 환자들이기 때문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좁은 곳은 병실뿐이 아니다. 환자들에게 투여될 약과 물품을 준비하는 간호사실이며,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의사실이며, 환자의 오물을 처리하거나 오염된 침구를 보관하는 곳 모두 비좁다.

비좁은 병실에선 보호자들이 간이 침대를 이어 놓고 새우잠을 자고, 간호사들은 새우잠을 자는 보호자와 환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일한다. 돗대기 시장이다.

어쩔 수 없이 ‘고급 병실’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은 돈 낸만큼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간호사들이 한숨 돌릴 시간도 없이 뛰어다녀도 ‘17만 원짜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인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갖가지 잡다한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작 환자 옆에서 간호할 시간은 충분치 않다.

“간호사를 17만 원어치 부리겠다”는 환자의 불평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환자가 지불한 하루 병실료 17만 원과 식사 시간도 없이 일하는 병원 노동자들한테서 뽑아낸 이윤은 대체 누구를 위해 쓰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