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마녀사냥의 무기:
반드시 철폐돼야 할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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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무실과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통합진보당 활동가 3명을 체포했다.
박근혜 정권은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활동가들에게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씌우려 한다. 국가보안법을 빼 들어 쟁점을 흐리고 정치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왜 지금의 마녀사냥에 맞서야 하는지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자 관련 기사들을 재게재한다.
격화되는 한반도 위기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안보’를 내세우며 ‘종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종북’ 마녀사냥의 가장 흉측한 무기는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북한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이 해킹으로 공개되자, 국정원은 가입자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또, 최근에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황선 씨가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국가보안법 제7조)”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지난 2월에는 전교조 교사 4명이 “이적단체를 구성한 혐의(제7조)”로 기소됐다. 현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활동가도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제7조)”로 재판 중이다.
박근혜는 이런 공격을 하려고 수많은 의혹과 반대를 거슬러 ‘미스터 국가보안법’ 황교안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황교안은 자신이 쓴 국가보안법 해설서에서 국가보안법이 “개정이나 폐지가 논의될 수 없는 국가의 기간[으뜸]법”이라고 말한다.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공안통’ 박한철 역시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의 으뜸법’
사실 박근혜의 국가보안법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4년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을 개정하겠다고 하자,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안정 장치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을 내 모든 것을 걸고 막아내겠다”며 거품을 물었다. 그리고 한나라당 의원들을 동원해 95일 동안 국회 법사위 점거 농성을 벌였다.
박근혜처럼 국가보안법을 애지중지하는 우파 인사들은 흔히 이 법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아무도 특정 사상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사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모든 문헌과 자료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도 헌법에서는 이를 보장한다(헌법 19조, 21조, 22조).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이 모든 것을 부정한다.
특히 국가보안법 7조가 그렇다. 7조는 정권과 체제를 비판하는 주장을 ‘반국가 단체 찬양·고무’로, 정권과 체제에 반하는 조직과 활동을 ‘이적단체 구성·가입’으로, 그런 내용의 책이나 신문이나 잡지를 만들고 판매하고 읽는 것을 ‘이적표현물 제작·배포·소지’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사실상 정부가 자의적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 자체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정희 정권 때는 집을 철거하려는 철거반원에게 “김일성보다 더한 놈들”이라고 해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입건되거나, “예비군 훈련이 지긋지긋하다. … 수 틀리면 북한으로 넘어가 버리겠다”고 한 사람이 구속까지 되는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이런 일은 단지 ‘옛날 일’이 아니다. 2012년에도 트위터에 “제가 수령님 생각만 하면 주체주체하고 웁니다만” 등 풍자와 조롱을 목적으로 북한 관련 글을 올리고, ‘우리민족끼리’를 리트윗한 사회당 당원 박정근 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이런 황당한 사례들은 단지 국가보안법을 악용한 결과가 아니라 국가보안법 자체의 논리적 귀결이다. 뉴라이트인 중앙대 법대 교수 제성호가 말했듯이, ‘수사의 단초는 찬양·고무 행위의 동기 등을 살펴보면서 이뤄진다. 찬양·고무 죄가 없어지면 공안 관련 수사의 대부분은 시작하기도 힘들게 된다.’
어떻게 수사기관이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를 찾아낼 수 있겠는가? 인터넷에 올린 글, 출판물에 실린 글, 모임에서 한 말 등이 ‘이적단체’의 단서가 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의도와 동기에 대한 자의적 판단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