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책임 전가:
‘키프로스 방식’에 반대한다
〈노동자 연대〉 구독
3월 한 달, 지중해의 작은 나라 키프로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IMF)가 키프로스에 1백억 유로(약 14조 7천억 원)를 구제금융으로 지원하면서 10만 유로(약 1억 4천만 원) 이상 예금에 대한 과세 등으로 68억 유로를 자체 조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키프로스 방식’은 지금까지 구제금융에서 일반 납세자들의 세금을 사용한 것과 달리 예금자나 고액 채권자 등 은행 부실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들에게 구제 부담을 지도록” 했다고 칭찬한다. “납세자 아닌 투자자에게 은행 부실 책임을 물어 ‘도덕적 해이’ 시비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키프로스 위기가 왜 예금자들 탓인가? 해외 기업들의 조세 피난처와 자금 세탁처 구실을 한 키프로스 은행들은 급증한 자산을 그리스 국채에 투자했다. GDP의 1.6배를 그리스 국채에 투자했다가 투자액의 70퍼센트 정도인 45억 유로를 손해 봤다.
은행이 그리스에 투자했고, 유로존 지배자들이 그리스 국채 손실 상각을 결정했고, 키프로스 대통령도 이에 동의해 줬다. 키프로스의 위기는 은행가, 키프로스 정부, 유로존 지배자들에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은행이 스스로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며 평범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물리려 한다.
10만 유로
‘예금액이 10만 유로 이상이면 부자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돈에는 노동자들이 평생 모은 저축과 연금이 포함돼 있다.
정작 진정으로 돈이 많은 고위층은 자본통제 직전에 거액을 국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는 키프로스 대통령 사돈이 소유한 기업도 포함돼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반대하며 키프로스의 은행 노동자들이 4월 4일 2시간 파업을 벌였다. 지금까지 특별한 노사 분규가 없었다고 알려진 키프로스에서 노동자들의 저항이 시작된 것이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 예룬 데이셀블룸은 “키프로스 해법은 향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새로운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키프로스 방식이 ‘성공’한다면 다른 나라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경제 위기 책임을 전가하는 ‘키프로스식 방식’에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긴축안에 반대하는 키프로스 은행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해야 한다. 키프로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유로존 지배자들이 경제 위기의 책임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조처를 막아내고, 위기의 책임을 부자들이 지게 만드는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