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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국의 베트남 전쟁》, 조너선 닐, 책갈피:
미국이 전쟁에서 패배했을 때

부시가 이라크 전쟁을 진행하면서 가장 먼저 어긋난 예측은 “미군이 이라크에서 환영받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몇 일 전 이라크인들을 고문하는 사진이 공개돼 “이라크인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이라는 말이 거짓이었음이 폭로됐다.

이제는 아무도 “미군이 승리했다”는 부시의 말을 믿지 않는다. 반대로 사람들은 30여 년 전 미국이 베트남에서 패배했던 기억들을 떠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너선 닐의 《미국의 베트남 전쟁》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이 책은 네이팜탄에 살점이 녹아 내린 베트남 아이, 죽어가면서도 폭탄을 들고 저항했던 베트민, 징집영장을 불태웠던 미국의 대학생과 흑인들의 저항, 전쟁에 환멸을 느끼고 자신을 살인기계로 만들어 버린 자들을 향해 복수하는 병사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런 비극을 만들었고, 그 비극에 저항하는 투쟁들을 억누르려 했으나 패배한 지배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베트남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베트남 민중의 영웅적 저항, 미국에서의 반전운동, 사병들의 반란 때문이었다.

베트남인들은 B52의 폭격과 네이팜탄의 불구덩이 속에서, 부모와 형제, 자식들이 죽고, 팔다리가 잘려나가면서도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저항은 베트남전에서 미국 지배자들이 한 거짓말을 드러나게 했다. 그러자 미국 내부에서 반전 운동이 대규모로 성장했다.

학생들은 학교를 점거했고, 사람들은 자기 자식과 연인이 베트남에서 죽어가는 것에 반대해 거리로 나섰다.

베트남에서 돌아온 참전용사들은 훈장을 내던지며 베트남전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나는 명예 전상장(戰傷章)을 하나 받았다. 이제 저기 저 빌어먹을 자식들(미국 지배자들)과 싸우다가 하나 더 받았으면 좋겠다.”

전선에서 병사들은 월급을 모아 장교에게 현상금을 걸었다. 보통은 몇 십 달러에서 몇 백 달러였지만, 악독한 장교에 대해서는 최고 1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리기도 했다.

병사들은 베트남인들과 전투를 벌이는 것을 거부했다. 많은 병사들이 붉은 완장을 차고 싸우지 않겠다는 신호를 베트콩에게 보냈다. 베트콩도 그런 병사들과의 전투는 될수록 피했다.

항공모함 승무원들은 고의로 기계를 파손해 출항을 못하게 만들기도 했고, 괌 기지의 공군 지상근무 요원들은 더는 비행기를 점검하거나 수리하지 않았으며, 조종사들은 출격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지배자들은 그런 내부의 반란을 두려워했고 결국 정전 협상에 나서야만 했다.

이 책은 베트민들의 저항과 베트남전 반대 운동에 대한 영웅적 묘사나 사실들을 나열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다양한 사실들과 함께 이 운동에서 극복해야 할 약점을 지적한다.

오늘날 베트남이 과거 미국이나 프랑스 치하보다는 더 나은 세상이지만, 많은 민중이 목숨 바쳐 투쟁하면서 염원했던 그런 종류의 사회는 되지 못했다. 오늘날 베트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부를 소유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다. 이것은 베트남이 과거 소련이나 중국식의 국가자본주의 모델을 따랐기 때문이다.

또 ‘내부의 반란'을 일으켰던 사람들에게는 정치적 약점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투쟁에 노동자들을 조직적으로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혁명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당시 좌파의 지배적 사상이었던 스탈린주의를 넘어서는 진정한 대안을 찾지는 못했다.

때문에 당시 패배했던 지배자들은 시간이 흘러 다시 베트남전과 같은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가 이라크에서 위기에 처해 있지만, 그는 결코 쉽게 물러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베트남전에서 미국 지배자들은 정전 협상이 시작된 이후로도 전쟁을 5년이나 더 끌었고, 오히려 주변국으로 전쟁을 확대했다. 그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더 죽었다. 이라크 전쟁은 베트남전보다 훨씬 판돈이 크기 때문에 더욱 끈질기게 매달릴 것이다.

때문에 반전 운동 역시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저항해야 한다.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에 참가했고, 오늘날 반전 운동과 반자본주의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조너선 닐의 《미국의 베트남 전쟁》은 다른 세계를 건설하는 투쟁에 꼭 필요한 소중한 교훈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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