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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물은 상품이 아니다》 리카르도 페트렐라, 미래의 창:
목마른 세계, 그리고 물의 제왕들

먹을 물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14억 명에 달한다. 또 20억 명 이상이 마실 물을 살균·소독할 설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할 어떤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마실 물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 숫자는 2025년에 40억 명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물이 부족한 이유가 “한정된 자원과 늘어나는 인구” 때문이라는 고리타분한 주장은 더는 설득력이 없다. 극심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물 자원은 1인당 필요량 기준치의 다섯 배가 넘고, 중동의 경우 22배나 되는데도 이 지역의 14개 국가 중 9개 나라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1998년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전 세계 물의 86퍼센트를 사용하고 있다.

《경쟁의 한계》(리스본 그룹, 바다출판사)의 저자로 잘 알려진 리카르도 페트렐라는 이 책에서 ‘물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물의 제왕들”을 폭로한다.

흔히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가장 물 부족이 심각한 지역인 중동에서 요르단 강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려는 인근 국가들 사이의 분쟁은 물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바로 미국과 이스라엘이라는 제국주의 국가들 ― “전쟁 제왕” ― 이 만들어낸 결과다.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의 상류에 위치하며 이 강에 대한 통제권을 독점하려는 터키나 세네파 강 수원에 대한 지배권을 놓고 다투는 페루와 에콰도르, 인더스 강을 사이에 두고 싸우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본 제왕”들(제네랄 데 조, 쉬에즈 리오네 데 조, 쏘르 브이그 등)에게 물을 내맡긴 프랑스와 영국의 사례는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을 시장에 내맡긴 결과를 잘 보여 준다.

이 기업들이 프랑스 전체에서 85퍼센트의 물을 공급하고 있는데 1990∼1994년에 프랑스 전체의 물값 평균 상승률은 50퍼센트나 됐다. 그르노블 같은 곳은 3배로 뛰기도 했고 파리의 물값 인상률은 154퍼센트였다.

영국도 같은 기간 동안 수도 요금이 55퍼센트나 올랐다. 반면에 노후 및 파손된 상수도관으로 인한 누수량은 30퍼센트 늘고 물이 안 나오는 일은 다반사가 했다. 수도 요금을 못 낸 가정에는 무자비하게 급수 중단을 자행하고 있다.

세계 은행과 IMF가 자금을 지원하는 제3세계의 대규모 댐 건설 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늘 북미, 서유럽, 일본의 다국적 기업들인데, 그 건설 사업 때문에 국민들은 전보다 더 많은 외채 부담을 지게 될 뿐이다. 다양한 ‘생수'들은 다농, 네슬레, 코카 콜라, 펩시 콜라 같은 대기업의 배만 불릴 뿐이다.

하지만 1977년 이후의 각종 국제 회의와 기구 창설의 실망스러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국가를 초월해버린” 자본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구들에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쟁 제왕”인 제국주의 국가들이 여전히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세계은행, IMF, 유엔 같은 국제 기구들 스스로 “물의 제왕들”의 대표기구 노릇을 하고 있는 지금 이런 전략은 그다지 효과적일 것 같지는 않다.

또, 저자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은행, 금융회사, 그리고 신용협동조합 같은 단체들이 운동에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몇 십 페이지 앞에서 말한 “자본 제왕”들이 바로 이들과 동업자들이다.

그러나 반자본주의 운동 내에 존재하는 차이점에 대해 토론할 마음의 준비만 돼 있다면 이 책은 많은 독자들에게 충분히 유익할 것이다. 목마른 세계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인간의 모든 행위를 상품화하고 모든 재화와 용역을 사유화하려는 현재의 추세에 제동을 걸고 방향을 돌려놓아야 한다.”는 반자본주의 운동의 기본 정신을 접해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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