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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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사실상 무기계약직화)를 말했지만, 곳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고, 이중삼중의 하청 구조 속에서 열악한 노동조건과 고용불안을 강요 받고 있다.
공기업 코레일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2003년에 철도 운영부문을 공사화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특히 공사화 이후 설립된 자회사들은 이른바 ‘비핵심 업무’(물류·유통, 매장, 전기·차량 등의 정비와 유지·보수, 광고, 주차, KTX-새마을호 승무 등)들을 도맡아 하면서, 외주·하청 방식으로 인력을 조달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코레일의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의 한 2차 하청 업체 노동자들이 임금 회복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올 1월 결성된 공공운수노조 철도물류승무지부가 그곳.
철도물류승무지부 김석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9월 대구백화점의 하청업체 M서비스가 들어오면서, 우리에게 다운계약서를 들이밀었어요. 근무시간을 조정해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하고, 그동안 주던 수당을 다 삭감해 버렸죠. 그래서 임금이 3~40만 원이나 깎였어요. 이제 임금이 1백만 원 정도 밖에 안 돼요.
“임금이 깎일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실제 근무표가 나오면서 우리도 불만이 커졌어요. 화가 나서 사측에 이의를 제기했더니, 대뜸 그러더라구요. ‘너희는 단협 맺을 단체도 없지 않냐?’ 그래서 ‘알았다’ 그랬죠.
지난해 11월부터 준비해서 올해 초에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M서비스 측은 정원 감축과 단기 아르바이트생 채용, 최저시급 지급 등으로 노동자들을 옥죘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 절반 가량이 퇴사하기까지 했다. 남아있는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식사·휴게시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하루 10시간씩 꼬박 일하는데도, 고작 최저시급만 받고 있다.
임금이 깎이고 생활고가 심해지자, 일부 노동자들은 비번을 이용해 별도의 아르바이트까지 해야만 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사측은 이것이 “겸임”이라며 김준오 조합원을 해고하기까지 했다. 사실상 노조 활동에 대한 보복이었던 것이다.
김석 지부장은 “고용불안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매년 단기계약을 하고 있는데, 두 세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평균 근무년수가 2년이 다 넘어요. 그러면 코레일관광개발의 직원이 돼야 하고, 정규직이 돼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그렇게 안 하고, 계속 하청을 돌리는 거예요. 편법을 취하는 거죠.
“정부 방침이 있으면 뭘 합니까. 말로만 내세우는 건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싸울 수밖에 없는 거고,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는 거죠.”
M서비스 노동자들은 지금 철도노조와 공공운수노조의 지원을 받으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김석 지부장은 “철도노조 간부들이 도와 주지 않았으면, 불법 사항을 들춰내고 대응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확산은 결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이롭지 않다. 실제로 코레일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동안, 정규직 노동자들도 인력감축과 노동강도 강화로 고통을 겪었다.
따라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정규직화를 위해 앞장서 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