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삭감에 반대해 파업하는 택배 노동자들:
‘을’들이 단결해서 일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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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평범한 택배 노동자들이 ‘물류를 멈춰서 세상을 바꾸겠다’며 투쟁에 나섰다. 택배 노동자들이 전국적으로 파업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출이 4조 8천억 원인 국내 1위 물류 기업 CJ대한통운은 지난 4월 통합 작업을 마치면서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건당 수수료를 8백80~9백30원에서 8백 원으로 일괄 인하했다. 또, 소비자 불편 신고가 접수되거나 원인 불명 배달 사고가 나면 패널티를 주고 수수료에서 공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택배 노동자들의 월소득이 순식간에 40만 원이 넘게 줄어들 상황이다.
하루 11시간을 일하고도, 소득은 형편없는 택배 노동자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다.
이에 맞서 화물연대 광주지부 CJ대한통운 택배 분회는 3월 30일 수수료 인하와 패널티 규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당시 파업 4시간 만에 사측은 양보했지만, 그 후 합의서는 휴지 조각이 됐다.
택배 노동자들은 이런 기만을 두고 보지 않았다. 5월 4일 인천에서 3백 명 정도가 시작한 파업은 전주·광주·울산 등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대됐다. 현재 차량 1천 대가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5월 8일 안산 호수공원에서 열린 집회에 6백 명이 참여한 것을 계기로 파업은 충청권과 서울 등으로 더 번지고 있다.
노동자들이 구성한 ‘CJ대한통운 비대위’는 건당 수수료를 9백50원으로 인상하고 패널티 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한다.
벼랑 끝
CJ대한통운은 “수수료 인하는 오해다. 패널티는 있지만 돈으로 부과하지는 않겠다”면서 교섭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을 택배 물품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하는 CJ대한통운에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
고무적이게도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본부가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화물연대 광주지역의 CJ대한통운 택배 조합원들은 비조합원들과 함께 파업에 나서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화물연대 투사들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일부 지역에서는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이 속속 화물연대로 가입하고 있다.
이번 파업은 전체 택배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싸움이다. 택배 노동자들은 그동안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고, 온갖 수모와 모욕까지 받아가며 일했다. 고객과 주고받는 전화·문자 비용까지 스스로 부담하고, 배송 중 사라지는 물건 값을 물어주기도 해야 했다. 3분마다 물량 1개를 배달해야 하는 택배 노동자들의 이런 열악한 처지가 개선된다면 그만큼 택배 서비스도 개선될 것이다.
최근 우체국 ‘재택위탁집배원’ 노동자들도 우체국이 3.3퍼센트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려는 것에 맞서 파업에 돌입했다. 우체국의 지시를 받으며 월급 70~80만 원 받는 노동자들이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자로서 권리를 주장하지도 못하면서 온갖 설움을 당하다 파업에 나선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설움이다.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하면 2백만 명에 이르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승리하려면 비조합원들을 더 많이 파업에 동참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CJ대한통운 택배 차량 1만 3천 대 중 더 많은 차량이 멈춰 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파업 동참을 호소하는 홍보전과 더불어서 CJ대한통운 지역 물류센터를 봉쇄하는 투쟁도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면 자가용, 퀵서비스 등을 이용해 대체 운송을 하려는 시도에도 타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운수노조는 5월 9일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가 나서서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대규모 연대 집회를 개최하는 등 실질적 연대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택배 노동자들은 ‘갑’의 횡포에 짓눌리고 몰래 울분을 삼켜 온 ‘을’들이 단결해서 행동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온몸으로 보여 준다. 따라서 이 정당한 투쟁에 더 큰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