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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파업 노동자의 목소리:
“힘을 합쳐서 꼭 바위를 깰 겁니다”

CJ 대한통운에 맞선 택배 노동자들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건당 수수료 인상과 페널티 조항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CJ 대한통운은 여전히 오만한 자세로 외면하고만 있다. 5월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택배 노동자가 털어놓은 절절한 사연을 소개한다.
☞ 관련 기사:수수료 삭감에 반대해 파업하는 택배 노동자들 ― ‘을’들이 단결해서 일어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TV에서나 봤지, 제가 이런 자리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저희가 이곳에 나와있는 이유는 수 십 번 수 백 번 저희의 외침으로 전달이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부당한 갑의 횡포에 맞선 노동자들 5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부당한 갑의 횡포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한빛

제가 이틀 전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택배 노동자 한 분이 뇌출혈로 쓰러지셨다고. 그분은 개인 사업을 하시다가, 장사가 안되고 경기가 어려워지니까, 빚을 내서 1톤 탑차를 중고로 구입해서 택배를 하였습니다.

택배 영업이라는 게 혼자 나와서 바로 돈을 벌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두 달 석 달 넘어가면서 수입이 늘어나는 건데, 그 분도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해지면서 할부 빚 감당하고 가정을 꾸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CJ와 대한통운의 통합이 이뤄졌습니다. 그분은 물량도 줄어들었고 구역도 생소한 지역이라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2백만 원 벌던 사람이 50만 원 벌기도 힘든 상황이었죠.

그 와중에서 그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빚 재촉이 심하니까, 차라도 팔아서 택배 그만두고, 빚 달라는 사람 빚을 줘야겠다. 그리고 택배 그만둬야겠다.” 그리고 ‘기존에 하던 일로 들어가면 이보다는 좋을 거다. 1백만 원 이상은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갔습니다.

집에 다섯 살짜리 딸이 있고 노부모님도 계신데, 집에다는 출근한다고 말하고, 왔다갔다 방황을 했습니다. 그 심정 말씀을 안 드려도 충분히 이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그분은 뇌출혈로 쓰러졌고, 지금 중환자실에 계시고 병원에서는 며칠 못 넘길 거라고 말을 합니다.

지금 대한통운 노동자들 1천 명이 집에서 굶고 있습니다. 저희는 기본 월급도 없습니다. 기본급이라는 것은 회사에서 10원 한 장 지급하지 않고, 저희가 일을 한 만큼 하나에 8백 원 9백 원 벌어서 생계를 유지해왔습니다.

협박

우리가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불합리한 것만 빼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현수막 하나 걸었다는 이유로 길거리로 몰려 나와 있습니다. 쫓겨난 상황입니다.

어제도 회사 책임자랑 통화를 했는데, “요번 달 월급 주겠습니까?” 하니까 못 준답니다. 자기는 주고 싶어도 회사에서 못 준답니다.

이게 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택배 노동자의 실정이 그렇습니다. 월세를 사는 사람들도 있고, 저같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이 있는 사람, 대부분이 다 그렇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노사문화 우수기업’ 5월 14일 오전 ‘부당한 갑의 횡포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 ‘2012 노사문화 우수기업’ 현판이 걸려있다. ⓒ장한빛

저희가 월급을 한 달 일해서 한 달 받는 것이 아닙니다. 45일을 깔고 갑니다. 월급을 차압한 상황에서 우리 보고 ‘너희 때문에 회사에 많은 손실을 입었고, 많은 피해 금액이 발생했으니까 이거 너희에게 변상 받겠다.’

심지어 협박을 합니다. ‘아파트 재산 있는 거 전부 다 차압하겠다. 법적 소송해서 너희 죽여버리겠다.’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CJ가 정말 무서운 회사구나 하고 치가 떨리더라구요.

제가 “그러면 이 싸움 사람 하나 죽어야겠네요. 제가 죽어야겠습니다” 하고 회사에 말했습니다. [그러자] 회사 담당자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CJ 같은 대기업에서는 사람 하나 죽어나가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돈이 많으면 사람이고 돈이 없으면 사람 아닙니까? 지금 CJ측에서는 ‘너희는 돈 없고 힘 없는 일반 서민이다. 너희가 아무리 모아서 힘을 합쳐봐라. 계란으로 바위 깨기다.’

그런데 저희의 마음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볼 생각입니다. 꼭 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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