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 새벽 3시 대리기사 1백여 명이 신논현역 교보빌딩 앞에서 ‘로지타도 대리기사 투쟁본부’(민주노총서울·경기·인천대리운전노동조합, 전국대리기사협회, 더불어함께대리운전노동조합,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 출정식을 열었다. 노동조건 때문에 새벽에 집회를 하게 된 것이다.
대리기사들은 고객과 대리기사를 이어주는 이른바 ‘프로그램사’로 불리는 “대리운전 오더 중계 어플 판매사”인 로지소프트가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대리기사 위에 ‘갑’으로 군림하며 패널티(벌금)와 배차 제한(대리기사가 업무를 부여받지 못하게 하는 것), 프로그램 쪼개기(대리기사들에게 업무를 부여하는 중계 프로그램을 일부러 세 개로 나눠 놓고 대리기사들에게 삼중으로 사용료를 받는 것) 등으로 대리기사를 갈취해 온 것에 분노를 쏟아냈다.
여기에 더해 로지소프트는 대리기사가 손님에게 받는 대리비에서 업소 소개비 명목으로 추가수수료를 더 뜯어가려 한다. 밤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심야노동을 하면서 보험료·수수료·프로그램비·통신비·교통비를 제외하면 하루 평균 5~6만 원을 겨우 버는 대리기사들의 삶을 더 황폐화게 하려는 것이다.
“우리 노동자와 고객이 ‘갑’이고 로지소프트는 ‘을’이 돼야 하는데 거꾸로 됐다. 중계자에 불과한 로지소프트에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
“고객이 낸 돈은 대리기사의 노동에 대한 대가다. 수수료를 부당하게 부과해 갈취한다면 고객을 속이는 일이며 대리운전 노동자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강도질 하는 일이다!”
“20퍼센트가 넘는 수수료에 오더 한번 잘못 봤다고 벌금을 부과하고 콜센터에 항의하면 배차제한을 걸고 프로그램 쪼개 사용료 갈취하고 더 이상 못 참겠다. 악덕 프로그램사 로지소프트 박살내자!”
대리기사들의 울분은 새벽 4시의 대기 속으로 울려 퍼졌다.
연대 발언에 나선 퀵서비스 노동자는 “대리기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퀵서비스 노동자들에게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싸움은 퀵서비스 노동자들의 싸움이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연대해 함께 투쟁하겠다”고 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 집회에는 20만 명이 넘는다고 알려진 대리운전 노동자들 중 1백여 명이 모인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에게서 더는 못 참겠다는 공분이 끓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갑’의 횡포에 대한 ‘을’의 분노가 대리운전 노동자들에게도 번지고 있다. 이러한 분노를 한데 결집시키고 조직을 확대해 나가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택배와 퀵서비스 노동자의 투쟁이 연결돼야 한다.
‘로지타도 대리기사 투쟁본부’는 집회와 1인 시위를 지속하고 업소 소개비 철회를 요구하는 1만 명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에 대리기사와 대리업체 사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