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 비정규직:
정규직의 ‘아름다운 연대’로 용기백배한 투쟁
〈노동자 연대〉 구독
케이블방송 자본은 노동자들을 고용 형태, 업무 실적, 원하청 구조로 갈라 놓고 무한 경쟁으로 내몰아 왔다. 대규모 외주화·하청화로 정규직이던 노동자가 개인 사업자가 되고 협력 업체 직원이 됐다.
2007년 맥쿼리·MBK파트너스 등이 케이블방송 업계 3위이자 수도권 1위인 씨앤앰(C&M)의 대주주가 된 뒤, 도급 단가는 동결됐고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 열악해졌다. 그 과정에서 2012년 이후 씨앤앰은 5백억 원을 남겼다. 업계 1위인 티브로드도 1천5백억 원을 벌었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본급이 1백만 원도 안 되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김영수 케이블비정규직지부(씨앤앰) 지부장은 협력 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소개했다.
“단가가 낮고 일이 힘들어 이직률이 높다. 고객 접수를 2시간 안에 처리하지 않으면 임금에서 차감한다. 맥쿼리가 인수하기 전 씨앤앰에서 분사할 때 정직원이 70퍼센트, 하청 하도급이 30퍼센트였는데 현재 30퍼센트만 정직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올해 2월에 노조를 결성해 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한 달에 이틀밖에 쉬지 못한다. 많게는 업무 시간이 하루에 12시간이다. 문화 생활이나 다른 활동을 할 여유가 없어 법정 근로 시간인 주40시간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4대 보험 적용, 고용안정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원청과 하청은 서로 책임만 떠넘기며 나몰라라 한다.
희망연대노조 소속의 정규직 노조인 씨앤앰지부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도 함께 내걸고 싸우고 있다.
‘공동투쟁·공동타결’을 강조하는 씨앤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아름다운 연대’는 노동운동이 갈 길을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은 정규직 노조의 강력한 지원과 연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영수 지부장은 “희망연대노조와 씨앤앰지부가 케이블비정규직노조를 만든 일등 공신”이라며 “우리 문제를 본조와 정규직지부가 열심히 조직했다. 미안함과 고마움 등 신뢰를 바탕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귀감
정규직 노조가 앞장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지원하면서 지난 2년간 케이블비정규직을 50퍼센트 이상 조직할 수 있었다.
정규직 노동자로 구성된 희망연대노조 씨앤앰지부 이동훈 지부장의 말이다.
“그동안 씨앤앰지부가 임단협할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도 계속 넣었는데 사측은 남의 회사 얘기를 왜 여기서 하냐고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주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비정규직 노조를 조직하게 됐다.
“2010년 파업 투쟁이 승리한 후, 희망연대노조가 씨앤앰 산하 22개 협력 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했다. 2011년 초 강남권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조직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희망연대노조와 씨앤앰지부에서 15인 안팎의 특수조직팀을 구성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1대 1로 만나면서 올해 초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아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동안 씨앤앰지부의 투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조합원들과 교육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공감대와 절실함을 공유했다. 다른 노조의 사례를 얘기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얘기했다.”
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와 단결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2010년 씨앤앰지부의 파업 당시 많은 업무가 협력 업체로 떨어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도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를 만드는 것을 도울 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우리를 의심하면서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며 믿지 않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서로 불만이 있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많은 부분에서 업무가 연결돼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케이블 설치를 한 후에 정규직 노동자가 불량 여부 등을 검사하는데 정규직이 열심히 일하면 할수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패널티가 많아졌다.
“케이블비정규직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구조적이라는 것을 서로 인식했고 지금은 협력해서 잘 해결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서로 만나 얘기하면서 신뢰가 쌓였고 최근에는 권역별 조합원 모임도 함께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연대는 하나라도 더 가진 자들이 손 내밀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비정규직과 정규직 연대 사례가 인상적이라고 하는데 너무 당연한 거다.”
이 ‘아름다운 연대’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단결할 때 두려울 게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