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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악재와 비리, 번지는 불만과 저항, 헤매는 박근혜:
지금이 싸울 기회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힘과 추진력이 가장 강하다는 임기 초부터 계속 덜컹거리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는 한미정상회담 이후 기세를 몰아 국정의 주도권을 잡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걸어다니는 4대악’ 윤창중이 추악한 사고를 저지르며 그런 구상은 물거품이 된 바 있다.

최근 극우 ‘일베충’과 종편 들이 5·18 광주항쟁의 역사를 왜곡하고 능멸한 것도 반우파 정서를 증폭시켰다. 또, 조세도피처에 한국의 유명 기업주들이 검은 돈을 빼돌려 역외탈세를 해 온 것이 폭로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계속되는 악재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런 일들은 박근혜 정부의 기반과 관련 있다.

박근혜는 경제 위기 속에서 강성 우파 정부로 자리매김하려고 임기 초부터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하려 했다. 그러면서 시대착오적 정신 상태를 가진 낡고 부패한 인물들이 이 정부와 기득권 체제의 주요 요직에 자리잡거나 주도권을 쥐게 됐다.

또한 박근혜의 행태가 이런 질 낮은 인물들이 자신감을 갖고 날뛰게 해 줬다. 성상납 의혹이 파다한 김학의를 법무차관에 임명한 것도, 5·16 쿠데타를 ‘혁명’이라 부르며 역사 왜곡에 불을 지핀 것도, 전두환에게 6억 원을 받고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은 것도 박근혜 자신이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가 지금 벌어지는 문제들을 앞장서 고무한 것이다. 결국 악재들을 만들어 내는 숙주는 박근혜 정부의 기반과 성격이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의 위기를 부채질하는 객관적 상황도 여전하다.

계속되는 성장률 하락이 보여 주듯이 한국 경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긴장이 풀리지 않는 대외 환경의 위기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가 내세운 ‘경제 민주화’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박근혜가 ‘재벌 퍼주기’와 대북 강경 모드로 방향을 틀며 ‘먹튀’와 말 바꾸기를 거듭한 것은 이 때문이다.

거듭되는 위기에 박근혜의 정치적 기반이 넓어지지 않으면서 추진력도 자연히 약해지고 있다. 임기 초 지지율 상승 효과는커녕 당선 지지율 51퍼센트에서 정체·하락하고 있다.

그래서 ‘6인 협의체’를 만들어 ‘여야가 공감하는 법안들은 빨리빨리 처리하자’던 계획은 잘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진보정당들은 아예 배제한 채, 우클릭한 민주당과 논의하는 데도 속도가 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갑의 횡포’에 대한 전 사회적 분노가 들끓으면서 ‘재벌 퍼주기’로 핸들을 꺾던 새누리당의 발목이 잡히기 시작했다. 고용률 70퍼센트를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강조하지만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한국노총 지도부도 통상임금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아마 박근혜는 꼬리 자르기와 쟁점 돌리기를 하려 들 것이다. 윤창중 문제는 홍보수석 이남기 사퇴로 마무리하려 한다. 또, 최근 검찰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이던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현대건설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명박 ‘절친’ 천신일과의 편법 거래가 드러난 CJ그룹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러나 이런 공격의 칼끝이 결국 박근혜 자신을 향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다. 당장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그렇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악성 댓글 달기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바로 박근혜다. 사실 대통령 자리도 그 덕에 얻은 셈이다.

이명박 정권의 문제는 새누리당과 연결되지 않을 수 없고, 이것은 곧 박근혜와도 이어질 것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비리의 몸통이라는 점이 박근혜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또한 이런 시도는 우파의 갈등과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우파들은 경제 위기 시기에 강성 우파 정부가 필요해 유례없이 결집했다. 그런데 만일 우파가 분열한다면 박근혜 정권은 더욱 흔들릴 것이다.

자신감

무엇보다 박근혜의 위기는 노동자들이 싸워 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한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쌍용차 투쟁, 학교비정규직 투쟁 등이 분출했으나 박근혜 당선으로 잠시 주춤거린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찬물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강고할 줄 알았던 박근혜가 잇따른 위기로 비틀거리자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서서히 살아나며 여기저기서 투쟁이 분출하고 있다.

밀면 밀리는 박근혜 택배 노동자 파업과 승리는 박근혜의 정치적 위기를 이용해 강력하게 투쟁할 필요를 보여 줬다. 5월 13일 여의도에 모여 투쟁을 선포하는 택배 노동자들. ⓒ사진 제공 〈민중의 소리〉

케이블방송, 이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새로 노조가 건설되면서 노동운동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런 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의 힘이 확인되고 있다. ‘을들의 반란’을 상징한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 파업은 16일 만에 CJ를 무릎 꿇렸다. 대구경북 건설노조도 비조합원, 이주노동자 들과 단결을 꾀하며 사흘 만에 통쾌하게 승리를 거뒀다.

조중동이 거품 물고 비난한 현대차 노조의 특근 거부 투쟁은 사측의 생산 차질액이 1조 6천억 원을 넘어서며 막강한 파괴력을 선보였다.

진보진영은 지금 터져 나오는 노동자 투쟁에 아낌없는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투쟁을 서로 연결해 박근혜 정부에 맞서는 더 커다란 투쟁으로 발전시키려 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투쟁이야말로 비틀거리는 박근혜 정부에 결정적 한 방을 날릴 힘이 있다.

그런 점에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노동자들도 서로 고통 분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조직된 노동자들은 그나마 살 만한 사람들이다” 하고 주장한 것은 안타깝다.

오히려 진보진영은 노동자 투쟁의 힘을 강화하며 올바른 진보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우경화하는 민주당 같은 세력에 무비판적으로 기대서도 안 된다.

민주당은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투쟁에서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위해서 노동자들도 임금 삭감과 인원 감축 등을 수용해야 한다’는 논리로 투쟁에 혼란을 줘 왔다.

박근혜 정부가 진보진영 일부를 희생양 삼으며 위기 탈출을 시도할 가능성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예컨대 철도 민영화를 앞두고 ‘한길자주노동자회’ 소속 철도노조 조합원들 집을 압수수색한 의도는 뻔한 것이다. 이같은 마녀사냥으로 진보진영은 위축·분열시키고, 우파는 결집시키려는 것이다.

단결된 투쟁으로 박근혜의 위기를 파고드는 가운데 진보진영의 위기와 분열을 해결할 길도 열릴 수 있을 것이다.